소방청은 4일 오후 소방청 청사 소강당에서 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남화영 소방청장 취임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날 남 신임 청장은 “국민의 성원과 사랑으로 발전한 소방이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신뢰와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새로운 변화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며 “지휘부가 먼저 혁신의 기수가 돼 솔선수범의 자세로 임하겠다”고 전했다.
다음은 남화영 소방청장 취임사 전문이다.
존경하는 전국의 소방공무원과 의용소방대원을 비롯한 소방 관계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제5대 소방청장의 중책을 맡은 남화영입니다.
조동화 시인은 ‘나 하나 꽃피워’라는 시에서 나 하나 꽃피워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라고 했습니다.
먼저 저의 희망과 동료들의 응원을 한데 모아 우리 대한민국의 안전을 담은 꽃 정원을 만들어 보겠다는 의지를 불태워 봅니다.
1426년 세종 8년 방화업무를 관장하는 금화도감이 최초로 설치된 이래 597년간 소방은 늘 국민의 ‘안전 지킴이’였습니다.
올해도 서울 구룡마을과 대전 한국타이어 화재, 충남 홍성과 강릉 산불 등에서 국가직 소방의 하나 된 힘으로 우리는 어려움을 이겨내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발생한 10․29 이태원 참사 대응 과정에서의 일부 미흡한 부분의 개선과 인사 비리와 계약 특혜의 부끄러운 모습에 국민의 질타도 있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제가 먼저 혁신의 기수가 되어 너 나 우리 모두가 함께 이 어려움을 뚫고 국민의 신뢰를 다시 받을 수 있도록 새로운 변화의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것을 생각해 내는 것이 아니라 이전에 갖고 있던 틀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습니다. ‘국민의 안전을 단단히, 더 신뢰를 주는 대한민국 119’를 위해 우리 함께 두 손을 맞잡고 나아갑시다.
제가 평소에도 늘 강조했었습니다만 오늘 다시 한번 소방청장으로서 여러분과 함께 행할 다섯 가지를 제시하고자 합니다.
첫째, 소방은 현장이 최우선입니다. 소방인은 농업인 같은 부지런함이 있어야 합니다. 농업인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논과 밭을 직접 확인해야 안심이 됩니다.
현문현답(現問現答)! 화재 예방도 재난 대응도 결국 현장에 답이 있습니다. 저부터 실천하겠습니다.
재난사고 현장은 물론 소방 산업체와 취약 대상, 소방관서를 수시로 찾아 업체와 동료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해소하는 소통을 하겠습니다. 이는 곧 이청득심(以聽得心)의 자세입니다.
둘째, 재난에는 총력대응 합시다. 재난 현장의 불확실한 상황을 줄이고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응은 초기 단계부터 신속 대응, 최대 대응, 최고 대응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소방관서장은 관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재난 사고에 대한 무한 지휘 책임이 있습니다. 평소 대비는 물론 사고 현장에서 초기부터 지휘체계를 가동하는 등 모든 영역에서 대응 태세가 확립되어야 합니다. 이는 곧 거안사위(居安思危)의 자세입니다.
셋째, 여러분이 안전해야 국민이 안전합니다. 모든 국민은 아침에 “잘 다녀오겠습니다.”
저녁에 “잘 다녀왔습니다.”라는 말로 가족의 안부를 확인합니다.
퍼스트 인 라스트 아웃(First In, Last out)의 소방인의 사명에도 현장 대원의 안전은 최우선입니다.
이제는 ‘순직’이라는 단어는 없어져야 합니다. 재난 현장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지휘관의 정확한 상황판단과 2인 1조 활동 원칙, 개인 안전 장비 착용의 확인은 필수입니다.
또한, 대원의 위험한 진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체 소방시설과 특수소방 장비 활용을 통한 전술 운용 능력이 강화되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건축물은 허가 단계부터 현장 대원의 원활한 진압 활동과 안전이 고려된 허가 동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는 곧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입니다.
넷째, 국민에게 신뢰받는 청렴한 소방공무원이 됩시다.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직업 1위 소방이 최근 불미스러운 일로 그동안 쌓아온 신뢰와 명예가 실추되어 소방 지휘부부터의 각성을 촉구받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지휘관의 솔선수범과 함께 새로운 시각과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고 조직 내부의 불합리한 관행도 과감히 개선하여야 합니다.
인사청탁, 금품수수 갑질 행위, 음주운전 등 중요 비위는 개인을 넘어 조직의 신뢰도에 미치는 파장이 큰 만큼 조직에서 완전히 척결하여 청렴하고 신뢰받는 소방이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노력합시다. 이는 곧 원청유청(源淸流淸)의 자세입니다.
다섯째, 당당하고 멋진 제복 공무원이 됩시다. 소방은 군인, 경찰과 같이 복장을 착용하고 근무하는 제복 공무원입니다.
제복은 국가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위해 일한다는 소명 의식과 자긍심의 상징입니다. 국가직 소방공무원의 품위와 위상에 맞는 재난 대응의 전문가(Professional)답게 임무를 수행합시다.
또한, 힘없고 약한 소방 이미지를 이제는 과감히 벗어 던지고 당당하고 멋진 소방인이 됩시다. 이는 곧 임중도원(任重道遠)의 자세입니다.
저는 소통과 배려, 어울림이 있는 ‘열린 청장실’을 운영하겠습니다. 항상 문을 활짝 열어놓을 테니 언제든지 누구라도 방문을 환영합니다.
마무리에 앞서 그동안 국가직 소방을 이끌어 오신 이흥교 前 청장님과 선배님들의 헌신에 감사를 드리며, 재난 현장 최일선에서 묵묵히 맡은 바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여 오신 동료 소방공무원과 의용소방대원, 그리고 소방 관계자 여러분의 노고에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자랑스런 소방 가족 여러분! 제가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저 스스로 잘 나서가 아니라 항상 동료 여러분들의 지지와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국민의 안전이 우리 소방 가족의 투철한 사명감과 헌신 위에 자리한다는 사실을 늘 잊지 않고 권한의 크기보다 책임의 무게를, 지위보다는 역할을 생각하며 소방 공직의 끝자락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자 합니다.
우리 모두 함께합시다. 그리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전진합시다. 항상 소방 가족 여러분의 안전과 가정에 기쁨과 행운이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23년 5월 4일 소방청장 남화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