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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국보훈의 달 특집] 기억으로 남아있는 옛 소방관들의 발자취를 찾아서...

‘국립묘지법’ 개정… 국립현충원 안장 대상자 범위 확대
동료 곁으로 돌아오는 소방 영웅들… 합동 안장식 열려
유가족들 “소방관 위험직무순직 범위 더 확대되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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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기자 | 기사입력 2023/06/20 [10:00]

[호국보훈의 달 특집] 기억으로 남아있는 옛 소방관들의 발자취를 찾아서...

‘국립묘지법’ 개정… 국립현충원 안장 대상자 범위 확대
동료 곁으로 돌아오는 소방 영웅들… 합동 안장식 열려
유가족들 “소방관 위험직무순직 범위 더 확대되길 바라”

신희섭 기자 | 입력 : 2023/06/20 [10:00]

▲ 소방공무원 묘역은 국립대전현충원 내 조성돼 있다. 김영만, 서갑상, 박학철, 정상태, 최낙균 소방관을 비롯해 총 149위의 소방 영웅이 잠들어 있다.


2023년이 시작된 게 바로 엊그제 같았는데 벌써 여름의 문턱인 6월이 됐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6월은 국가유공자분들을 기리기 위해 정부가 지정한 ‘호국보훈의 달’이기도 합니다.

 

‘호국보훈’은 나라를 보호한다는 의미의 ‘호국’과 공훈에 대해 보상한다는 의미의 ‘보훈’이 합쳐져 생긴 말입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을 추모함으로써 그들의 공로에 보답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죠.

 

‘호국보훈의 달’ 하면 대부분 순국열사와 참전용사들부터 생각나실 겁니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분들이 또 있습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각종 재난으로부터 우리의 안전을 책임져 주는 119소방대원입니다. 이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과연 지금처럼 안전한 일상을 우리가 누릴 수 있었을까요?

 

<FPN/119플러스>에선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특별한 분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지면을 마련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이젠 기억으로만 남겨진 옛 소방관들의 발자취를 함께 찾아보시죠.

 

“순직일 상관없다”… ‘국립묘지법’ 개정

본격적인 이야기 시작에 앞서 반가운 소식부터 전하려고 합니다. 국회를 통과한 ‘국립묘지법’ 개정안이 지난 3월 21일부터 본격 시행됐습니다. 

 

사실 법률이 개정되기 전엔 1994년 9월 1일을 기준으로 그 이전에 순직한 소방관은 위험직무 중 순직했더라도 국립현충원 안장이 불가했습니다. 이 때문에 형평성 등 그간 참 말도 많았죠.

 

이번에 개정된 법률안의 주요 골자는 안장 대상 범위 확대입니다. 순직일에 상관없이 1945년 8월 15일을 기점으로 위험직무를 수행하다 순직한 모든 소방관에게 국립현충원 안장 자격을 소급해 부여하겠다는 겁니다. 

 

실제로 다섯 명의 순직 소방관이 최근 안장 대상자로 새롭게 결정됐습니다. 또 순직 소방관 마흔한 명은 안장 대상자 명단에 올라 최종 심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참고로 안장 순서는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심의를 거쳐 대상자로 최종 결정되면 유가족과의 협의를 통해 국립현충원 안장 시기를 정하게 됩니다. 

 

동료들 곁으로... 순직 소방관 5위 합동 안장식 열려 

지난 5월 25일에는 매우 뜻깊은 자리가 마련됐습니다. 국립현충원 안장이 가장 먼저 확정된 김영만, 서갑상, 박학철, 정상태, 최낙균 소방관의 합동 안장식이 소방공무원 묘역에서 진행됐기 때문입니다.

 

이날 행사에는 남화영 소방청장도 참석했습니다. 또 수많은 동료 소방관이 이들의 안식을 기원하고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소방공무원 묘역은 국립대전현충원 내 조성돼 있습니다. 총 149위의 소방 영웅이 잠들어 계십니다.

 

김영만 소방원 

1917년 12월 17일 경남 하동에서 태어난 김영만 소방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순직 소방관으로 기록된 분입니다. 

 

일제강점기 시절 수도원으로 근무하던 중 소방에 특별채용됐고 해방 이후에도 부산 중부소방서에서 크고 작은 화재에 대응하며 소방관으로서의 역할을 누구보다 충실히 수행한 인물입니다.

 

해방된 지 겨우 두 달 남짓. 1945년 10월 27일 부산진구 적기육군창고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에서 진압 활동을 벌이다가 폭발 사고로 안타깝게 순직했습니다. 

 

▲ 고 서갑상 소방관 묘역에 설치돼 있던 비석이다. 국립현충원 안장이 확장되면서 이 비석은 서갑상 소방관이 살아생전 근무한 군산소방서의 후정에 설치된 추모공간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서갑상 소방교

1946년 9월 8일 전북 고창에서 태어난 서갑상 소방교는 1972년 10월 13일 임용된 이후 군산소방서에서 근무했습니다. 

 

1981년 12월 13일 오후 10시 47분께 전북 군산시 장미동 소재 유흥주점 화재 현장에 출동했다가 유독가스에 노출돼 순직했습니다. 

 

 

 

 

 박학철 소방사

1956년 11월 30일 부산에서 태어난 박학철 소방사는 1980년 9월 25일 임용돼 울산 중부소방서에서 소방관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1983년 9월 21일 울산시 북구 강동면 소재 한 주택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돼 출동하던 중 소방차량이 전복되면서 150m 골짜기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차량에 탑승하고 있던 박학철 소방사는 현장에서 순직했습니다. 

 

 

정상태 소방사

1953년 11월 22일 부산에서 태어난 정상태 소방사는 1979년 10월 20일 소방관으로 임용됐습니다. 부산 동래소방서에서 근무하던 중 1987년 7월 2일 부산시 동래구 소재 한 나이트클럽 화재 현장에 출동했다가 순직했습니다. 

 

 

 

 

 

 

최낙균 소방장

1952년 11월 23일 충북 보은에서 태어난 최낙균 소방장은 1977년 5월 28일 임용돼 서울 종로소방서에서 소방관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1992년 2월 12일 서울시 중구 중림동 소재 제화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던 중 열에 견디지 못해 무너진 건물 벽에 깔려 순직했습니다.

 

 

 

위험직무 순직 인정, 마흔한 명의 추가 대상자들

김한준 소방원(?): 서울 영등포소방서 소속. 1947년 5월 16일 경성고무공업 화재 현장에서 진압업무를 수행하다 순직. 유가족에 따르면 소방사로 임용돼 소방경감까지 승진함.

 

김현식 소방원(22): 서울 중부소방서 소속. 1950년 1월 30일 인현동 일대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던 중 붕괴되는 벽체에 맞아 순직.    

 

정선화 소방원(41): 서울 영등포소방서 소속. 1966년 5월 24일 노량진동 부흥화학 화재 출동 중 소방차량 전복으로 순직.

 

고상묵 소방위(46): 서울 성동소방서 소속. 1966년 8월 4일 현장 출동 중 신설동 로터리에서 신호를 무시한 트럭과 충돌한 소방차량이 전복돼 순직. 

 

서웅종 소방원(31): 서울 성동소방서 소속. 고상묵 소방위와 동승 중 순직.

 

이재희 소방원(36): 서울 용산소방서 소속. 1968년 11월 23일 남대문시장에서 발생한 화재 구조 작업 중 콘크리트에 깔려 순직.

 

박영서 소방위(32): 서울 영등포소방서 소속. 1970년 4월 10일 영등포동 4가 소재 지하 다방 화재 현장에서 구조대상자 14명을 구하고 가스에 질식해 순직.

 

이택수 소방교(43): 서울 종로소방서 소속. 1976년 2월 29일 예장동 소재 한 목조건물 화재 현장에서 진압활동 중 건물 붕괴로 순직.

 

김구봉 소방교(42): 서울 용산소방서 소속. 1978년 3월 4일 신수동 일대에서 발생한 화재진압을 위해 출동 중 차량전복으로 순직.

 

전병렬 소방교(27): 서울 중부소방서 소속. 1983년 2월 12일 동대문 가방 상가에서 발생한 화재진압 중 대들보가 넘어져 순직.

 

우종석 소방교(37): 서울 성동소방서 소속. 1983년 7월 17일 황학동 일대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출동 중 관광버스에 치이는 사고로 순직.

 

신양균 소방사(36): 서울 성동소방서 소속. 1985년 4월 6일 장안동 일대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출동 중 교통사고로 순직.

 

고기종 소방경(48): 서울 중부소방서 소속. 1990년 9월 20일 을지로 소재 한전 건물 지하 1층 자재창고 화재점검 중 지하 3층으로 추락해 순직.

 

윤노용 소방교(32): 서울 동대문소방서 소속. 1994년 1월 27일 답십리1동 소재 주택화재 진화작업 중 미끄러진 소방차에 치여 순직.

 

이필수 소방원(21): 부산 중부소방서 소속. 영동구 소재 대흥목공소 화재진압 중 저수지로 추락해 순직.

 

임배근 소방원(30): 부산 중부소방서 소속. 1950년 1월 16일 현장 활동 후 귀서 중 소방차량 전복으로 순직.

 

박동만 소방원(?): 부산 중부소방서 소속. 1952년 11월 14일 화재진압 중 추락해 순직.

 

김말봉 소방원(36): 부산 중부소방서 소속. 1952년 12월 5일 미국 대사관에서 발생한 화재 진압 중 추락해 순직.

 

송세동 소방원(31): 부산 중부소방서 소속. 동래구 소재 육군조병창 화재진압을 위해 출동 중 소방차량이 전차와 부딪치는 사고로 순직.

 

임봉술 소방장(42): 부산 중부소방서 소속. 1966년 9월 17일 화재출동 중 교통사고로 순직.

 

이재목 소방사(28): 부산 동래소방서 소속. 1967년 8월 20일 범일동 삼일고무 화재 현장으로 출동 중 교통사고로 순직.

 

이부근 소방위(51): 부산진소방서 소속. 1993년 11월 12일 소방기술경연대회 속도방수 연습 중 관창에 머리를 부딪혀 사망.

 

이태곤 소방사(24): 대구소방서 소속. 1948년 11월 2일 대공 근무 중 좌익난동으로 피살.

 

전갑은 소방사(28): 대구소방서 소속. 1953년 12월 25일 화재 출동 중 소방차량 전복으로 순직.

 

김상호 소방원(27): 대구소방서 소속. 1973년 3월 1일 북구 소재 부일공업 양산제조공장 화재진압 중 건물 붕괴로 순직.

 

유점철 소방교(43): 1985년 5월 5일 화재 출동 중 교통사고로 순직.

 

권정기 소방장(?): 1967년 6월 15일 유류 화재 대응 훈련 중 과로사.

 

고운석 소방교(36): 1988년 3월 26일 십정동 소재 동방상사 화재진압 중 순직.

 

김재우 상비대원(28): 광주소방서 소속. 1975년 8월 21일 금동 상가지대 야간소방훈련 후 귀서 중 실족으로 차량에서 추락해 뇌출혈로 순직.

 

김병선 소방장(49): 광주 동부소방서 소속. 1996년 12월 1일 스포렉스 5층 건물 골프연습장 제설장업 중 구조물 붕괴로 순직.

 

이경재 소방사(34): 대전소방서 소속. 1961년 10월 31일 원동시장 내 피복공장 화재진압 중 저수조에 실족해 순직.

 

김임용 의용소방대(45): 울산소방서 소속. 1957년 2월 13일 매암동 소재 한미석유회사 화재진압 중 폭발사고로 순직.

 

윤상욱 소방장(31): 경기 수원소방서 소속. 1978년 11월 1일 삼성전자 수원공장 화재진압 중 블럭벽 붕괴로 순직.

 

김사림 소방사(40): 강원 춘천소방서 소속. 1950년 7월 3일 경찰과 합동작전 중 전사.

 

엄주원 소방사(30): 강원 동해소방서 소속. 1980년 12월 31일 송정동 목욕탕 화재 현장으로 출동 중 교통사고로 순직.

 

이성우 소방장(34): 충북 청주소방서 소속. 1988년 3월 5일 새한미디어 충주공장 화재진압 중 벽돌 붕괴로 순직.

 

이현묵 소방장(44): 경북 김천소방서 소속. 1975년 5월 13일 공장화재 진압 중 지붕 붕괴로 순직.

 

윤종대 소방원(29): 경남 마산소방서 소속. 1963년 9월 9일 남성동 소재 한 주택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에서 전기에 감전돼 순직.

 

민병영 소방원(27): 경남 마산소방서 소속. 1973년 9월 1일 오동동 소재 오비영양센터 화재출동 중 교통사고로 순직.

 

김정길 소방교(26): 경남 통영소방서 소속. 1980년 6월 17일 항남동 소재 초등학교 화재 출동 중 차량전복으로 순직. 

 

전승재 소방원(28): 제주소방서 소속. 1972년 9월 26일 일도동 남창빌딩 3층에서 소방훈련 중 추락해 순직.

 

▲ 천안소방종합훈련단(구 중앙소방학교) 내에 설치된 소방충혼탑. 이 탑은 2001년 3월 4일 서울 홍제동 주택 화재 진압에 나섰다 순직한 6명의 소방관을 추모하고 이들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2002년 5월15일 건립됐다.

 

마치며...

자료를 조사하다 보니 아쉬웠던 점이 있었습니다. 국립현충원 안장 대상자가 되려면 반드시 위험직무 순직을 인정받아야 하는 문제였습니다. 

 

사실 순직 소방관의 기록은 이보다 더 많았습니다. 위험직무 순직으로 인정받지 못해 일반 순직으로 분류된 분도 많았고 심지어 출동 중 사망했는데 순직자 기록이 없는 분도 있었습니다.

 

최근 들어 소방관의 위험직무 순직 범위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질병으로 인해 사망하거나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등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소방관의 순직을 위험직무 순직으로 인정한 사례도 있습니다. 바로 업무와의 연관성 인정범위가 확대되고 있어서죠.

 

유가족들의 이야기도 들어봤습니다. 사실 특별한 혜택이나 금전적인 도움을 바라는 분은 없었습니다. 다만 자신들에게 너무 소중한 남편이자 자식, 자상한 부모였던 사람들이 세상에서 점점 잊혀진다는 현실에 서러움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제가 기자라는 사실을 알고는 넋두리도 하시더군요. “모두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해 열심히 일하다 순직한 분들인데 국립현충원 안장 대상자가 따로 있다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이죠. 

 

신희섭 기자 ssebi79@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6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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