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부터 이어진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전국 곳곳에서 산사태와 지하차도 침수 등 사고가 속출하고 있다. 지금까지 집계된 사망ㆍ실종자만 50여 명에 달한다. 실종자 수색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피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강물이 넘쳐 지하차도가 잠기고 산이 무너져 내렸다. 죽음의 공포가 국민을 덮칠 때 국가 재난대응체계는 제대로 작동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기후변화로 극단적 기상 현상이 잦아지면서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재난이 발생하고 있다. ‘천재지변’이기에 인위적인 대응에 한계가 있겠지만 이번 참사는 조금 다르다.
어쩔 수 없이 알고도 당하는 후진국형 재난이라기보단 후진국형 공공재난이란 비판을 들을 수밖에 없을 거다. 물론 비가 많이 내렸다. 그렇다고 막지 못할 ‘천재지변’까진 아니었다. 과욕이 부른 민간 영역에서의 의도적 인재도 아니었다.
우린 지난해 8월 중부 지방을 강타했던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경험한 바 있다. 정부도 이를 고려해 사전대비책을 마련해왔다. 더욱이 올여름은 평년보다 덥고 ‘엘니뇨(El Nino)’ 영향이 강해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집중호우가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세계기상기구(WMO)도 동태평양 감시구역의 수온이 1℃ 정도 높아져 7월과 9월 사이 엘니뇨가 발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엘니뇨가 발달하면 우리나라는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린다. ‘극한호우'가 일찍부터 예고돼왔던 셈이다. 정부 역시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 거다. 당연히 대비책을 마련해야 했는데도 참사를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정부의 대응에 허점이 있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게 됐다.
집중호우로 인한 참변은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 사고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정부를 보고 있자니 안타깝다 못해 이젠 배신감마저 든다. 자연재해를 완전히 피하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긴밀하고 유기적인 공조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로 국가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지금 극한 기상 현상이 일상화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정부는 이를 ‘뉴노멀’로 상정하고 그에 맞는 대비책과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 실효성 있는 맞춤형 핀셋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기존의 관성적인 대응 방법으론 더이상 국민을 지킬 수 없다.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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