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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그해의 캐나다는 뜨거웠단다-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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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소방서 이형은 | 기사입력 2024/03/04 [10:00]

아들아! 그해의 캐나다는 뜨거웠단다- Ⅱ

서울 은평소방서 이형은 | 입력 : 2024/03/04 [10:00]

#2 비상소집 

아들아! 오늘은 비상소집됐던 하루를 이야기해 볼게. 2023년 2월 6일 전 세계인의 마음을 울린 가슴 아픈 자연재해가 발생했단다. 2월 6일 오전 4시 17분께 가지안테프지역에서 1차 지진이 발생한 후 이어서 오후 1시 24분께 카흐라만마라쉬 에킨외쥐 인근에서 2차 지진이 발생했지. 

 

미국 지질조사국(United States Geological Survey) 분석 결과 지진 규모는 7.5고 지하 10㎞ 지점에서 발생했단다. 이후 진도 1 이상의 여진이 약 1만1020회 발생했어.

 

사망자는 국제보건기구(WHO) 집계 최소 5만9259, 실종자 최소 297, 부상자 최소 12만9803명이었지. 이로 인해 건물이 약 26만4천채 이상 파괴됐고 약 2300만명의 이재민을 낳았단다.

 

▲ 튀르키예 지진 전과 후(출처 땅이 찢어졌다…위성으로 본 튀르키예 대지진)

 

이에 대한민국은 2월 7일 구호대 파견을 결정했어. 외교부와 국방부, 소방청, 코이카 등의 수색구조 의료요원으로 구성된 역대 최대 규모인 118명의 구호대원을 튀르키예 지역에 인명 수색과 구조 활동을 위해 급파했지. 

 

사실 튀르키예는 과거에 터키(Turkey)로 불린 국가였단다. 조선시대 말 조선은 주변 제국과 동등한 입장을 표명하며 정치와 외교 문제를 해결하고 남의 지배와 간섭을 받지 않는 자주 국가임을 천명하고자 국명을 ‘대한(大韓)’으로 변경해 선포했지.

 

이처럼 과거의 ‘터키’ 또한 영어로 칠면조를 뜻하는 것과 미국지역의 어리석은 사람을 지칭하는 속어에서 벗어나고자 했어. 터키라는 본명의 국명 어원인 ‘용감한 사람’을 지칭하는 튀르크의 정신을 이어받고자 2022년 6월 유엔의 승인을 얻어 국명을 ‘튀르키예(Türkiye)’로 정식 변경했단다.

 

▲ 2022년 6월 정식으로 국명을 변경한 튀르키예(출처 BBC 뉴스)

 

당시 아빠도 튀르키예에 1진으로 파견된 대한민국긴급구호대(Korea Disaster Relief Team, 이후 KDRT)로 파견 출동한 중앙119구조본부 대원들의 눈부신 인명 구조 활약상을 뉴스를 통해 지켜보며 가슴이 뛰었단다.

 

구호대는 하루 12시간 이상 검색과 구조업무를 수행하며 하타이주 안타키아에서 총 8명의 생존자를 구하고 시신 19구를 수습했지. 

 

대한민국 태극기를 어깨에 달고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인명을 수색ㆍ구조한 중앙119구조본부 소방동료들. 그들의 활약을 보니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재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런 소방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때마침 국제구조대 인력풀을 중앙뿐 아니라 각 시도에서도 모집한다는 공문을 접했어. 아빠는 부족한 능력이지만 운영반 요원으로서 지원했지. 국제구조대는 매년 혹은 격년으로 인력풀을 정비해 중앙과 시도 구조 분야의 능력 있는 대원들이 지속해서 충원ㆍ유지되는 시스템임을 계획공문을 통해 알 수 있었단다.

 

2023년 5월 11일 소방청에서는 ‘국제구조대의 편성ㆍ운영에 관한 규정’ 제10조에 따라 2023년 국제구조대 인력풀 선정을 위한 심의회가 열렸어. 선정결과 중앙119구조본부 83, 시도 54명 등 총 인력풀 137명이 결정됐지. 정말 감사하게도 아빠가 최종 선정됐단다. 

 

하지만 국제구조대의 업무가 생소하고 많은 부분을 몰랐던 아빠는 혼자 국제구조대 출동 이력과 현황들을 인터넷을 통해 탐독하기 시작했어. 인터넷에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고 방대한 양의 정보가 있단다. 

 

너희가 성인이 되면 인터넷을 지금 세대보다 더 자유롭고 능수능란하게 사용하는 시대가 올 거야. 그때가 되면 아마 원하는 정보를 선별해 적기에 제대로 취득할 수 있는 기술과 AI를 활용해 그 정보들을 재가공하는 그런 능력이 각광 받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러던 중 캐나다 산불이 6월 이후로 굉장히 심각해지기 시작했어. 미국과 캐나다, 호주의 산불은 매년 발생했는데 이번 캐나다 산불이 너무 심각한 나머지 수백㎞ 떨어진 미국 동부 워싱턴 지역까지 산불로 인한 미세먼지가 뒤덮히는 상황이었지.

 

이런 뉴스를 매일 보고 심각성을 느끼던 중 6월 10일 오후 1시 45분 소방청이 국제구조대 인력풀을 대상으로 발송한 ‘캐나다 산불 관련 국제파견(출동) 사전예고 알림’ 공지를 받게 됐단다.

 

국제출동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윤곽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출동 준비에 따른 비상 응소였기에 아빠는 엄마와 빠르게 상의한 후 바로 응소를 위해 소집장소인 인천물류센터로 향했지. 

 

▲ 인천물류센터 전경

 

6월 12일 인천물류센터에서는 서울에서 여러 직원의 존경을 받는 다른 인력풀 대원이신 이용진 구조대장 큰삼촌 등 많은 존경하는 선배님들을 만날 수 있었단다. 국제구조대 장비가 보관된 물류센터는 처음 가 봤는데 각종 출동장비가 품목별, 종류별, 수량별로 별도 패킹(packing) 돼 있었어.

 

개인 출동장비와 복장이 준비된 출동가방 등을 팔레트(Palette)라고 불리는 목재판 혹은 플라스틱판에 차곡차곡 담아 항공기에 적재준비를 하는, 다시 말해 본격적인 출동 준비를 하는 물류기지임을 알 수 있었단다. 

 

▲ 품목과 종류별로 잘 정리된 인천물류센터 내부

 

▲ 물류창고에 비상소집 응소 후 출동장비를 갖추고항공기에 적재하기 위해 준비하는 대원들의 모습

 

이곳에서 각자의 출동장비를 적재하고 필수 장비를 사전 작성된 물류 리스트에 따라 체크하며 팔레트에 올려 패킹하기 시작했어. 물류에 경험이 많은 중앙119구조본부 김상호 삼촌의 확인점검으로 수월하게 진행됐단다.

 

팔레트에 올린 장비들이 항공기 적재함인 카고 내부에서 흔들리지 않도록 추가 랩핑을 했어. 랩으로 돌돌 감아 싸는 걸 뜻해. 일반적으로 약 1600㎜ 높이까지 수화물을 적재하고 요동방지를 위해 랩으로 둘둘 감은 뒤 추가로 밴딩까지 한단다. 

 

국제출동을 위한 구호대ㆍ개인출동장비 등의 적재 장비 패킹을 마친 후 아빠를 포함한 국제구조대 인력풀 대원들은 출동시간 확정을 기다리며 대기하기 시작했단다.

 

출동까지는 공군 측 항공기 지원에 따른 출동 출국 공항 결정과 시간, 양국의 정무적인 부분도 확정이 필요했기에 물류기지에서 오후 10시까지 대기했어. 그때 산림청의 대원들도 함께 합류하기 위해 물류 패킹을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

 

대기는 다음 날인 13일까지 이어졌어. 국제구조대 대기 연장에 따라 별내동에 있는 중앙119구조본부 수도권119특수구조대로 옮겨 계속 대기했지. 덕분에 KBS 도전 골든벨 이후 오랜만에 수도권특수구조대를 다시 방문할 수 있었단다.

 

13일 오후 대기소집이 해제됐고 재출동을 위한 소속지 복귀 대기가 시작됐어. 이렇게 캐나다 산불 진화를 위한 KDRT 파견 1차 소집은 종료됐단다.

 

이틀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이른 시간부터 인천 물류창고로 응소해 다음 날까지 국제출동을 위해 대기하는 동안 경험 많으신 중앙과 각 시도 선배님들로부터 국제출동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 

 

특히 아빠가 동경하고 존경했던 2023년 2월 튀르키예 국제구호대 출동에서 인명 구조 후 지역주민과의 슈퍼마켓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들었을 땐 흐르는 눈물을 겨우 삼켰지. 정말 많은 걸 배우고 알게 해준 소중한 시간이었던 것 같아.

 

다음 호에는 2차 소집에 따른 진짜 국제출동 이야기를 들려줄게. 잘 자렴. 우리 아들~

 


본 이야기는 2023년 7월 대한민국긴급구호대(KDRT)의 일원으로 캐나다 산불화재 진압을 위해 국제출동을 다녀온 필자가 아들에게 들려주는 캐나다 산불 이야기를 바탕으로 작성된 편지글입니다. 많은 대원분께 국제출동 경험담이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119플러스> 매거진을 통해 공유합니다. 기고료는 순직소방공무원추모회에 기부됩니다. 감사합니다.

 

서울 은평소방서_ 이형은 : parkercorea@gmail.com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4년 3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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