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독자 작전 ② 시즌 2에서는 캐나다의 슬래시(SLASH)를 많이 만날 수 있었단다. 중부지역은 캐나다 퀘벡주 툰드라기후의 침엽수림으로 구성돼. 슬래시는 중부지역 산림화재 지표면 가연물 연료 유형으로서 수목의 다양한 퇴적물로 구성된 부엽층이야.
일반적으로 한 계절이 지나면서 형성돼. 나뭇잎의 50% 정도가 떨어지고 가지들이 쌓인 후 그 위로 이끼가 쌓이면서 스펀지와 같이 다층구조로 퇴적되며 생긴단다. 부서지거나 부패한 상태의 퇴적 물질이 상당량 있을 수 있는데 이는 숲의 쇠퇴 정도에 따라 다를 수 있지.
슬래시 연료의 두께는 0.5~2m로 다양해. 산림화재 시 지중 화재(Ground Fire)의 가장 주된 연소 확대 경로가 된단다. 따라서 산림 수풀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더 많이 만날 수 있었어.
슬래시는 산불 발생과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연료 유형이 될 수밖에 없어. 다행히 우리나라는 면적대비 산림 관리가 잘되는 편이기에 이런 위험도가 낮지만 늘 주의할 필요는 있단다. 북한의 개마고원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슬래시는 다양한 크기와 상태의 연료로 구성되기에 연소 시 여러 특성을 보인단다. 작은 입자들은 빠르게 연소해 초기 화재 확산을 촉진하고 더 큰 조각들은 오랫동안 연소하면서 지속적인 열원이 되기도 해.
특히 슬래시의 두꺼운 층은 지중화의 주요 경로가 되곤 하지. 이는 표면에서 보이지 않는 화재로 발전할 수 있어 진화가 어렵고 재발화 위험이 크단다.
보통 슬래시의 수분 함량은 계절과 기후에 따라 변화하는데 이는 산불의 발생 가능성과 강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단다. 마치 스펀지와 같은 슬래시의 다공성 구조는 산불에 필요한 산소를 충분히 공급해 연소를 지속시키는 역할도 하게 되지. 그
래서 산불을 진화하는 대원들이 뛰어다니면 산소가 공급되면서 땅속의 숨은 불들이 되살아 나는 경우도 있단다. 재미있지 않니?
슬래시 층의 두께와 구조는 열전달에 영향을 미치면서 상층부 식생으로의 화재 확산 속도를 결정짓는 요인이 되기도 한단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산불 관리와 예방에 있어 중요한 고려 대상이 되지.
슬래시와 같은 가연물을 통한 지중 화재는 화재의 초기 단계에서 중기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중요한 과정이기에 적절한 대응과 진화가 꼭 필요하단다.
캐나다, 미국과 같은 주요 산림화재 국가에선 지속해서 산불 위험도 평가와 진화 전략 수립 시 슬래시의 상태와 분포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함을 강조한단다.
① 자작나무 특성 주된 뿌리가 지면을 따라 뻗어있어 화재 시 지중화(훈소)로 연소돼 진압이 어려움.
② 지표면 특성 토양 성질이 찰흙으로 돼 있고 이끼층이 두꺼워(20~100㎝) 비가 와도 물이 스며들지 않음.
③ 가연물의 퇴적 오랜 시간 쌓인 가연물에 낙뢰나 산불로 점화돼 땅속 깊은 곳까지 지중화(훈소)됨.
④ 가문비나무 싹벌레로 고사된 가문비나무가 말라 낙뢰에 불이 쉽게 붙어 확산시킴.
이렇듯 퀘벡주 북부 산림화재의 지형ㆍ식생 특성은 우리나라 수목과 달리 뿌리가 깊지 않고 지면을 따라 넓게 퍼져 있었어. 특히 자작나무와 같은 수종에서 두드러지며 화재 시 지중화(훈소)로 연소되면서 진압을 어렵게 만드는 건 확실히 배워올 수 있었지.
앞서 언급한 것 같이 퀘벡 지역의 토양 자체가 퇴적물과 혼합된 클레이(Clay, 찰흙) 성질을 지녔고 이끼층이 20~100㎝로 두껍게 형성된 게 잊을 수 없는 독특한 점이었어. 이로 인해 비가 와도 물이 쉽게 스며들지 않아 화재진압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단다.
특히 캐나다 북부 산림지대는 풀이나 낙엽 등이 두껍게 땅에 쌓이는 부엽층이 많아서 수분이 깊게 침투하지 못했어. 또 오랜 시간 쌓인 가연물이 화재의 가연물, 즉 연료가 됐단다.
따라서 남은 14일 동안 눈에 보이지 않는 땅속 지중 화재의 완전한 진압을 위해 맨손과 얇은 장갑을 착용한 손으로 땅을 더듬는 작업을 지속했어. 땅을 파고 뿌리를 걷을 수밖에 없었던 건 슬래시가 타고나면 생성되는 소수성 물질이 토양 표면을 덮으며 물 침투를 방해했기 때문이야.
또 화재로 토양 자체가 압축되면서 물이 쉽게 스며들지 못해 열이 축적된 상태로 남아있어 지표화가 지속될 수밖에 없어서지.
지중에 있는 주변 부엽층 가연물과 상존하는 열원은 바람에 의한 공기 유입만으로도 쉽게 재착화될 수 있기에 즉시 제거하는 작업을 반복적으로 진행했단다. 화재가 방치되면 지중 화재에서 시작해 지표 화재로 발전하고 이어 수간 화재를 거쳐 전체 산림으로 확산하는 수관 화재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었어.
캐나다도 이러한 슬래시 등 부엽층 관리를 위해 매년 통제된 환경에서 슬래시를 소각하거나 중장비를 이용해 물리적으로 제거 또는 파쇄해 분산시키는 노력을 진행한다는 게 인상적이었단다.
만일 방치된 땅속에 불씨가 남아있을 경우 언제든지 산소와 만나 재착화되면서 나무 한 그루를 통째로 태우는 캔들 파이어(Candle Fire)로 진행될 수 있단다.
실제로 경북의 송영환 서장님과 현장 활동할 때 캔들 파이어를 만난 적이 있었어. 항공력을 동원하기 위해선 통신 음영지역에 있는지, 활용 가능한 지역에 있는지 수시로 확인하는 것 또한 아주 중요한 부분이었단다.
그렇기에 캐나다 퀘벡주 산불 진화 시즌 2 작업 동안 앞서 말한 끓는 모래 현상을 수시로 발견할 수 있었단다. ‘끓는 모래 현상(Boiling Soils Effect)’은 지중 화재가 뿌리 가지를 타고 주변 토양을 가열하면서 모래화돼 마치 물이 끓어오르는 것 같은 상황을 뜻하지.
사실 이러한 화재는 가문비나무가 일정 부분 역할을 해. 싹벌레로 인해 고사된 가문비나무가 건조해져 낙뢰에 쉽게 불이 붙어 화재를 확산시키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란다. 따라서 퀘벡주 북부의 산림화재는 진압이 매우 어렵고 장기화되는 경향이 있지.
화재진압 중인 2023년 6월 1일 발생한 퀘벡주 산불은 3천번이 넘는 낙뢰로 인해 300여 건의 동시 다발성 산림화재로 시작되면서 광범위한 지역에 영향을 미쳤어. 올해 현장에 다양한 국가가 지원을 나와 화재를 진압하고 있는데 캐나다와 미국 측은 내년에도 유사한 화재가 있을 거로 예상하는 게 아이러니했단다.
작업 중에 촛불 화재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화점들이 땅속에 분명 숨어 있을 것이기에 열화상 드론을 이용한 화점 탐색도 꾸준하게 진행됐단다.
열화상 드론 촬영(3㎞) 결과 눈으로는 식별되지 않으나 여전히 지표면 아래에 열이 있는 걸 알 수 있었지. 날씨가 건조해지면서 다시 핫스팟으로 진행될 수 있음을 의미하기에 열이 많이 관측되는 지점을 중심으로 진화대원들이 지속해서 투입됐어. 이런 숨은 화마와의 싸움은 대부분 장기전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지.
본 이야기는 2023년 7월 대한민국긴급구호대(KDRT)의 일원으로 캐나다 산불 진압을 위해 국제출동을 다녀온 필자가 아들에게 들려주는 캐나다 산불 이야기를 바탕으로 작성된 편지글입니다. 많은 대원분께 국제출동 경험담이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119플러스> 매거진을 통해 공유합니다. 기고료는 순직소방공무원추모회에 기부됩니다. 감사합니다. 서울 은평소방서_ 이형은 : parkercorea@gmail.com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5년 2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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