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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STORY] 내 아내를 바꾸려 하지 말라고 호통친 철학자 ‘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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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충주소방서 김선원 | 기사입력 2024/04/01 [10:00]

[BOOK STORY] 내 아내를 바꾸려 하지 말라고 호통친 철학자 ‘장자’

충북 충주소방서 김선원 | 입력 : 2024/04/01 [10:00]

어느 날인가 아내와 크게 다툰 적이 있었습니다. 굉장히 답답한 마음을 부여잡고 내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는 아내를 원망했습니다. 그리고 그 마음이 커져 급기야 출근해서 아내에게 원망하는 문자를 보내기에 이르렀습니다. 

 

그간 아내에게 한 양보와 배려는 모두 무시하고 겨우 요청한 것에 크게 화를 내는 걸 보며 어째서 그 작은 것 하나 양보하려 하지 않느냐는 생각에 속으로 화를 수십 번도 더 냈습니다. 그때 갑자기 생각난 철학자가 있었습니다. 바로 춘추전국시대의 제자백가 사상가 ‘장자’입니다. 

 

 

장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노장사상의 시조 격인 인물입니다. 그는 평생 가난하게 살았고 세상의 이득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그의 행적으로 인해 세상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았고 사후 그의 학설은 정리돼 철학사상으로 발전되다가 종교로까지 발전했습니다. 

 

삼국지에서 황건적의 난을 일으키는 장각에게 책을 전해 공부하게 했다고 하는 남화선인이 바로 장자입니다. 중국에서는 장자를 하나의 신으로까지 추앙합니다. 또 가장 좋아하는 소설책에까지 등장시킬 만큼 장자의 영향력이 대단합니다. 그의 철학은 어떤 것 때문에 사람들의 마음을 끌게 됐을까요? 

 

장자는 사람들에게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존재 그 자체로의 가치가 있으며 발생하여 살아가는 모든 존재를 억지로 바꾸려 해선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또 우리는 모두 자연 상태에서 오염되지 않은 마음을 타고났으나 살아가면서 경험이나 교육, 환경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세상을 보는 선입견이나 편견이 생겨났다고 강조합니다. 

 

즉 내가 옳다고 믿는 게 실제론 진짜 옳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장자는 변해야 하는 건 ‘진정한 나라는 변치 않은 자기가 있다는 믿음’이며 ‘진정한 나라는 변치 않은 자기로 상대를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라고 말합니다. 

 

따라서 그의 철학엔 정해진 길도, 인간의 서열을 나누는 계급도 없습니다. 심지어 사람을 구속하는 도덕적 관념조차 거부합니다. 

 

인간은 저마다의 고유한 가치가 있고 그 가치조차 실제로는 고정불변한 게 아니며 항상 변화할 수 있기에 타인을 바꾸려 해선 안 되고 타인이 나를 바꾸려는 시도 역시 거부해야 한다는 게 장자 철학의 요지입니다. 이게 바로 수천 년 동안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장자 철학의 매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내와 크게 다툰 후 동양철학 속 장자 철학의 내용을 읽고 있으니 마치 장자가 옆에서 호통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째서 너는 너의 작디작은 생각으로 아내를 바꾸려 해서 아내를 힘들게 하느냐. 또 상대를 바꾸지 못한 결과를 가슴에 품고 스스로 아파하느냐. 결국 너의 그 행동이 너와 아내 모두 다치게 하지 않았느냐. 당장 그 행동을 멈춰라’

 

이런 음성이 귓가에 들리는 듯했습니다. 어쩌면 옳다고 믿은 편협한 가치로 아내를 바꾸려 시도했던 내가 문제는 아니었을까 하는 반성을 했습니다. 그리고 아내에게 조심스럽게 사과의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다짐했습니다. 아내의 행동이나 말에 상처받거나 화가 날 때는 장자의 글들을 생각하자고 말입니다. 마찬가지로 아내의 말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며 나를 변화시키려는 행동 또한 내게 좋지 못하니 그것 또한 하지 말자고 다짐했습니다. 

 

어쨌든 나라는 존재가 나에게 존중받아야 그다음의 인간관계가 생기기 마련이니까요. 마지막으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자 속 글 하나를 소개하고 마치려고 합니다. 

 

‘혼돈은 중앙에 살고 있는데 남쪽에 살던 숙과 북쪽의 홀이 서로 만나려면 먼 길을 가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숙과 홀은 중앙에서 만날 수 있도록 혼돈에게 부탁했고 그는 둘이 편하게 만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이를 고맙게 여긴 두 사람은 ‘어떻게 은혜를 갚을까’ 고민 끝에 혼돈의 얼굴에 구멍을 뚫어주기로 하였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일곱 개의 구멍이 있어서 보고 듣고 먹을 수 있지만 혼돈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숙과 홀은 혼돈의 얼굴에 하루에 한 개씩 구멍을 뚫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일곱 번째 구멍을 뚫자 혼돈은 죽고 말았습니다’

 

충북 충주소방서_ 김선원 : jamejam@korea.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4년 4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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