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 군납 배터리 품질검사 조작”…경찰, 박순관 대표 등 4명 사전영장4월 규격 미달 판정 이후 납기 맞추려 비숙련공 투입, 무리한 공정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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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성시에 소재한 리튬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23명이 숨지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FPN |
[FPN 최누리 기자] = 화재로 31명의 사상자를 낸 화성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이 검사용 시료를 바꿔치기하는 수법으로 품질검사를 통과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남부경찰청 아리셀화재사고수사본부와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은 23일 화성서부경찰서에서 수사 결과 합동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또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박순관 아리셀 대표와 그의 아들인 박중언 총괄본부장, 인력 공급업체 한신다이어 경영자, 아리셀 안전보건관리 담당자 등 4명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 대표에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경찰 조사 결과 아리셀은 2021년 일차전지 군납 시작부터 품질 검사용 전지를 별도로 제작한 뒤 시료와 바꿔치기하는 등 데이터를 조작해 국방기술품질원을 속였다. 아리셀은 이 같은 방법으로 2021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총 47억원 상당의 전지를 군에 납품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다가 지난 4월분 상품이 국방기술품질원 품질검사에서 미달판정을 받았다. 국방기술품질원이 무작위로 선정한 시료를 바꿔치기하는 과정에서 선정된 시료에 적힌 서명을 위조한 사실이 탄로난 것.
납품을 중단하고 재생산을 시작한 아리셀은 지연된 납품 일정을 맞추기 위해 지난 5월 10일부터 ‘1일 5천개 생산’을 목표로 정하고 무리한 제조공정 가동을 결정했다. 납품이 지연되면서 매일 약 70만원의 지체상금이 부과됐기 때문이다. 화재가 발생한 지난 6월 24일 기준 아리셀이 지급해야 할 지체상금은 3800여 만원이었다.
이에 아리셀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메이셀의 전신인 한신다이아로부터 근로자 53명을 새로 파견받았다. 하지만 숙련되지 않은 인력을 충분한 교육 없이 주요 제조공장에 투입했다. 추가 인력 투입 이후 3~4월 평균 2.2%였던 불량률은 5월 3.3%, 6월 6.5%로 상승했다.
불량률이 늘었는데도 아리셀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 공정을 강행했다. 실제 공정 과정에서 케이스가 찌그러지는 등 기존에 없던 유형의 불량이 발생했지만 이를 망치로 쳐 억지로 결합하거나 구멍 난 케이스를 재용접하는 등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생산을 이어갔다.
지난 5월 16일에는 미세 단락으로 전지에 발열 현상이 발생한 것을 처음 인지한 뒤 정상 전지와 분리했다가 6월 8일 이후부턴 안전성 검증 없이 발열 전지 선별작업을 중단하고 분리 보관하던 발열 전지를 납품 대상에 포함시켰다.
참사 이틀 전 전해액 주입이 완료된 발열 전지 1개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원인 분석이나 조치 없이 생산라인을 계속 가동했다. 화재 당일 최초 발화지점으로 지목된 공장 2층에 적재됐다가 폭발한 전지들도 이틀 전 폭발한 전지와 동일한 시점에 전해액이 주입된 제품들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에선 화재 당시 비상구 설치 등 대피로 확보가 부실했던 점도 드러났다. 불이 난 공장 3동 2층에선 3개 출입문을 통과해야 비상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중 2개는 정규직에게만 지급되는 ID 보안카드 등이 필요했다. 아리셀에 파견된 비정규직 직원들은 비상구 존재조차 알지 못했다.
또 근로자의 채용과 작업 내용 변경 때마다 진행돼야 할 사고 대처요령에 관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았다. 불이 난 3동 건물은 2급 소방안전관리 대상이었지만 계획서를 작성하거나 훈련을 하지 않았다.
경찰은 사고 직후 수사본부를 편성한 뒤 아리셀 등 3개 업체 관련 13곳을 압수수색하고 네 차례에 걸쳐 화재 현장에 대한 합동감식을 진행했다. 또 피의자ㆍ참고인 103명을 131회에 걸쳐 조사해 이 중 18명을 입건했다.
최누리 기자 nuri@fpn119.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