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구조대원, 드론 조종기를 잡다 “내년에 소방드론 대회 나가볼래?”
때는 작년 12월 말, 같은 팀에 근무하고 소방청 드론 대회 우승 경험이 있는 강호일 반장이 건넨 말이었다.
서대문소방서 구조대로 발령받아 이제 갓 인명구조사를 취득한 새내기 구조대원으로서 ‘내가 소방드론 대회를?’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기껏해야 현장 활동 중 선배들이 드론을 날리는 모습을 봤을 뿐 제대로 된 드론 운용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서대문 구조대 선배들은 소방청 드론 경진대회에서 2연속 우승한 이력이 있다. 이런 이유로 ‘드론 명가로 불리는 서대문의 명성에 먹칠이라도 할까’ 싶어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러던 중 강호일 반장이 적극적으로 개인 기체를 빌려주며 한번 날려보기라도 하라고 했다. 그때 처음으로 FPV(First Person View, 1인칭 시점) 드론을 접했다. 조종기를 잡는 어색한 손, 난생처음 써보는 FPV 고글, ‘위이잉’ 하고 날리는 드론의 소리, 마치 처음 자동차 운전을 하는 듯한 긴장감….
떨리는 감정과 동시에 유치한 말이지만 마치 새가 돼 자유롭게 날고 있는 기분 좋은 느낌이 들었다. 손이 시려질 겨울 무렵, 나의 드론 비행은 그렇게 시작됐다.
새로운 파트너와의 만남 “정 없으면 저한테 말씀하세요^^(ㅠㅠ)”
팀으로 대회에 참가하기로 예정됐던 한 구조대원이 갑작스레 내근직으로 자리를 옮겼다. 어쩔 수 없이 새로 팀원을 구해야 했는데 쉽지 않았다.
여기저기 수소문하며 파트너를 찾다가 출전을 포기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기울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같은 팀으로 근무하는 최광석 반장이 큰 결심을 해줘 극적으로 새로운 팀을 결성할 수 있게 됐다.
그는 “드론이라고는 스타크래프트 저그 일꾼 정도로만 알고 있어서 드론 경진대회 출전을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라고 했다.
소방관이 된 지 고작 1년. 화재대응능력, 인명구조사 2급 등 여러 자격시험을 준비해야 해서 드론 대회에 나가기 어려운 상황임을 알고 있었는데도 함께 해줘 큰 감사를 표한다.
서울 대표를 향해 ‘서울소방 드론 경진대회’ 우여곡절 끝에 최광석 반장과 함께 새로운 팀이 결성됐다. 서울 대회까지 남은 시간은 약 한 달. 우린 아직 기본적인 비행 실력조차 완성되지 않은 상태였다.
지하 체력단련실에서 진행하는 비행 훈련 시간을 대폭 늘렸다. 또 작년까지의 정보를 바탕으로 서울 대회에서 우승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전략 회의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올해 서울 드론 경진대회는 종목별로 중점적인 포인트를 달리하며 총 세 종목으로 진행됐다. 대원 두 명이 한 팀이 돼 주ㆍ부 조종자로 임무를 수행했다. 제한된 시간, 주어진 맵 안에서 공간 지각 능력(1종목), 기동 능력(2종목), 탐색 능력(3종목) 등을 각각 평가하는 방식이었다.
1종목은 공간 지각 운용으로 다양한 구조물이 있어 복잡한 도시탐색 구조 훈련장에서 미리 공개된 표적을 기억하고 찾아와야 했다. 우선 대회 평가관은 부 조종자에게 먼저 표적 8개를 공개한다.
표적에는 일정한 글자 수의 문구가 적혀있다. 비행 중 주 조종자 또는 연결된 모니터에서 확인하고 문구를 옮겨 적어야 한다(부 조종자가 주 조종자의 비행 시점을 휴대전화나 패드 등을 통해 시청할 수 있다).
부 조종자는 공개된 8개의 표적 위치를 기억하고 비행 전 주어지는 2분의 준비 회의 시간 내로 주 조종자에게 표적의 위치를 설명해야 한다. 설명을 들은 주 조종자가 얼마나 빨리 비행 코스를 설계하고 최단 시간 내로 표적을 찾느냐가 관건이다.
비행이 시작될 때 부 조종자가 설명하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설명을 듣고 시작한다면 속도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두 조종자 모두에게 현재 내가 비행하고 있는 공간이 어디인지를 인지하는 공간 지각 능력과 암기 능력이 요구된다.
추가로 표적의 문구를 부 조종자가 받아 적어야 하는데 답을 한 자라도 틀리게 적으면 크게 감점돼 동체 시력과 동시에 빠른 전사 능력까지 요구된다.
2종목은 기동 운용으로 지하철 훈련장 내부, 총 2층 규모에 설치된 10개의 장애물을 통과해 최단 시간 내 완주한 순서를 가리는 방식이다. 1종목과 마찬가지로 공개된 장애물 위치를 부 조종자가 미리 확인하고 비행 준비 시간 안에 주 조종자에게 장애물이 설치된 위치를 설명해야 한다.
장애물에는 번호가 1번부터 10번까지 표시돼 있는데 오름차순으로 순서에 맞춰 통과해야 한다. 이 또한 암기 능력이 다소 필요하지만 1종목에 비하면 암기 난도가 낮고 기동성에 비중이 크다.
3종목은 탐색 운용으로 숨겨놓은 비공개 표적 6개를 제한 시간 안에 찾을 수 있을 만큼 찾아오는 방식이다.
이 종목은 주ㆍ부 조종자가 시청하는 화면 내에서 놓치는 부분 없이 샅샅이 탐색해 표적을 찾아내야 하는 눈썰미뿐 아니라 파트너 간의 소통과 팀워크가 상당히 중요하다.
또 주 조종자는 공유되는 화면을 보고 있는 부 조종자가 혹시라도 산만한 비행으로 인해 표적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부드러운 비행에 더욱 신경을 써야 했다.
모든 종목에 팀워크가 필요하지만 팀워크를 맞추기 가장 어렵다고 생각한 건 3종목이었다. 두 조종자가 같은 곳을 바라본다면 화면 내 사각지대의 표적을 둘 다 놓칠 수 있어 소통과 호흡이 굉장히 중요했다.
좋은 성적을 얻으려면 우리가 비행하는 공간에 대한 이해가 우선이었기에 대회 장소인 서울소방학교 답사도 여러 차례 다녀왔다.
도시탐색구조 훈련장과 지하철 훈련장, 챌린지 시설 등 세 곳을 자주 방문하면서 비행 코스는 어떤 식으로 하는 게 나을지, 어떤 식으로 시간을 단축할지, 지형지물에 대해 약속된 명칭을 무엇으로 정할지 등 파트너와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긴 토론을 이어갔다.
뒤늦게 합류한 최광석 반장에게 주어진 연습 기간은 한 달. 이런 상황인데도 먼저 시작한 나보다 더 적극적으로 비행 전략 수립에 관해 고민하며 좋은 의견을 많이 제시했다.
1, 2종목은 빠르고 정밀한 비행이 요구돼 연습 시간이 비교적 충분했던 내가 주 조종자 임무를 맡았다. 대회 규정상 한 종목은 주 조종자를 교대해야 했기 때문에 최광석 반장이 3종목에서 주 조종자 임무를 맡기로 했다.
그렇게 열띤 훈련으로 정신없는 한 달이 지나고 서울 대회 날이 찾아왔다. 이번 대회에는 총 6개 팀이 참가했다. 긴장되는 마음으로 같이 파이팅을 외치며 조종기를 잡았다. 시작은 2종목 기동 운용 종목이었다. 여기서 2등과 꽤 많은 차이를 만들며 1위를 기록해 한층 여유가 생겼다.
2종목이 종료되고 점심을 먹은 후 1종목을 진행했다. 표적의 위치를 잘못 인식하는 실수가 있었으나 다른 참가 팀에도 다양한 변수가 따랐고 다행히 1위를 기록했다. ‘3종목에서는 3등만 하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여유롭게 비행에 임했는데 막상 정말 3등을 하니 조금 초조해졌다.
다행히 결과는 서대문 팀의 우승이었다. 좋은 성적을 거뒀으나 압도적인 점수 차이를 내진 못했다.
이번 서울소방 드론 경진대회는 조종자의 심리를 잘 읽고 표적을 설치해 변별력이 있는 대회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전국 대회에 참가하기엔 아직 실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서울 서대문소방서_ 강동완 : kdw119@seoul.g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5년 9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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