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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화재 대응 체험하는 건설현장 근로자들… 삼성물산이 첫 도입한 화재체험교육장

‘화재예방법’ 시행 등 강화되는 법규 맞춰 ‘실습형’ 교육 시스템 운영
“있을 건 다 있네” 8평 남짓 컨테이너형 교육장서 알찬 교육ㅌ호응 커
화재에 이어 대피요령까지… 건설현장 모든 근로자 ‘필수 이수’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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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호 기자 | 기사입력 2025/09/10 [13:18]

[르포] 화재 대응 체험하는 건설현장 근로자들… 삼성물산이 첫 도입한 화재체험교육장

‘화재예방법’ 시행 등 강화되는 법규 맞춰 ‘실습형’ 교육 시스템 운영
“있을 건 다 있네” 8평 남짓 컨테이너형 교육장서 알찬 교육ㅌ호응 커
화재에 이어 대피요령까지… 건설현장 모든 근로자 ‘필수 이수’ 원칙

박준호 기자 | 입력 : 2025/09/10 [13:18]

[FPN 박준호 기자] = “단순한 소방안전교육, 훈련이라는 마음가짐보단 동료들과 맞닥뜨릴 수 있는 실제상황이라는 자세로 임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가로 3m, 세로 9m, 약 8평 규모의 작은 컨테이너 속. 파란 헬멧과 노란 조끼, 그리고 각종 안전장비를 갖춘 한 남자가 단호한 표정으로 목청을 높였다. 삼성물산 건설현장에 최초로 선임된 소방안전관리자인 최강연 프로다. 현장 취재에 나선 기자도 그의 큰 소리에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화재를 발견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 바로 ‘불이야!’라고 크게 외치는 겁니다. 주변에 다 들리도록 더 크게 외치세요!”

 

그리고 들려오는 근로자들의 힘찬 목소리 “불이야”. 교육받는 이들의 표정에는 다소 어색함도 보였지만 곧잘 소리치며 교육에 녹아들었다.

 

“소화기 안전핀을 뽑고 화재 원점을 향해 소화약제를 분사하세요. 그래도 안 꺼지면 간이소화장치로 진압하세요. 한 명은 관창, 다른 한 명은 밸브 담당”

 

최강연 프로의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스크린에는 붉은 화염이 일렁였다. 긴장감은 한층 달아올랐다. 정신 차릴 새 없이 그는 다음 단계의 진행을 지시했다.

 

“간이소화장치로도 진압하지 못했습니다. 비상경보장치인 발신기를 누르고 코와 입을 팔로 막은 후 낮은 자세로 신속히 이동합니다”

 

교육장 한쪽에 들어선 대피 체험공간으로 근로자들이 이동한다. 내부는 암흑천지다. 피난유도선만 희미하게 보이는 공간을 손으로 더듬으며 빠져나온다. 탈출의 기쁨도 잠시. 최 프로는 또 다른 과제를 이들에게 던진다.

 

“다른 층으로 가보니 피난유도선이 없습니다. 피난유도등만을 보고 대피하세요”

 

공간 속 스피커에서는 사람의 다급한 “불이야” 소리와 경보음이 연신 울려 퍼진다. 최 프로는 모니터로 보이는 이들의 움직임을 살핀다. 순식간에 지나간 두 번의 대피 훈련. 근로자들은 처음으로 어둠 속 공간을 경험했다.

 

▲ 삼성물산이 국내 최초로 건설현장에 투입한 컨테이너형 화재체험교육장     ©FPN

 

이 모든 교육은 건설현장에 구축된 시설에서 이뤄졌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크래프톤 신사옥 건설현장에 국내 최초 도입된 컨테이너형 화재체험교육장이다. 삼성물산(주)가 개발한 이 시설은 오롯이 화재 예방과 근로자의 안전을 위해 고안됐다.

 

삼성물산 소방방재그룹 담당자는 “2022년 12월 ‘화재의 예방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건설현장은 소방안전관리자를 배치해야 한다”며 “건설현장 작업자의 소방안전교육과 훈련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소방안전관리자가 어떻게 하면 이들에게 효과적으로 교육할 수 있을지 고민한 게 출발점이었다”고 말했다.

 

또 건설현장 화재 시 현장 근로자들의 대처 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이론이 아닌 ‘실습형 교육’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삼성물산은 즉시 화재체험교육장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가장 큰 고민거리는 교육장의 형태와 체험 시설 구성이었다. 비교적 짧은 시간 내 가장 효과적이면서 화재 위험을 체감할 수 있는 시스템 구현이 관건이었다. 많은 중장비와 건설 공종의 잦은 변화 속에서도 이동이 쉽고 타 현장으로의 배치까지 가능한 방안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선택한 게 바로 컨테이너형 교육 시설이다.

 

내부에는 이론교육과 평가를 위한 태블릿 PC, TV, 실습용 소화기, 임시소방시설 7종, 경보장치, 그리고 화재 시 암흑으로 변할 수 있는 환경을 고려한 대피 체험공간을 갖추기로 했다. 고민 끝에 두 달간의 제작 과정을 거쳐 지난 6월 5일 화재체험교육장이 탄생했다.

 

 

교육 대상은 건설현장의 모든 근로자들이다. 하루에 두 번(오전ㆍ오후), 한 번에 3~5명이 교육을 받는다. 30분 동안 ▲이론교육(임시소방시설 종류 숙지ㆍ문제 풀이ㆍ영상시청) ▲화재대응(소화기 진압ㆍ경보 작동 체험) ▲피난대응(피난로 대피 체험) ▲집결점호(인원파악 등) 등 네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짧지만 굵은 ‘실전형’ 소방교육이다.

 

교육을 받은 근로자 안전모에는 ‘소방체험 교육 이수 완료’라는 주황색 스티커가 부착된다. 이를 발부받지 못했다면 차기 교육생 당첨이다.

 

이날 현장에서 직접 교육을 받은 협력 업체 소속 A 씨는 “건설현장에서 일한 지 10년 됐는데 그동안 이론교육만 받았지 실제 화재체험을 한 건 이곳이 처음”이라며 “일반 화면으로만 보다가 직접 체험하니 이론교육과 차이가 크고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잘 대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성수동 건설현장의 소방안전을 책임지는 최강연 프로는 “건설현장에서 불이 안 나도록 예방해야겠지만 불가피하게 발생했을 때 근로자들이 우왕좌왕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게 이 교육의 취지”라며 “근로자들의 위기대처능력이 향상되는 게 눈으로 보여 매우 뿌듯하게 교육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방안전관리자로 근무해본 결과 소방은 실전이라는 생각을 강하게 한다”며 “화재체험교육장이 널리 전파돼 이곳뿐 아니라 다양한 건설현장에 설치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삼성물산은 지난 2023년 대형 건설사 최초로 소방방재그룹을 신설했다. 2025년에는 소방 고위직 출신으로 소방기술사 자격까지 보유한 고문을 영입하는 등 안전한 건설환경 선도에 앞장서고 있다.

 

삼성물산 소방방재 담당 고문은 “삼성물산은 현장형 화재체험교육장과 같은 새로운 시도를 통해 화재 예방에 힘쓰고 있다”며 “앞으로 건설현장 근로자뿐 아니라 모든 국민의 안전과 재산 보호를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박준호 기자 parkjh@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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