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폭주 확산, 열전이 차단에 달려”… 킨텍스서 배터리 컨퍼런스“배터리 화재 시 기준치 4천 배 유독물질, 전신보호복 도입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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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시 킨텍스에서 ‘K-BATTERY DAY 컨퍼런스’ 열렸다. © 최누리 기자 |
[FPN 최누리 기자] = 배터리 화재 시 미국 직업 안전 보건 관리청 기준치의 최대 4천 배에 달하는 유독물질이 배출되는 만큼 소방관 안전을 위해 전신보호혹 착용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조언이 나왔다. 또 열폭주 확산을 막기 위한 열전이 억제 방안에 더해 국내도 열폭주 시 가스를 강제 배출해 폭발을 막는 ‘액티브 벤팅’ 기술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11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한국EV기술인협회와 한국이앤엑스가 주관한 ‘K-BATTERY DAY 컨퍼런스’에서 전문가들은 이같이 주장하며 국내 배터리 안전대책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이날 분야별 전문가들은 리튬이온 배터리 관련 기술과 최신 안전 동향, 대응 전략 등을 소개했다.
발표자로 나선 강경석 경기 하남소방서 화재조사관은 ‘리튬이온 배터리 열폭주 이해를 통한 대응 전략’ 주제 발표에서 열폭주 발생 과정을 설명하며 열전이 차단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 화재조사관에 따르면 열폭주 시작점은 음극이다. 배터리 내부 온도가 60℃ 중후반 온도에 도달하면 음극 표면의 SEI(분리막)가 분해되고 이때 분해된 물질이 전해액으로 흘러간다. 이 과정에서 전해액이 가스 상태로 환원되면서 온도를 높인다. 결국 300℃ 이상 온도가 되면 양극 내 산소가 방출되고 배터리 내 에너지가 외부로 분출되면서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그는 “중요한 건 열전이 현상에 의한 열폭주 확산을 차단하는 것”이라며 “연구 분야에선 1개 셀에서 열폭주가 발생하지 않도록, 산업계의 경우 주변 셀로 열이 전이되지 않도록 연구ㆍ개발을 진행 중이다. 소방 역시 효과적인 열전이 억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기차 리튬이온배터리 화재 실험 연구분석’을 발표한 양철규 경기 양주소방서 화재조사관은 배터리 화재 시 발생하는 유해가스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실제 배터리 관련 화재진압에 나섰던 소방관들이 원인 모를 두통이나 구토, 피부 발진 등 증상을 호소했다는 게 양 화재조사관 설명이다.
그는 “배터리 발화부터 소화까지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스와 유기화합물을 분석한 실험결과 헥사클로로에탄과 메틸클로로실란, 아세토나이트릴 등 다량의 유기화합물이 발생하는 걸 확인했다”며 “미국 직업 안전 보건 관리청 기준으로 비교하면 8배에서 최대 4천 배에 달하는 유해물질이 측정됐다”고 밝혔다.
이어 “소방대원들이 자급식 호흡 보호 장비를 착용했음에도 목이나 손목 등 노출된 피부를 통해 독성물질이 흡수돼 발진이 나타났다”며 “호흡기뿐 아니라 피부까지 완벽히 차단하는 전신보호복 착용이 필요할 뿐 아니라 전신 보호와 양압이 가능한 장비 개발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리튬이온배터리 화재폭발안전 국내외 최근 동향’을 발표한 김흥환 경기소방재난본부 소방위는 차세대 안전 기술로 주목받는 ‘액티브 벤팅’을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김 소방위는 “액티브 벤팅은 열폭주 전 오프가스와 수소 등 이상 징후를 감지하면 유독가스와 열을 외부로 강제 배출해 폭발을 막는 제어 기술”이라며 “미국은 NFPA 855, 68, 69 개정을 통해 액티브 벤팅을 도입할 예정이지만 우리나라는 민ㆍ관 모두 액티브 벤팅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이나 발표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과 한국의 배터리 안전 기술ㆍ기준에 대한 격차도 설명했다. 그는 “CATL은 기술력을 통해 열폭주 위험성이 낮은 나트륨 이온 배터리 양산을 올해 말 앞두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새롭게 발표한 전기차 배터리 안전 표준은 열폭주 후 120분간 화재ㆍ폭발 금지 등의 내용이 담겨 전 세계 기준을 뛰어넘는 수준이지만 우리나라 안전 표준 수준은 여전히 뒤처져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컨퍼런스에선 ▲김대년 경북IT융합산업기술원 본부장 ▲서일수 한국드론혁신협회 사무총장 ▲박용성 동서대학교 교수 ▲이연희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 법과학연구센터 경장 ▲김용원 미래모빌리티 대표 ▲이상민 국립한국교통대학교 교수 등이 발표자로 나서 배터리 화재 위험과 안전기술, 산업 동향 등을 소개했다.
최누리 기자 nuri@fpn119.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