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기고] 노후 아파트 화재 취약성, 조기 감지가 생명을 지킵니다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는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특히 지난 여름 부산에서 잇따라 발생한 두 건의 아파트 화재로 어린이 네 명이 희생되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이처럼 가정 내 화재가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는 현실은 우리 주거공간이 얼마나 화재에 취약한지, 그리고 초기 감지 체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더불어 난방기구 사용이 증가하는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화재 위험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지금이야말로 노후 아파트의 조기 감지체계를 강화해야 할 때다.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전국 4만9810개 아파트 단지 중 2만4401개 단지(49%)가 스프링클러 미설치 노후 단지다. 감지ㆍ경보설비 또한 현행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곳이 많다. 특히 2015년 이전 준공된 아파트는 거실ㆍ침실 등 주요 공간에 열감지기만 설치된 세대가 많다. 열감지기는 화재 초기 연기를 인지하지 못해 경보가 늦어지는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어 결국 대피시간 부족과 인명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을 크게 높인다.
반면 연기감지 방식의 감지기는 연기 단계에서 즉시 반응해 경보를 울릴 수 있어 인명피해를 줄이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미국방화협회(NFPA)의 분석에서도 작동하는 감지기가 설치된 가정의 화재 사망 위험이 그렇지 않은 가정보다 현저히 낮은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작은 감지기 하나가 생사를 가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소방청은 2026년부터 노후 아파트(20년 이상) 거주 화재안전취약자(13세 미만, 65세 이상, 장애인)를 대상으로 단독경보형 연기감지기 보급 지원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사업은 취약계층 중심의 제한된 지원이며 전국 단지를 순차적으로 추진하는 방식으로 시행되기 때문에 모든 노후 아파트 세대를 즉시 지원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따라서 정책만을 기대하기보다 가정 스스로 조기 감지체계를 갖추는 적극적인 대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더불어 공동주택에 설치된 대부분의 감지기는 수신기에 연동된 자동화재탐지설비용이어서 세대에서 임의로 작동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관리주체가 실시하는 연 2회 정기점검 시 감지기의 작동 상태와 설치된 감지기의 종류(열ㆍ연기), 교체 필요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열감지기가 설치된 세대는 기존 배선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연기감지기로 교체하는 것만으로도 초기 감지 기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아울러 거실ㆍ침실 등 일부 공간에 감지기가 설치돼있지 않다면 별도의 배선 공사가 필요 없는 독립형(건전지 방식) 단독경보형감지기를 설치하는 것도 중요한 안전조치다. 앞서 언급했듯 이번 보급사업은 취약계층 중심으로 추진되기 때문에 일반 세대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지원까지 시일이 소요될 수 있다. 따라서 감지기 미설치 공간에 단독경보형감지기를 직접 설치하는 것이 화재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즉각적인 대비책이다. 결국 조기 경보체계를 갖추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우리 스스로 감지기를 준비하는 것이다.
화재는 언제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지만 피해를 줄이기 위한 준비는 지금 이 순간 우리 가정에서 시작될 수 있다. 천장에 달린 감지기 하나가 대피 시간을 벌어주고 가족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대전동부소방서는 앞으로도 노후 아파트의 화재 취약성을 시민에게 지속적으로 알리고 안전한 주거환경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대전동부소방서 소방위 이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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