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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대 소방 수장으로 취임한 김승룡 청장이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소방을 재난 대응의 핵심 플랫폼으로 세우고 AI와 로봇 기반의 첨단과학 소방으로 전환하겠다고 한다. 학습 가능한 지능형 조직과 K-소방산업의 도약까지 이끌겠다는 청사진도 담았다.
방향만을 본다면 틀린 말은 없다. 지금 대한민국 소방이 마주한 현실을 생각하면 당연한 얘기일 수도 있다.
구급 이송 지연은 여전하고 전기차와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 등 신종 재난 위험은 기존 대응체계에 큰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대형 산불과 기후재난은 일상이 됐고 현장 대원들의 피로와 정신적 상처도 외면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
하지만 아무리 선명한 비전도 떠받치는 조직 기반이 흔들리면 힘을 잃기 마련이다. 지금 소방의 시급한 과제는 미래를 향한 구호가 아니다. 조직의 토대를 다시 다지는 일이다. 첨단과 혁신도 중요하나 그보다 앞서 바로 세워야 할 건 신뢰와 안정이다.
지난 비상계엄 사태를 둘러싼 논란은 이 점을 무겁게 일깨웠다. 단순히 부당한 지시에 연루됐느냐가 아니다. 본질적인 문제는 진실을 숨기려 했다는 데 있었다. 소방청은 계엄 당일 언론사 단전ㆍ단수 지시와 관련한 사실을 처음부터 투명하게 밝히지 않았다.
국회에 제출한 자료와 답변은 번복됐고 거짓 해명 논란은 꼬리를 물었다. 결국 청장과 차장이 동시에 직위를 잃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다. 국민이 분노한 이유는 분명하다. 권력의 눈치를 본 것도 실망스럽지만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조직이 국회와 국민 앞에서조차 진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장기간 이어진 직무대행 체제는 조직의 불안정성을 더 키웠다. 김승룡 차장 부임과 함께 청장 직무대행 체제가 오랜 기간 이어져 왔다. 화재예방국장과 장비기술국장 자리 역시 공석인 지 오래다.
주요 보직의 공백이 길어진다는 건 단순한 행정상 문제가 아니다. 정책 조정과 현안을 책임 있게 추진해야 할 중심축이 약해졌다는 뜻이다. 업무는 속도를 잃었고 좀처럼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중앙 조직의 장기 공백은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이번 청장 인선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단순히 수장을 세운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그동안 멈췄던 후속 인사를 본격화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이제 차장과 주요 국장 인선이 조속히 이뤄진다면 소방청은 오랜 직무대행 체제에서 벗어나 조직 안정을 되찾고 각종 현안을 추진할 동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지금 시급한 건 책임 있는 후속 인사를 통한 정상화다. 임용권자인 이재명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
소방 앞에 놓인 과제는 한둘이 아니다. 구급 이송체계 개혁과 새로운 유형의 재난에 대응할 현장 역량 강화, 현장 대원 보호와 공정한 보상, 환경 변화에 맞춘 예방정책, 소방산업 육성과 진흥 등 수두룩하다. 과제 해결을 위해선 소방청 스스로 안정된 조직 체계와 흔들리지 않는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
김승룡 신임 청장의 취임사는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선언이다. 그러나 선언만으로 조직이 달라지진 않는다. 다시는 진실 문제로 국민을 실망하게 해선 안 된다. 장기 대행 체제와 공석 상태를 조속히 끝내고 책임 있는 인사로 중심을 바로 세워야 한다.
첨단 소방도 결국 신뢰와 안정 위에서만 가능하다. 지금 소방이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무너진 신뢰를 복원하고 멈춰선 조직부터 다시 뛰게 만드는 일이다.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6년 4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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