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얼어붙었던 대지가 녹아내리는 봄철 산은 어느 때보다 생동감이 넘치지만 동시에 가장 위험한 얼굴을 하고 있다. 기온이 상승하며 얼음이 녹고 토양이 수분을 머금는 해빙기(解氷期)는 산악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시기다.
특히 3월부터 5월 사이의 산악 지형은 낮과 밤의 큰 기온 차로 인해 바위가 균열되거나 낙석이 발생하기 쉽고 눈이 녹아 길의 미끄러움이 심해진다. 설레는 마음으로 오른 산이 예기치 못한 사고의 현장이 되지 않도록 해빙기 산행 시 반드시 지켜야 할 안전수칙을 전하고자 한다.
첫째, ‘낙석’과 ‘발밑’을 상시 경계하자.
해빙기에는 얼어붙었던 수분이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며 바위 틈새를 벌려 놓는다. 이로 인해 작은 충격에도 큰 바위가 떨어지는 낙석 사고의 위험이 매우 높다.
따라서 급경사지나 암반 지역을 지날 때는 가급적 신속히 통과하고 소리나 진동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또한 겉으로 보기엔 마른 흙길 같아도 속은 녹지 않은 얼음이 숨어있는 ‘슬러시’ 상태인 경우가 많으므로 발밑 지형을 꼼꼼히 확인하며 걸어야 한다.
둘째, 변덕스러운 날씨에 대비한 여벌 옷을 준비하자.
도심의 봄과 산의 봄은 엄연히 다르다. 해발 고도가 100m 높아질 때마다 기온은 약 0.6°C씩 낮아진다. 또한 산등성이에서 부는 바람은 체감 온도를 순식간에 영하권으로 떨어트린다.
이런 환경에서는 땀에 젖은 옷이 식으면서 발생하는 저체온증을 방지하기 위해 얇은 옷을 여러 겹 겹쳐 입는 ‘레이어링 시스템’이 필수다. 방수와 방풍 기능이 있는 겉옷과 여벌의 양말, 모자를 반드시 챙겨 기온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
셋째, 등산 장비를 점검하고 단축된 산행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
겨울 장비가 거추장스럽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고지대에는 여전히 잔설과 빙판이 남아있다. 또한 봄철은 해가 길어졌다 해도 산속은 평지보다 빨리 어둠이 찾아온다.
결빙 구간에 대비해 아이젠과 스틱을 반드시 휴대해야 한다. 스틱은 하중을 분산시켜 미끄러운 지형에서 무릎을 보호하고 균형을 잡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또한, 해지기 최소 1~2시간 전에는 하산을 마칠 수 있도록 여유로운 일정 계획을 세우는 것이 안전하다.
철저한 준비에도 불구하고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했다면, 주저하지 말고 소방의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소방은 해빙기 산악 사고를 대비해 산악구조 전문 훈련을 실시하고 주요 등산로에 산악안전지킴이를 배치하는 등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헬기를 이용한 항공 구조부터 전문 산악구조대의 신속한 출동 체계까지, 여러분이 어디에 있든 안전하게 구조할 준비가 되어 있다.
사고 발생 시 119에 신고하되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등산로 곳곳에 설치된 산악위치표지판의 번호를 알리거나 스마트폰의 ‘119신고’ 앱 또는 지도 앱을 활용해 GPS 좌표를 전송하면 더욱 신속하고 정확한 구조가 가능하다. 또한 저체온증 방지를 위해 체온을 유지하며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침착하게 지시에 따라야 한다.
봄철 산행은 겨울의 무게를 벗어던지는 즐거운 활동이지만 자연의 변화를 간과한 방심은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이어진다. 소방은 언제나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 출동 대기 중이지만 최고의 구조는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다.
해빙기 산행 수칙을 숙지하고 장비를 꼼꼼히 점검하는 작은 실천이 우리 모두의 안전한 봄맞이를 보장할 것이다. 올봄, 안전이라는 배낭을 메고 건강하게 산의 정취를 만끽하시길 바란다.
부평소방서 119구조대 소방교 배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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