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군 최초 소방기술사 자격 딴 이종국 중령“비로소 소방기술자 된 기분, 이제 시작라고 생각”
|
![]() |
올해 치러진 106회 소방기술사 시험에서 최종 합격한 이종국 중령(사진). 그의 합격 소식은 소방기술사들 사이에서도 큰 이슈가 됐다. 육군이나 공군, 해군 등을 통 틀어 현역 군인이 소방기술사 자격을 취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이종국 중령은 지난 1988년 공군 시설장교로 임관해 전투비행단 소방구조중대장, 시설대대장, 다이만부대 기지지원대대장, 공군본부 시설사업계획담당, 주한미군기지이전 사업단 지휘시설담당 등을 거쳤다.
현재 국방 시설본부에서 시설사업관리 업무를 보고 있는 그는 소방엔지니어 최고 자격을 얻은 소감을 묻자 “소방분야 최고의 자격인 소방기술사에 합격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이제야 비로소 소방기술자가 된 느낌이 든다”고 했다.
30년 가까이 시설장교의 삶을 살아온 그는 유독 소방분야에 대한 애착이 컸다. 관련 기술 습득을 위해 노력해 왔던 그는 미국에서 재해ㆍ재난 통제과정을 거쳤고 국내 CM 등 다양한 교육 과정을 이수하기도 했다.
특히 수많은 공군의 특수시설 사업 설계와 시공에 참여해 오면서 평소 항공기 격납고와 항공유 저장시설 등 소방시설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가졌었다고 한다.
그는 “NFPA와 미국 DOD 기준으로 설계와 시공하고 있는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 관리는 소방분야의 전문지식을 습득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이 중령은 국내 소방분야의 현실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했다. 그는 “소방업체의 설계와 시공여건이 매우 열악한 상황이어서 품질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분리발주의 시행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군 시설의 화재안전 확보와 소방분야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고 말하는 그를 지난 16일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만났다.
그는 “소방기술사가 소방기술자의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전문지식을 습득하고 지속적으로 노력해서 소방분야 발전에도 꼭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현재 어떤 업무를 맡고 있는지 궁금하다.
지금은 국방시설본부에서 시설사업에 대한 설계 및 사업관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과거에는 그동안 군에서 근무하면서 시설공사와 설계, 시공감독, 기지 시설물 유지관리, 소방시설 점검 및 유지관리, 소방 및 항공기 사고구조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했다. 공군의 대형시설사업 및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에 대한 사업관리 업무를 맡기도 했다.
▲ 업무와 연관된 전문성 확보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들었다.
남보다 특별하게 부단한 노력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미국 Ft Leonardwood Chemical School에서 재해, 재난통제과정과 국내 CM 등의 교육 과정을 이수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또 공군의 특수시설 사업에 대한 설계와 시공에 참여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이 과정에서 항상 항공기 격납고와 항공유저장시설 등 소방시설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업무를 수행했었다.
NFPA와 美 DOD 기준으로 설계와 시공하고 있는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 관리는 소방분야의 전문지식을 습득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 다양한 업무를 보면서 건축물 화재안전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했을 것 같다.
시설공사 설계와 공사 감독업무를 수행하면서 소방분야 설계와 시공에 참여하는 업체가 주로 하도급이나 불법 하도급 형태로 많이 참여하고 있는 것을 봤다. 이로 인해 소방업체의 설계와 시공여건이 매우 열악하고 설계 및 시공의 품질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을 몸소 경험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설계와 공사의 분리발주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최근 시설물이 다양해지고 복합건물도 증가하고 있지만 현행 소방법은 특정소방대상물의 소방시설 설치 기준을 특정소방대상물의 규모와 용도, 수용인원 등을 고려해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설물 사용자나 화재특성이 고려되지 않거나 경제적 가치만을 우선시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 화재 발생 시 대형사고 발생 우려가 매우 높은 게 현실이다. 미국처럼 화재안전을 위한 소방시설이 설계나 시공 시 다른 모든 공종보다 우선 고려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 국내 화재안전 정책에 대한 아쉬운 점은 없었나.
부족한 소견이지만 소방 기술사 공부를 하면서 느낀 것이 있다. 지금의 국가 화재안전기준은 너무 구체적이라는 사실이다. 현장에서 이를 적용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오히려 소방기술자들의 창조적 역량을 제한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쉽지는 않겠지만 다소 제한적이더라도 성능설계 결과에 따라서 국가화재안전기준을 신축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그간 업무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특별한 일이 있다면.
과거 건물 지하 UPS실에서 전기화재가 발생해 화재원인을 조사하는 팀에 참여한 적이 있다. 화재조사에 대한 기본이 전혀 없던 상태에서 전기설계와 시공을 했던 경험을 토대로 화재원인을 분석해 제시했었다.
분석 결과가 상부에 여과 없이 일사천리로 보고됐고 1차 화재조사는 마무리 됐다. 하지만 당시 분석한 화재원인이 가능성은 매우 높았으나 명확한 확신은 없었다.
그런데 2주 후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전문가와 함께 조사결과를 검증하기 위해 조사 팀이 다시 현장에 집결하기로 했다. 당시 내린 결론이 뒤집히는 것은 아닌지 노심초사했던 기억이 난다.
다행히 결론은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섣부른 판단이 타인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이러한 과학적인 소방활동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은 사건이었다.
▲ 소방분야 엔지니어의 길에 첫 발을 내딛었다. 분야 관계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없나.
소방분야는 타 분야에 비해 기술자의 판단과 행동에 대한 책임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순간의 실수나 방심이 막대한 인명과 재산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는 반면 올바른 사고와 책임감, 그리고 소신있는 행동이 많은 인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다고 본다.
어렵고 힘든 여건이지만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소방분야를 발전시키고 나아가 소중한 인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 본인 또한 분야 발전을 위해 힘을 보태고 싶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