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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던지면 맞을 수밖에

꼭 박수가 없어도 사명감 하나로 시민이 부르는 곳이면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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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세근 예방과장 | 기사입력 2007/07/19 [12:43]

돌 던지면 맞을 수밖에

꼭 박수가 없어도 사명감 하나로 시민이 부르는 곳이면 달려간다.

곽세근 예방과장 | 입력 : 2007/07/19 [12:43]


위기에 처한 이들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라도 달려간다는 사명감 하나로 살아온 세월에, 뜬금없이 벌어진 안전사고로 어제까지의 공과는 순식간에 모래성처럼 처참히 무너져 내리고, 눈앞에 펼쳐진 참상만을 놓고 몰아 부치는 싸늘한 여론은 입이 열개인들 침묵만도 못한 구차한 변명에 지나지 않아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죄인이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돌 던지면 맞을 수밖에 없는 극한 상황에 그 유례를 찾기 힘든 사고가 백주 대낮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났으니, 안이한 관행이 저지른 구차한 명분은 싸늘한 여론 앞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고, 너무나도 당연한 어제와 같은 일상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타성에 젖어 되풀이 되는 일상점검에 운명을 걸었던 게 솔직한 현실이었다.
 
늘 최선을 다 하는 소방대원들의 희생정신은 사회각층에서 이미 정평이 났다고 하지만, 당연한 기본수칙하나 지키지 못하고 진행된 체험교육은 아무리 그 목적이 순수했다 항변하지만, 안전의 보루인 소방서 행사에서 결과가 거꾸로 나왔으니 오히려 취지가 무색토록 장래를 더욱 불투명하게 만들어 버렸다.
 
 지난 5월 서울 중랑구 원묵 초등학교 소방안전 체험 행사에서, 초등학생과 학부형을 대상으로 한 안전교육 중 3명의 학부형이 굴절사다리차를 타고 오르다 와이어 줄이 끊기며 바스켓이 뒤집혀 추락 두 명이 사망하고 한명이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인명사고를 가장 중요시하며 시민과 가장 가까이서 친밀감을 나누는 소방관서의 안전교육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안전 불감증이 부른 어처구니없는 참사였다는 언론기관의 집중포화로 몰매를 자초하며 두 손들 수밖에 없었던 일은, 아무려면 어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일인가.
 
 성급한 의욕이 낳은 어설픈 결과는 정말 운 없는 직원 한사람의 안이한 단순사고로 볼 수도 있지만, 유사 이래 비슷한 사고가 일찍이 없었기에 우리는 늘 당연히 그런 줄 만 알고 믿고 살아오지 않았나?
 
 언제 누구 한 번이라도 반복되는 무리한 훈련에 의문점을 가지고, 예리한 관찰력으로 끊어진 와이어 줄에서 나사못 하나까지 세심한 관심을 기울였다면, 오늘 같은 불상사는 사전예방이 충분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남긴 쓰라린 경험은 모두의 타산지석으로 삼을 일이다.
 
 늘 그랬듯이 점검규정만 얽매이지 말고 어느 부서 무슨 일을 하더라도, 장인정신을 가지고 다양한 장비를 다루는 소방업무의 특성을 감안해 내 업무에선 최고소리를 듣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차량이나 장비의 내구연한도 마찬가지란 생각이 든다, 구입에서 폐차까지 사용하는 동안, 전혀 이상이 없는 멀쩡한 와이어 줄을 막대한 예산을 들여 정기적으로 교체하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로 일일점검, 주간점검, 월간점검도 마찬가지란 생각을 해본다.
 
 포크레인 같은 중장비 점검도 날 부러질까 하는 게 아니고 사용하는데 이상 유무를 살피기 위한 점검이기 때문에, 미처 발견치 못할 수도 있으나 사고는 공교롭게도 상상 할 수 없는 너무나 엉뚱한 곳에서 일어나 문제가 된 것이다.
 
 우리들은 늘 타성에 젖어 어제와 같이 배운 상식대로만 답습하다보니 예측하기도 어려운 사고를 접한 것이고, 때문에 사전점검과 가능성을 염두에 둔 안전점검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확실히 챙겨야 할일이다.
 
 이런 와중에 일을 더욱 어렵게 만든 것은 가장 확실한 답을 쥐고 있는 차량 제작사마저 없어져버린 최악의 상황에서, 자문마저 구할 수 없음이 이번사고의 수습에 어려움이 더 컸다는 사실이다.
 
 이제까지의 교육훈련이나 실제 상황에서도 늘 그래왔듯이 무리 없이 넘어가면 이상 없는 줄 알고 그냥 지나쳐 왔음이, 이토록 가혹한 시련이 기다리는 줄 예전엔 미처 몰랐기에 언젠가는 오히려 더 큰 불행을 스스로 자초한 것인지 모를 일이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늘 사고는 예견된 것이고 예상되는 사고를 최대한 줄이는 방법만이 당면과제로, 어느 땐가 충분히 예견된 사고를 당한 뒤 수선 떨 것이 아니라 똑같은 사고를 되풀이 않기 위해서는, 언제나 겸허한 자세로 연구 노력하는 예방점검만이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더욱이 우리 소방업무가 국민들의 관심 속에 쉽게 노출되는 것은, 하는 일이 구조와 구급, 교육과 훈련, 화재진압 등 모든 활동이 늘 장비와 차량이 동반되기 때문에, 그만큼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외줄타기와 같은 아슬아슬한 순간 속에서 진행된다 하겠다.    
 
 앞으로 소방안전 체험교육의 위축이 가져올 파장이 우려 된다.
 제도나 방법은 언제나 더 좋은 방안에 따라 개선해 나가면 되는 것이고 사고를 이유로 무조건 중지하거나 축소하는 일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소를 잃었어도 외양간은 고처야 하고, 자식이 우물에 빠져죽어도 그 물을 먹어야 하는 심정으로 이해를 구하며 수습에 나서야 할 것이다.
 
 유가족들의 애통함을 물질적으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서로 긍정할 수 있는 선에서 타협이 이뤄짐을 위안으로 삼는다.
 
 금번 안전사고를 접하면서 조직의 최고책임자가 직접 나서 당사자들과 허심탄회하고 진지한 마음으로 보상금은 흥정의 대상이 아님을 상기시키고, 허용한도 내에서 최대한 성의를 보임으로써 서로에게 고마움을 느끼도록 분위기를 반전 시킨 것은 탁월한 용병술의 결과로 참으로 다행한 일이었다.
 
 이제 우리는 비가 온 뒤 땅이 더 굳어진다는 진리를 바탕으로 유사한 사고의 재발방지를 위해, 혼신의 무장으로 한없이 추락한 자존심회복에 모두의 직을 걸고 함께 나서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 한 사람이라도 구조하기에 앞서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선 자체 안전사고 방지와 시민을 위한 차량이 갑자기 흉기로 변해 구조는 고사하고 오히려 위해를 가한다면 천하에 이런 불상사가 어디 있겠는가.
 
 우리가 누구인가?
누가 뭐래도 수도 서울의 파수꾼으로 자부해왔기에 시민들은 우리를 믿어 주었고, 그 믿음에 보답키 위해 우리가 물불을 가리지 않았던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꼭 박수가 없어도 오늘도 우리는 사명감 하나로 시민이 부르는 곳이면 달려갈 것이다. 



 
기고자는 서울소방방재본부 예방과장(소방준감)으로 하위직 공무원인 소방사로 소방에 입문한 이래 지난 30여년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데 희생과 봉사라는 주인의식을 가지고 최일선에서 앞장서왔으며, 문학에도 조예가 깊어 그동안 틈틈히 '가장 배짱 좋은 사람', '하늘처럼 대접받고 사는 법' 등 5권의 수필집을 발간하면서 한국소방문학회 5대 회장직을 역임하고 있다(편집자 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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