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지멘스 빌딩자동화사업본부 오민섭 부장 © 최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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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멘스는 독일 베를린과 뮌헨에 본사를 둔 글로벌 전기ㆍ전자기업이다. 세계 소방분야에서도 시장 선도 기술을 보유한 대표 기업으로 꼽힌다.
이 기업에서 바라보는 우리나라 소방산업의 실태는 과연 어떨까. 지난 15일 한국지멘스 본사에서 일하는 빌딩자동화사업본부의 오민섭 부장을 만났다. 그는 국내 소방산업 전반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인물이다. 소방시설 설계와 공사, 감리업 등을 거쳐 신화전자와 한국지멘스에 몸을 담은 지 16년이 됐다.
그는 “도심 속 빌딩들은 대형화, 고층화, 단지화되고 있고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적용한 인공지능 빌딩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소방산업은 이런 트렌드에 발맞추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 소방기술의 대표적인 문제로 화재감지기를 꼽았다. 화재감지기는 얼마나 신속하고 정확하게 작동하는지가 중요하다. 화재 발생 사실을 알려주거나 소방시설을 작동시키는 핵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오 부장은 “선진국에선 비교적 고가이긴 하나 기능 좋은 첨단 아날로그 감지기, 열 복합형감지기, 열ㆍ연기 감지기, 공기흡입형 감지기 등의 수요가 높다”며 “이유는 설치 시 가격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능과 관리적 부분까지 고려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소방제조업체도 조기 감지율이나 정확도가 높은 화재감지기 개발을 위해 많은 자본과 연구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고도 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원자력 발전소나 반도체 공장, 공항, 초고층 등 주요 건축물에만 이런 첨단 감지기들이 적용된다.
오민섭 부장은 “일반 건축물의 경우 요즘 흔히 마시는 커피 한 잔보다 싼 화재감지기를 사용하고 있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며 “화재발생 시 수십, 수백 명의 인명을 구하는 화재감지기의 가치가 과연 제대로 평가받고 있는지는 짚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저가 소방시설의 보편화 원인으로 건축 공정의 특성과 도급 문제를 꼽았다. 일반적으로 건물 신축 예산 중 소방시설 예산은 기계와 전기, 설비 등의 10%에도 못 미친다. 게다가 제품 선정 방식은 대부분 최저가 입찰을 거쳐 소방전기 부분은 일반 전기업체에, 소방설비 부분은 일반 설비업체에 일괄 하도급 처리된 뒤 또다시 소방 전문회사로 도급된다.
그는 “최적의 성능과 품질이 아닌 최소 사양만을 만족하는 최저가 제품이 선정되는 것은 이런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며 “결국 국내 소방용품 제조사도 품질과 성능을 높이기 위한 지속적인 연구개발에 몰두하기 힘들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국내 소방시장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있긴 하다며 지난해 아파트 등 공동주택 거실에 연기감지기를 설치토록 법이 개선된 것을 예로 들었다.
그는 “연기감지기는 열 감지기보다 화재 감지 속도가 2배 이상 빠르고 정확도도 높다. 화재 시 연기가 가장 먼저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인명 사고도 연기가 원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연기감지기 설치 정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바라보는 소방산업의 긍정적인 변화 중 하나는 내용연수 제도의 도입이다. 오 부장은 “필요할 때 제 기능을 발휘해야 하는 소방용품은 시간이 흐르면서 기능의 저하와 상실을 부르는 경년변화가 발생될 수밖에 없다"며 ”내구연한 제도는 소방시설이 정상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산업이 단가경쟁 보다 성능향상에 집중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국가 위상에 걸 맞는 국민들의 안전의식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7~80년대 먹는 것이 문제였던 시대에는 안전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었지만 이젠 1인당 3만 달러 소득의 시대에 접어든 만큼 의식도 변해야 한다. 이런 의식 변화는 제조사들을 보다 좋은 제품 개발에 몰두하게 만들고 우리 자녀들이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살 수 있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믿는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