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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국가직화를 외치는 소방관의 눈물(2) -소방관의 일부는 왜 국가직화를 반대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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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방발전협의회장 소방장 고진영 | 기사입력 2017/09/11 [09:08]

[특별기고] 국가직화를 외치는 소방관의 눈물(2) -소방관의 일부는 왜 국가직화를 반대하는가

(전)소방발전협의회장 소방장 고진영 | 입력 : 2017/09/11 [09:08]
▲ (전)소방발전협의회장 소방장 고진영

소방관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한 소방관 GO 챌린지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진정으로 소방관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은 과연 어떤 것일까. 그 이면에는 소방 국가직화라는 대명제가 존재한다.


그렇지만 일부 소방공무원은 반대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물론 어떤 정책을 두고 한목소리만 나올 수는 없다. 하지만 지방의 현장 소방대원들이 국가직 전환을 반대하는 이유는 좀 다르다. 그리고 그 여론은 무시할 수 있는 수준도 아니다. 그 이유는 또 다른 소방관의 트라우마에서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9년 소방관이 되던 해, 소방제복이 지급되지 않아 자비로 군복을 사 입었다. 그때는 군복과 소방제복이 같았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개인장비 지급은 생각도 못 했고 꿈같은 이야기였다. 24시간 근무하고 다음 날은 무임금으로 각종 행사에 동원됐다. 그렇기에 소방관의 인권이나 권리는 분에 넘치는 이야기였다. 스스로를 현대판 노예라고 칭했던 시절이었으니 말 다 하지 않았나.


그 시절에 비교하면 지금은 천지가 개벽한 것과 다름없다. 이 변화는 어떻게 이뤄졌을까. 이 과정엔 큰 사건이 하나 있었다. 바로 2001년 3월 4일 일어난 홍제동 화재다. 소방관 6명이 순직했다. 이를 계기로 방화복이나 공기호흡기가 개인별로 지급되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개인안전장비에 대한 개념이 생겨났다.


이후에도 이슈가 되는 재난사고에서 소방관의 순직은 이어졌다. 그때마다 조직은 성장하고 근무여건도 개선됐다. 지금의 소방조직은 모두 현장 대원이 흘린 피의 대가로 쌓아 올린 결과물인 셈이다. 이는 소방관이라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공감하는 사실일 것이다.


이런 역사 속에서 이미 세상과 등진 동료들에게 무엇으로도 보답할 수 없는 부채의식은 현장 소방대원의 또 다른 트라우마가 됐다. 그 트라우마를 갖고 사는 소방관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였다. 애써 그 부채의식을 외면하거나 그들의 희생에 대한 정당한 가치와 권리를 되찾는 것.


하지만 그런 노력에서부터 더 큰 문제가 시작됐다. 그건 바로 소방 지휘부에 대한 현장 대원의 불신이었다. 정책적으로 지휘부가 하는 일은 ‘이제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못할 지경이다. 그만큼 지금 소방조직의 상하 간 불신은 심각한 수준이다.


소방 지휘부로서는 억울하고 억지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조직적 한계가 있었다고 얘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언급했듯 개인장비 지급은 홍제동 화재로 인한 소방관의 희생으로 이뤄지기 시작했고, 3교대 근무체계 정착과 비번 날 수시로 동원돼 노역해야 했던 근무환경의 개선은 소방공무원의 초과근무수당소송이라는 것으로 해결됐다.  그때 소방지휘부는 시ㆍ도지사의 입장만을 대변하면서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를 대며 오히려 소방관들을 억압했다.


사비로 개인장비를 사 쓰던 현실에서 지금의 소방청 독립과 국가직화 여론이라는 결과물조차 직을 걸고 1인 시위에 나섰던 현장 대원들이 그 단초를 마련했기에 가능했다. 당시 소방방재청장은 국회에 나가 소신 있는 발언조차 못 했다. 오히려 소방수장으로서 소신 없는 청장이라며 국회의원에게 질타를 받았다. 소방은 현재도 현장 대원 80% 이상이 원하는 당비비 근무체계 하나 제대로 시행하지 못한다.


그리고 고위직 승진에 있어 상대적으로 현장 경험이 적고 출신부터가 다른 소방간부후보생이 독식하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현장 소방대원들은 철저하게 외면받았다.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국가직에 대한 현장 대원의 반대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것이 반대의 진짜 이유다. 어떻게든 지휘부의 반대편에 서서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소방관들이 흘리는 눈물의 정체는 여기서 비롯된다. 쉽게 닦일 성분의 것이 아니다. 동료를 보내고 그 피 위에 서 있는 대원들, 믿었던 동료인 소방 지휘부에게 철저하게 이용당하고 배신당했다는 좌절감이야말로 소방관이 흘리는 눈물의 실체다.


소방 국가직을 반대하는 자들이 이런 속사정을 모르고 소방 내부의 반대 목소리를 논리의 근거로 악용한다면 그건 소방관을 두 번 죽이는 일이 될 것이다.


진심으로 당부하고 싶다. 문재인 정부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일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한 사람들에 대한 국가 보훈이 매우 중요하고 부족함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소방관들의 희생에 대한 보훈에는 많은 것들이 있다.


소방관의 눈물, 그 근본을 닦아 줄 수 있는 것은 그들이 자부심을 품고 국민을 위해 희생하는 것을 영광과 사명으로 당당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가치를 되찾아 주는 일일 것이다. 그것은 곧 국가가 그들의 가치를 지켜주는 일이다. 그리고 그건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가 출발점이 돼야 한다.


새로 출범한 소방청 지휘부와 초대 조종묵 청장의 어깨가 무겁다. 두 번째 상처를 받은 소방관들의 눈물을 닦는 일과 조직 내 신뢰회복은 지휘부의 몫이기 때문이다. 현장 대원들은 이제 더 이상 목숨 이외에는 양보할 게 없다. 이미 너무 멀리 떠나버렸을 동료의 손을 잡아 주는 것은 국가와 국민의 안전 확보만큼 중요한 일이다. 결국, 재난현장에서 국민의 손을 잡아줄 사람은 그들이기 때문이다.

 

(전)소방발전협의회장 소방장 고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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