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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칼럼] 술과 현장 활동 간의 상관관계

소방관 보건안전과 복지가 미래다 <20>

이건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 기사입력 2021/05/10 [10:57]

[이건 칼럼] 술과 현장 활동 간의 상관관계

소방관 보건안전과 복지가 미래다 <20>

이건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 입력 : 2021/05/10 [10:57]

▲ 이건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소방방재신문

얼마 전 한 소방관이 음주운전으로 인해 어린이보호구역 안에 있는 도로 가로수를 들이받아 불구속 입건된 사례가 있었는가 하면 또 다른 소방관은 신고를 받은 경찰의 추격 끝에 붙잡혀 음주운전 혐의로 조사를 받은 일도 있었다.

 

지난해 주한미군에서도 소방대원 한 명이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되면서 운전이 필수인 기본 직무를 수행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해고되기도 했다.

 

소방관 업무 자체가 긴장의 연속이다 보니 회식이나 스트레스 해소 등 다양한 이유로 술을 마시는 경우가 많고 소방대원 사이에서도 술에 대해서는 관대한 경향이 있다.

 

실제로 오래전에는 소방대원이 근무 중 음주를 하기도 했었다. 유난히 출동이 많아 힘든 날에는 술의 힘을 빌리는 게 어느 정도 이해가 되던 시절이기도 했다.

 

간혹 술로 인해 문제를 일으킨 대원도 있었지만 그런 상황에 대해서는 술을 절제하지 못한 개인의 문제로 치부했을 뿐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했다.

 

미국에서도 소방관의 음주 문제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 한 달 전 술을 마신 경험이 있는 소방대원은 약 85% 정도로 보통 한 달에 10번 또는 비번 날 절반 정도를 마신 것으로 집계됐다.

 

이렇게 소방대원이 알코올의 유혹을 쉽게 뿌리치지 못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불규칙한 교대근무가 한 원인이다. 몸이 근무 스케줄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수면장애나 비번 날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 술을 찾는 경우가 있다.


또 하나는 소방조직의 특성상 빼놓을 수 없는 회식문화도 한몫한다. 최근에는 코로나로 인해 모이는 횟수가 현저하게 줄었지만 그런데도 회식을 통해 견고한 팀워크가 만들어진다는 인식에는 큰 변화가 없는 듯하다.

 

한편 직무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음주를 부추기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전문가 상담을 통해 스트레스의 원인을 진단하고 그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번거로운 과정보다는 좋은 사람들과 만나 술 한잔하면서 신나게 웃고 떠들다 보면 긴장이 풀리고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보이는 착시효과에 대한 근거 없는 신뢰가 두텁게 쌓인 탓이다.

 

하지만 음주가 현장 활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 술이 중추신경계의 활동을 억제하기 때문에 비록 적은 양의 술이라도 화재진압 활동이나 구급활동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자칫 실수하게 되면 본인은 물론이고 동료 대원이나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방대원의 보건과 안전기준을 담고 있는 ‘미국방화협회(NFPA)’ 기준 1500에는 술이 깨지 않은 소방대원은 출동이나 기타 임무에 참여하지 않아야 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미국소방서장협회(IAFC)’ 역시 적어도 출동하기 8시간 이전에는 술을 금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의 소방서에서는 ‘정신건강 및 복지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대원들에 대한 음주ㆍ약물 남용 평가와 기본적인 카운슬링을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만약 알코올에 의존하는 증상이 발견된다면 전문가를 통해 진단을 받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도록 한다.

 

알코올 의존증(Dependence of alcohol)은 알코올을 장기간 사용해 알코올과 관련된 문제 행동이 빈번히 나타나고 알코올 금단 또는 내성 등의 신체적 증상이 나타나는 상태를 말한다.

 

아무리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강한 체력과 정신력을 가진 소방대원이라도 술로부터 자유로울 순 없다.

 

세월이 흐르고 모든 여건이 달라진 지금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소방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대원들 스스로가 음주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세워야 하고 조직문화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

 

괴로움을 회피하기 위해 또는 즐거움을 위해 술에 탐닉하다 보면 결국은 그동안 많은 소방관이 쌓아온 소중한 소방의 가치를 훼손하고 직업도 잃을 수 있다.

 

올바른 음주문화에 대한 고민과 효율적인 건강관리를 통해 더욱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소방관으로서의 삶을 살아간다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보다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건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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