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기고] 소방 무선통신보조설비와 재난방송의 공용, 이제는 ‘분리’가 답이다
지하층 재난방송(FM라디오, 지상파 DMB) 중계망과 소방용 무선통신보조설비(이하 무통설비)를 공용하는 문제는 설계와 감리 현장에서 여전히 논란의 중심이다. 법적으로는 허용된 듯 보이나 기술ㆍ관리적 측면에서는 위험 요소가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법ㆍ제도ㆍ기술적 관점에서 짚어보고자 한다.
현행 기준(무선통신보조설비의 화재안전기술기준)에 따르면 아파트 등 건물 지하층에서 FM 라디오 방송과 지상파 DMB 중계망으로 소방용 무통설비를 공용하는 건 조건부로 허용된다.
또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개정에 따라 지하공간과 터널, 지하철 등에서 재난방송(FM 라디오, 지상파 DMB) 수신이 의무화되면서 소방은 무선 교신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무통설비의 공용을 허용해 왔다.
따라서 FM 라디오와 지상파 DMB의 지하층 중계를 위해 무통설비의 DAS(Distributed Antenna System)를 활용하는 것 자체가 법적으로 금지된 건 아니다.
하지만 소방청이나 지방 소방관서의 해석은 제각각이다. 이는 “공용할 수 있다”는 원칙만 있을 뿐 구체적인 설계 기준이나 필터 사양, 관리 책임 등에 대한 세부 지침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 보면 무통설비와 재난방송을 겸용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동일한 중계 시스템에서 완전히 공유하는 방식이다.
둘째는 동축 케이블과 안테나는 공유하되 전단부 증폭기 장비는 대역필터(BPF)를 이용해 소방용과 방송용을 분리하는 방식이다.
셋째는 소방 무통설비와 재난방송 중계망을 완전히 독립된 네트워크로 구축하는 방식이다. 실무적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건 두 번째지만 기술적 논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공용 DAS에서 가장 큰 문제는 주파수 간섭이다. 무통설비는 대략 450~460MHz 대역, FM 라디오는 88~108MHz 대역, 지상파 DMB는 174~216MHz 대역을 사용한다.
주파수 대역이 서로 다르더라도 동일한 증폭기를 공유하면 혼변조나 신호 간섭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증폭기 고장 시 소방 무선통신과 재난방송 신호가 동시에 중단되는 ‘단일 장애점(Single Point of Failure)’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제도적 문제도 있다. 무통설비는 소방청, FM 라디오와 지상파 DMB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리 대상이다. 결국 소방설비와 방송설비라는 서로 다른 제도가 하나의 인프라를 공유하는 구조가 된다.
또 관리 책임 문제가 거론된다. 무통설비는 소방청 관리 대상이지만, 방송 신호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규제를 받는다. 화재 시 중계 장애가 발생하면 그 책임이 소방시설 관리자에게 있는지, 통신시설 관리자에게 있는지 불분명하다는 얘기다.
장비 구조 측면에서 공용의 실익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FM 라디오와 지상파 DMB를 통합한 시스템을 구축하더라도 증폭기 등 주요 장비는 신호별로 분리해야 한다. 주파수 대역 차이로 인해 안테나 정합 문제도 발생하므로 별도의 안테나 구성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무통설비용 Whip안테나와 Dome안테나가 무통설비 주파수 대역에 맞춰 제작되므로 무통설비와 주파수 차이가 많이 나는 FM 라디오 방송의 경우 반사손실(정상값: 14㏈ 이상)과 반사계수(정상값: 0.2이하)가 2~3.5㏈과 0.7~0.8로 각각 악화된다.
VSWR(정상값: 1.5 이하)이 5 이상으로 증가해 방사 효율이 저하되고 심할 경우 구역에 따라 난청 지역이 발생할 수 있다.
그 결과 실제로 공유되는 설비는 동축 케이블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동축 케이블 공유 역시 문제가 있다. 무통설비는 특성 임피던스가 50Ω 동축 케이블을 사용하지만 FM 라디오와 지상파 DMB 방송망은 75Ω 동축 케이블을 사용한다.
따라서 공용을 위해 무통설비와 연결하는 경우 매칭 트랜스포머를 사용함므로써 삽입손실 발생, 반사특성과 VSWR 특성 악화, 상호변조 왜곡 등의 문제가 발생된다.
이러한 점을 종합해 보면 무통설비와 재난방송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하는 방식이 기술ㆍ제도적으로 반드시 바람직한 선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필자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미 많은 비율의 공동주택 건축현장에서 무통설비와 재난방송을 분리해 시공하고 있다.
소방시설의 최우선 가치는 ‘가용성’과 ‘신뢰성’이다. 경제성 논리에 매몰돼 소방관의 생명줄인 무통설비의 장애 포인트(Point of Failure)를 증가, 불확실성에 노출시키고 재난방송의 난시청을 발생시키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무분별한 통합 관행을 끊고 두 설비를 완전히 분리 운영하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상일 정보통신기술사(한양티이씨, 기업부설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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