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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부실 소방 안전시설 방치된 영등포 고시원… “이유 있었다”

소방안전관리자도 없고 시설 점검 보고도 안 하는 ‘사각지대’
4년 전 7명 숨진 종로 고시원 때 문제 겪고도 법 안 고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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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 기자 | 기사입력 2022/04/20 [17:40]

[단독] 부실 소방 안전시설 방치된 영등포 고시원… “이유 있었다”

소방안전관리자도 없고 시설 점검 보고도 안 하는 ‘사각지대’
4년 전 7명 숨진 종로 고시원 때 문제 겪고도 법 안 고친 정부

최영 기자 | 입력 : 2022/04/20 [17:40]

▲ 지난 11일 화재가 발생한 서울 영등포의 고시원 건물


[FPN 최영 기자] = 화재로 두 명이 숨진 영등포 고시원에 엉터리 스프링클러 설비가 설치되고 노후 소방시설이 장기 방치된 이유가 따로 있었다. <FPN/소방방재신문> 취재결과 해당 고시원은 관련 법에 따라 안전시설을 설치한 뒤 이를 관리하기 위한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적으로 소방시설이 설치된 건물은 소방관련법에 따라 ‘특정소방대상물’로 분류되고 소방안전관리자를 배치해야 한다. 또 소방시설 자체점검을 의무적으로 실시해 관할 소방서에 보고하고 문제가 있을 땐 시설 보완을 해야 한다. 이는 건축물의 화재 안전성 확보를 위한 소방관련법의 기본 흐름이다.

 

하지만 해당 고시원은 1977년 인허가 당시 소방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특정소방대상물’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소방안전관리자도, 소방시설을 점검해야 하는 대상물에서도 빠져 있었다. 

 

2011년 최초 ‘다중이용업소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고시원의 다중이용업소 완비증명을 소방서로부터 받으면서 안전시설을 갖췄지만 시설 점검과 관리는 업주에게만 맡겨진 ‘셀프 점검’이 다였다. 

 

영등포소방서에 따르면 해당 고시원은 지난 2019년 2월 11일 한 차례 화재안전특별조사를 받았다.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천 화재 이후 전국적으로 진행된 실태조사다. 

 

이때 고시원에 설치된 소화기가 법적 내용연수 기준인 10년을 초과한 문제가 지적됐다. 사실상 화재에 취약한 고위험 시설인 ‘고시원’이었지만 소방관서의 관리와 감독을 받은 건 이때가 전부다.

 

다중이용업소 완비증명을 받으며 각종 안전시설을 설치하고도 최초 시설 설치 당시 기능을 그대로 유지하는지, 기능적 문제는 없는지 등을 확인하는 점검 실태에 대한 관리ㆍ감독은 사실상 부재했던 셈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2018년 7명이 숨진 서울 종로 고시원 화재 때에도 동일한 문제가 드러났었다는 점이다. 4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바뀐 게 없다. 당시에도 불이 난 고시원에는 자동화재탐지설비 등 각종 안전시설이 들어서 있었다. 그러나 불량 상태로 방치돼 화재 당시 제 역할을 못 했다.

 

▲ 2017년 화재로 7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친 종로 고시원 건물은 당시 소방관련법에 따라서는 특정소방대상물로 분류되는 규모였지만 1983년 지어진 탓에 당시 소방법에 따른 규제를 대부분 받지 않았다.      ©최영 기자

 

2007년 다중이용업소 완비증명을 받은 뒤 종로 고시원의 안전시설 중 화재경보설비는 고장 난 채 장기간 방치되면서 화재 당시 인명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됐다.

 

 종로 고시원이 들어선 건물은 1982년 지어져 특정소방대상물로 분류되지도, 소방안전관리자도 배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방시설 관리ㆍ감독의 사각지대라는 점에서 이번 영등포 고시원과 판박이다. 

 

현행법에서는 다중이용업소 완비증명을 받은 곳은 안전시설의 점검 의무를 업주에게 부여하고 있다. 분기별로 실시해야 하는 이 점검 결과는 1년간 자체 보관할 뿐 소방서에 보고하지 않는다. 

 

건축 허가 때부터 소방시설이 설치된 건물은 1년에 1회 이상 전문업자 등을 통해 자체점검을 실시하고 소방서에 보고되는 체계가 적용된다. 하지만 두 고시원의 경우 소방관서에서 현장에 나가 확인하지 않는 이상 소방시설의 적정 관리 상태를 알 길이 없다.

 

20년이 넘은 노후 안전시설과 간이스프링클러 헤드가 법규에 맞지 않게 엉터리로 설치된 채 방치되는 등 부실 시설이 제대로 관리될 수 없는 현실이 관련 제도에서 시작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오래전 소방시설을 갖추지 않은 상태로 지어진 건물 중 고시원과 같은 ‘다중이용업소’가 뒤늦게 들어와 소방 완비증명을 받은 현황은 별도로 집계조차 안 돼 있다.

 

서울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현황을 파악하려면 다중이용업소 완비증명 대상물 등 보유 정보를 확인해 별도로 집계해야 한다”며 “현재 따로 통계가 나와 있는 건 없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특성을 가진 다중이용업소가 완비증명을 받을 당시 수준의 안전시설을 유지ㆍ관리할 수 있도록 현실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영주 서울시립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고시원 등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사고로 인명피해가 이어지면서 정부에서는 간이스프링클러 등 각종 안전시설 설치를 강화해 왔다”며 “앞으로는 안전시설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점검 결과를 소방관서에 제출토록 하는 등 강화 규제의 실효성 유지를 위한 사후 관리 대책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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