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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S 없는 ROSC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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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양양소방서 안지원 | 기사입력 2022/10/20 [11:00]

BLS 없는 ROSC는 없다

강원 양양소방서 안지원 | 입력 : 2022/10/20 [11:00]

무엇이 중헌 걸까?

교육의 힘은 실로 대단합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현장에 도착한 2명의 구급대원이 환자에게 가슴압박이나 인공호흡을 할 새도 없이 겨우겨우 구급차로 옮기고 이송 중에는 한 명이 운전, 한 명이 처치를 맡아 병원에 도착하면 결국 사망 선고를 받는 걸 보면서 귀소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수보 단계부터 안내를 통해 목격자가 심폐소생술을 하고 다중출동시스템으로 잘 교육된 전문구급대원 5~6인이 현장에서 마치 병원처럼 전문소생술을 통해 ROSC를 해내는 걸 보면 그 변화 속 한가운데서 근무하고 환자를 살려낸다는 게 감격스러울 정도입니다.

 

전문소생술에서 강조하는 팀워크를 비롯해 각종 IV나 기관 내 삽관 등의 술기, 제세동 파형 읽기 등 무엇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습니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그중 가장 중요한 걸 하나 꼽자면 역시 심폐소생술의 기본 중 기본인 가슴압박일 겁니다.

 

아무리 IV와 약물이 사람을 살리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해도, 또 전문기도기가 효과를 발휘한다고 해도 가슴압박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전부 무용지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현장에서 가슴압박을 좀 더 잘하고 품질을 잘 관리할 방법을 함께 고민하고 나눠 보고자 합니다.

 

가슴압박의 원리

1. 심장펌프이론 vs 흉강펌프이론

▲ 심장펌프이론과 흉강펌프이론(출처 clinicalgate.com/cardiopulmonary- resuscitation-2)

 

가슴압박에 의해 내부 혈류가 유발되는 기전엔 크게 두 가지 이론이 있습니다. 

 

심폐소생술을 통해 심장이 직접 눌리고 심실 내 압력이 증가해 순환이 이뤄진다는 심장펌프이론이 있습니다. 가장 흔하게 대중적으로 알고 있는 이론으로 좌심실이 직접 압박되는 것보단 좌심실의 기저부와 좌심방이 압박됩니다.1)

 

다른 하나는 흉강펌프이론입니다. 흉강펌프이론은 심장이 눌리는 것보단 흉강 압력이 변화하면서 흉강 내압과 외압의 차이로 인해 혈류가 유발된다는 이론입니다.

 

현장에서는 두 이론이 크게 와닿지 않을 수 있으나 나중에 기계식 가슴압박 장치에 대한 공부를 하다 보면 이 두 가지 이론을 떠올려야 할 때가 올 수 있습니다. 

 

현재는 하나의 이론이 각각 독립적으로 작용하는 것보단 동시에 작용하며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적용 정도가 달라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2. 고품질 심폐소생술 vs 저품질 심폐소생술… “나는 가슴압박을 잘하고 있을까?”

소방학교나 전문교육과정에서 애니 마네킹에 피드백 장치를 달아 본인의 가슴압박 퀄리티를 측정해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제가 소방학교 교관으로 있을 당시 약 4년이 조금 안 되는 시간 동안 신임반과 경력반, 2급반 등의 가슴압박 데이터 24만여 건을 분석한 적이 있습니다. 신임반이나 2급에 비해 1급이나 간호사가 더 월등할 거란 예상과 달리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마네킹으로 하는 가슴압박은 누구나 평균 이상의 퀄리티를 보여줍니다. 문제는 실제 현장에서 그렇게 하고 있냐는 겁니다. 안타깝게도 몇 개의 연구에서 영 좋지 못한 결과들이 나왔습니다. 어느 지역의 연구에서는 평균 가슴압박의 깊이가 5㎝를 넘지 못하며 hand off time이 지나치게 많이 발생한다고 나왔습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고품질 심폐소생술이 전체 소생술의 6%에 불과했으며 이로 인한 자발순환 회복률의 차이도 명확했습니다.2)

 

우리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교육할 때는 ‘잘하지 못해도 안 하는 것보단 낫습니다’고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할 때입니다. 심폐소생술 결과는 하느냐, 안 하느냐 보단 잘하느냐, 못 하느냐로 나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직업적 전문가로서 근무하는 우리 대원들은 제대로 된 양질의 심폐소생술을 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 짧고 빈번한 심폐소생술 교육이 더 높은 효과를 발휘합니다(출처 2020 한국심 폐소생술 가이드라인 p520).


심폐소생술 교육의 효과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떨어지는 게 일반적입니다. 최근엔 단기간에 집중식으로 교육하는 심폐소생술보다 짧은 시간이지만 자주 교육하는 촉진 세션이라는 교육방식이 권장됩니다.

 

주기적으로 현장을 나가는 구급대원이야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직원들은 짧은 시간이라도 주기적으로 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3)

 

가슴압박 방법(압박과 이완의 비)

압박과 이완의 비율은 1:1로 권장하고 있습니다. 최근 가이드라인에 언급된 한 스터디에서는 압박 비중이 40%(전체 과정에서 이완 시간 > 압박시간)일 때 높은 소생률이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동물실험에서도 50% 미만에서 더 좋은 결과를 보였습니다.

 

다만 아직도 최적의 비율은 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어 압박시간과 이완 시간을 여전히 50대 50으로 같게 하도록 제안하고 있습니다.

 

이완기 비율을 임의로 늘리기 위해 압박하는 손의 뒤꿈치를 띄워 이완기를 지연시키는 일명 ‘지렛대 CPR’이란 방법도 있지만 익숙한 방법이 아니다 보니 충분한 연습 후에 사용하시기 바랍니다.4)

 

1. 가슴압박은 언제 교대해야 할까?

심폐소생술을 교육받은 소방관과 일반인의 차이에 관한 별도의 연구는 없지만 그 차이는 명확하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가이드라인에서는 보통 심폐소생술을 시작하고 나면 1.5~3분 사이에 가슴압박의 깊이가 얕아진다고 하는데 현장은 혼자서 그보다 더한 시간을 해야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실제 대원들을 대상으로 한 훈련에서도 그 정도의 시간이 지난다고 가슴압박 질이 하락하진 않았습니다.

 

그래도 현장, 특히 보호복까지 착용한 상태에서는 추가적인 체력소모가 있을 가능성이 커 2분마다 교대해 주되 리더가 판단해 교체주기를 앞당길 수 있습니다. 구급차 내부에서 한 손으로 가슴압박을 해야 할 땐 더욱 빠른 교대가 필요합니다.

 

체력이 좋은 저년차 신임소방관 같은 경우에도 구급차 내부에서 한 손으로 가슴압박을 하는 경우 처음 깊이는 충분했지만 1분이 지나면서 품질이 떨어지는 양상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산악 같은 야외에서 장시간 이동이 필요하다면 기계식 가슴압박 장치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현장에서는 리더가 판단해 상황에 맞는 적절한 압박 방법과 이송 전술을 구사할 줄 알아야 합니다. 현장의 답은 우리 구급대원이 갖고 있습니다.

 

가슴압박을 도와줄 수 있는 각종 장비

1. 기계식 가슴압박 장치

▲ 루카스(LUCAS)

 

▲ 오토펄스(AUTOPULSE)

 

▲ 이지펄스(EASYPULSE)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꽤 생소했던 장비였지만 이젠 많은 구급대에 보급돼 있고 <119플러스> 매거진에도 여러 번 소개됐습니다.

 

아직 손으로 하는 가슴압박에 비해 명확하게 소생률을 증가시킨다는 증거는 없지만 병원 전을 담당하는 우리 현장에서는 그 중요도와 활용도가 두드러지는 장비입니다. 이송단계에서, 혹은 구급차 내에서, 그리고 레벨 D 보호복을 입은 상태에서 손으로 하는 가슴압박은 품질 저하를 피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경우 리더의 지시에 따라 신속하고 정확하게 적용할 수 있으면 큰 도움이 되는 장비입니다. 하지만 장비에 대한 이해와 훈련이 선행돼야 하고 또 내가 손으로 하는 CPR이 힘들다는 이유로 아무 근거 없이 적용하는 건 피해야 합니다. 

 

어느 회사의 어느 방식이 좋다, 나쁘다를 따질 게 아니라 제조사가 배포한 매뉴얼대로 정확하게 적용하는 게 중요합니다.


2. 피드백 장치

▲ Corpuls(출처 제조사 홈페이지)

 

▲ Zoll(출처 제조사 홈페이지)

 

▲ Philips(출처 제조사 홈페이지)

 

음성 혹은 영상으로 가슴압박의 퀄리티를 측정하고 안내하는 피드백 장치는 교육용 마네킹에서는 광범위하게 보급돼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주로 고급형 제세동기와 연동되는 제품이 보편화돼 있으며 별도의 디바이스를 장착하는 방식, 제세동기 패치에 함께 딸려 나오는 방식 등으로 나뉩니다. 

 

2020 가이드라인에서는 피드백 장치가 소생률을 향상시킨다는 명확한 근거가 없어 새롭게 도입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건 권고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변수가 많고 주변이 어지러운 현장에서 가슴압박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건 확실하므로 여건이 된다면 사용을 고려해 봄이 좋겠습니다. 


호기 말 이산화탄소(EtCO2) 측정 장비

지속적으로 가이드라인에서 중요성이 강조되는 장비입니다. 심폐소생술 중 생성되는 혈류의 양을 간접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장비입니다. 다음과 같이 활용할 수 있습니다.

 

1. 기관 내 삽관의 적절성 

2. 장시간(20분 이상) 계속 낮으면 자발순환회복이 될 가능성도 낮음(단독 지표로 사용해선 안 된다.)

3. 가슴압박의 질 평가: 10㎜Hg 미만일 경우 가슴압박을 교정하거나 시행자 교체

4. 갑자기 정상수치로 증가한다면 자발순환회복 지표로 판단할 수 있음

 

다만 기관 내 삽관이 돼 있는 경우에 한 해 정확한 수치가 나온다는 점, 기도폐쇄 등의 경우 과도하게 높은 수치가 나온다거나 익수 환경 또는 성문상 기도기에 장착할 경우 낮은 수치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참고하면 좋을 듯합니다.

 

EtCO2 장치 역시 우리가 쓰는 고급형 제세동기에 옵션으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 이송하는 차 안에서 가슴압박하며 EtCO2를 모니터링하는 모습. 구급차 내부에서 한 손 가슴압박은 체력소모가 극심하므로 더 자주 교대해줘야 한다.


가슴압박 양날의 검 ‘기관 내 삽관’

2020 가이드라인에서 기관 내 삽관과 성문 위 기도기, 백 마스크 환기의 소생률 차이는 없다고 돼 있지만 이는 사실 병원 전 환경에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이송을 고려해야 하는 병원 전 환경에서 제대로 삽입된 기도기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인공호흡을 적절하게 제공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기관 내 삽관은 비숙련자가 할 때 가슴압박을 오히려 방해하고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대로 성공할 경우 가슴압박을 hand off time 없이 연속으로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을 뿐 아니라 이송 중에도 안정적인 인공호흡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아직 기관 내 삽관을 포함한 전문기도기가 가슴압박의 품질을 간접으로 향상시켜 소생률을 높힌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하지만 숙련된 대원들은 인공호흡뿐 아니라 가슴압박 퀄리티를 올리기 위해 현장에서 충분히 시도해 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치며

가슴압박의 중요성에 대해선 이견이 없을 만큼 공감하지만 때때로 쉽게 놓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복잡한 현장에서 팀 리더들은 신경 써야 할 게 너무나 많고 전문자격을 가진 대원들은 각종 술기에 신경 쓰다 보니 경험이 많지 않은 대원들이 가슴압박을 맡아서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여러 상황에 따라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가슴압박의 퀄리티가 저하될 뿐 아니라 결국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환자는 소생시키지 못한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겁니다.

 

심포지엄이나 각종 교육에서 새로운 술기와 지식을 얻고 현장에서 적용해 보는 것도 좋지만 배움이 많아질수록 초심을 쉽게 잊을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스스로 경각심을 주려고 약간의 사욕을 담아 이번 호를 써봤습니다.

 

그 외에도 가슴압박과 관련해서 하고 싶은 잡다한 얘기가 많았으나 지면 관계상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의문이 가는 내용이나 잘못된 내용, 논쟁거리가 될 만한 내용은 언제든 메일로 연락 주시면 답변하고 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1) 심폐소생술과 전문 심장소생술. 황성오, 임경수 군자출판사

2) Choung Ah Lee e al, Factors Associated with High-Quality Cardiopulmonary Resuscitation Performed by Bystander. Emergency Medicine International. 2020 

3) 한국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 2010, 2015, 2020 

4) 전문구급대원 1과정. 소방청

 

강원 양양소방서_ 안지원 : ajwon119@korea.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2년 10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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