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남부소방서 김대명 소방장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했습니다.>
겨울 날씨라고 하기엔 유난히 화창한 1월의 마지막 날, 요란한 출동벨이 119구조대 사무실에 울려 퍼졌다.
‘구조출동! 구조출동! 서구 마륵동 근로자 매몰 사고 발생’
땅을 파내고 수도관을 설치하는 공사 현장에 토사가 무너져 내리면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4명이 매몰된 사고가 발생했다.
현장으로 출동한 김대명 소방관의 심장은 요동쳤다. 소방차를 타고 현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제발 살아 있기만을 간절히 바랐다. 현장에 도착했을 땐 최초 지령과는 다르게 근로자 4명 중 2명은 스스로 대피한 상태였고 1명은 상반신만 겨우 내민 채 흙더미 속에 하반신이 깊게 깔려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1명은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움직일 수가 없어요. 제발, 빨리 도와주세요”
김대명 소방관의 마음은 다급해졌다. 중장비를 이용하면 구조작업은 쉽게 이뤄지겠지만 전날 비를 머금은 토사는 언제라도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미 추가 붕괴까지 있었던 녹록지 않은 현장이었다.
“팀장님, 이거 중장비 썼다간 2차 붕괴까지 발생할 상황입니다” “그래, 삽이랑 곡괭이 챙겨서 우리가 직접 들어가자”
결국 현장에 도착한 관할센터 진압대원과 추가로 도착한 119특수구조대원까지 삽으로 흙더미를 파기 시작했다. 허리를 숙인 상태로 진행된 작업에 허리가 끊어질 듯한 극심한 통증이 밀려왔지만 멈출 순 없었다.
그렇게 매몰된 첫 번째 근로자를 구조한 뒤 이젠 모습조차 보이지 않은 두 번째 근로자를 찾기 위해 다시 삽을 들고 파 내려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매몰된 위치가 어딘지 정확히 가늠하기 힘든 상황. 김대명 소방관은 흙더미를 향해 소리치기 시작했다.
“선생님, 119구조대입니다. 제 목소리 들리시나요?”
두 손엔 삽을 들고 연신 흙을 파내면서 입으로는 어디 있을지 모를 근로자를 찾기 위해 간절히 소리쳤다. 그런데 그때, 희미하지만 정확하게 “살려~ 살려주…… 여기 있어요”라는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김대명 소방관 그리고 현장에 있던 모든 소방관은 일제히 환호하며 목소리가 들리는 지점에 삽과 호미 그리고 이마저도 여의치 않자 손가락으로 흙더미를 파 내려갔다.
얼마나 지났을까? 마침내 매몰된 근로자의 등이 보였고 서서히 뒤통수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생사를 확인할 수 없는 긴박한 상태. 김대명 소방관의 심장은 다시금 요동쳤다.
그리고 마침내 흙더미 밖으로 눈을 감은 창백한 얼굴이 보였다. 미동도 없는 상태로 발견된 근로자는 이내 힘겹게 눈을 떴다, 감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모두가 숨죽이고 있는 가운데 김대명 소방관을 향해 입을 뗐다.
“아따! 만나서 반갑소” “아~ 선생님! 저도 반갑습니다”
살아 있음을 확인하자 다시금 힘이 샘솟기 시작했고 이내 모든 흙더미를 퍼낸 뒤 현장에 대기 중인 구급대에 인계했다. 어느새 주황색이던 제복은 흙더미로 얼룩져 황토색이 돼 버렸다. 지친 몸을 이끌고 소방서로 향하는 길. 기분 탓인지 유난히 따뜻한 햇살에 힘듦보다 상쾌함이 밀려왔다. 이런 날 가만히 있으면 좀이 쑤실 거 같아 김대명 소방관은 창문을 열고 소리쳤다.
“아! 사람 구하기 딱 좋은 날씨다”
그리고 7개월 뒤 이 사연을 접한 한 방송국에서 김대명 소방관과 근로자가 재회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해 사고 현장에서 다시금 만나게 됐다.
많은 이야기가 오가며 이젠 헤어질 시간, 매몰됐던 근로자는 김대명 소방관에게 말했다.
“살려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러자 김대명 소방관은 대답했다.
“살아주셔서 고맙습니다”
광주소방학교_ 이태영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3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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