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은식 시설공사단체연합회장 “하도급 적정성 심사제도, 민간에도 의무화해야”관급공사에만 의무화된 하도급 심사제도… 부실공사ㆍ경영 악화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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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PN 박준호 기자] = 소방과 전기, 통신, 기계설비 등은 건축물에 없어선 안 될 필수 시설물이다. 각 공종의 성격은 달라 보여도 서로 필요로 하는 유기적인 특수관계를 갖는다.
이 네 가지 공종을 건물에 시공하는 공사업체는 전국에 약 4만4천여 곳 이상이다. 소속 근로자만 최소 150만명이 넘는다. 공사실적은 연간 85조원으로 국내 건설산업의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소방시설협회와 한국전기공사협회,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등 각 분야 협회들은 지난 2017년 2월 8일 연합단체인 시설공사단체연합회(이하 시단연)를 출범시켰다. 시단연은 시설공사업의 건전한 발전과 시공기술 개선으로 국민안전과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시단연의 회장은 각 단체장이 1년씩 번갈아 가며 맡는다. 올해부턴 김은식 한국소방시설협회장이 시단연을 이끌고 있다.
지난달 말 기자들과 공동 인터뷰를 진행한 김 회장은 최근 불거진 철근 누락 등 부실공사 문제와 관련해 “이 사태는 근본적으로 업계 간 저가 출혈경쟁에 따른 부작용”이라며 “불법적인 관행을 방지하기 위한 업계의 자정 노력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도급 공사의 병폐를 막기 위한 분리발주 제도 도입과 적정성 심사제도의 민간 분야 확대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적정성 심사제도는 관급공사에만 의무화돼 있다”며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민간공사는 임의조항으로 두고 있다. 이는 법의 사각지대를 방치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소방공사 등 공종별 분리발주의 가장 큰 장점으론 ‘공정한 입찰기회’를 꼽았다. 소방과 전기, 통신 등 전문업체가 공정하게 경쟁하고 책임소재를 명확히 할 수 있기에 공정경쟁을 위한 최적의 방안임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는 소방산업 분야를 국가기간ㆍ전략산업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내놨다.
다음은 김은식 회장과의 일문일답.
Q. 시단연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시단연은 한국소방시설협회와 한국전기공사협회,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등 4개 시설단체가 침체한 건설산업을 부양하고 업계 간 상생ㆍ발전을 위해 만든 단체다.
그간 시단연은 분리발주 제도 수호ㆍ정착과 각종 법령ㆍ계약제도 개선 등을 위해 노력했다. 또 시설공사 분리발주제도 실증 연구용역을 공동추진하는 등 많은 활동을 했다. 이를 통해 시설공사업계의 권익 보호와 발전을 도모하고 기업경영 환경을 개선했다.
앞으로도 시설공사업계의 공통된 주요 사안에 관해 의견을 수렴하고 공동 대응함으로써 시설공사업 회원들의 육성과 발전을 위해 힘쓰겠다.
Q. 대내외적 변수로 시설공사업계가 힘든 상황이다. 업계 분위기는 어떠한가
최근 원자재 가격 폭등과 경기 침체 등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며 건설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또 노임과 장비 임대료 등 각종 경비가 증가하면서 기업들은 경영난을 겪는 상황이다.
기술자 고령화와 분야 기피 등 기술인력 부족 문제도 시설공사업계에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다.
Q. 건설산업 침체 위기론이 계속되고 있다. 시설공사업계도 영향이 있을 것 같다.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 생각인가
기업의 저가 수주로 인한 출혈경쟁을 멈춰야 한다. 이는 기업의 경영난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국민안전을 저해한다. 최근 불거진 철근 누락 등 부실공사 문제는 근본적으로 저가 출혈경쟁에 따른 부작용이다.
덤핑과 출혈경쟁 등 불법 관행을 방지하기 위한 업계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 더불어 공정경쟁 사회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돼야 한다.
Q. 하도급 공사의 적정공사비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관련 제도의 취지와 내용을 소개해 달라
2020년 5월 20일, 소방시설공사업 분리발주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같은 해 9월 10일 시행됐다. 분리발주 제도로 원도급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됐다.
그러나 시단연 회원사들이 직면한 하도급에 대한 보완장치는 여전히 부족하다. 현재 대부분의 공사업 관련 법령에서 하도급 적정성 심사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관급공사에만 의무화돼 있고 민간은 임의조항이다.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민간공사는 사실상 법의 사각지대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도급 적정성 심사제도를 민간에도 의무화해 시설공사의 품질을 향상해야 한다.
그러면 저가 출혈경쟁이 사라지고 부실공사로 인한 국민 불안도 해소될 거다. 또 적정공사비 확보로 고용 창출과 경영개선 등 여러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거로 기대한다.
Q. 시설공사업계가 공동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현재 시설공사업계는 원자재 가격 폭등과 건설경기 침체 등으로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럴 때일수록 시단연을 중심으로 서로 협력하는 게 중요하다.
시단연은 회원사들의 기업경영 애로사항을 해소하고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를 발굴ㆍ개선해 뒷받침해줘야 한다. 회원사들은 과도한 출혈경쟁 등을 지양하며 건전한 경쟁문화를 형성해야 한다.
또 공사 품질을 향상시켜 국민의 안전과 편익 증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공정한 경쟁과 질서 확립을 통해 시설공사업계가 신뢰받는 게 위기 극복의 돌파구라고 생각한다.
Q. 이번 홍성군청 사태처럼 기술형 입찰을 통한 분리발주 무력화가 업계 이슈다. 시설공사업 발전을 위해선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슬기로운 대처 방안은 무엇인가
최근 홍성군청 신청사 건립과 관련해 당초 홍성군에서 소방과 전기, 통신공사를 분리발주 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세 차례 유찰 끝에 결국 기술형 입찰 방식의 통합발주로 결정됐다. 시단연에서 분리발주를 위해 많이 노력했으나 입찰 방식으로 결정돼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기술형 입찰 등 통합발주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점은 결국 발주자의 공사관리 능력에 있다. 분리발주제도가 원칙인 독일은 전문공사업종만 120여 개가 넘는다. 그런데도 모든 업종을 분리 발주한다.
이는 공사업의 전문성만큼 발주자의 역량도 높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도 통합발주 같은 발주자 편의에 기댈 게 아니라 발주자의 역량 강화와 전문성 확보에 노력해야 한다. 그러면 공사의 전문성과 안전성 확보, 중소업체 육성, 비용 절감 등 여러 강점이 있는 분리발주 방식을 자연스럽게 채택하게 될 것으로 본다.
Q. 소방시설 설계ㆍ감리 분리발주 필요성의 목소리가 크다. 전기ㆍ통신에 길이 열린 상황에서 소방도 시급하다는 의견이다. 제도 개선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해달라
분리발주의 가장 큰 장점은 소방과 전기, 통신 등 전문업체에 공정한 입찰기회가 있다는 거다. 분리발주로 많은 전문업체가 공정하게 경쟁한다면 하자 발생 시 책임소재를 명확히 할 수 있다. 분리발주는 여러 장점과 더불어 공정경쟁을 위한 최선의 방안이기도 하다.
Q. 소방산업계 인력난 문제가 심각하다. 업을 더는 이어가지 못하겠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특히 지방에선 인력을 구하지 못해 폐업한 업체들도 나오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소방기술자 국기직종 선정 필요성이 제기된다. 국기직종 선정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소방업종뿐 아니라 시단연 모든 업계가 인력난과 고령화 등으로 성장동력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국가기간ㆍ전략산업(국기직종) 지정의 목적은 인력이 부족한 직종이나 인력을 양성할 필요가 있는 직종에 한해 국가가 훈련비, 장려금을 지급하는 등 지원하는 제도다.
소방산업은 국기직종이 아니어서 자비를 부담해 교육훈련을 받아야 한다. 이렇다 보니 신규인력의 유입이나 기술자의 기술 향상에 어려운 점이 많다.
소방이 국기직종으로 지정되면 젊은 신규인력의 양성뿐 아니라 해외 인력이 국내로 유입되는 통로가 될 거다. 이를 통해 소방산업 고용창출과 기술자 능력 향상에 큰 효과가 있을 거로 생각된다.
박준호 기자 parkjh@fpn119.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