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영준 제주도회장 “소방시설 공사 분리발주 온전한 정착 위해 최선”30여 년간 제주도서 소방업체 운영… 제6대 제주도회장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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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PN 박준호 기자] = 한국소방시설협회(회장 박현석, 이하 협회)는 소방시설업의 건전한 발전과 회원사의 권익 보호, 복리 증진 등을 위해 설립된 특수법인이다. 11월 기준 우리나라 소방시설 관련 업체 9317개 사 중 72.7%인 6771개 사가 회원으로 가입했다.
협회는 회원들의 기술력 향상과 경영환경 개선을 위한 교육사업, 소방시설 설계ㆍ공사감리용역 실적 관리 등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전국에 14개의 시도회를 두고 있다. <FPN/소방방재신문>은 계속해서 시도회를 찾아 지역의 소방시설업 관련 현안과 시도회장의 업무추진 방향 등을 지면에 담을 예정이다.
여덟 번째로 고영준 제주도회장을 만났다. 고영준 도회장은 소방공무원으로 재직한 특이한 이력이 있다. 제주도 토박이인 고 도회장은 1990년 제주소방에 입직해 약 3년간 공직생활을 한 후 1995년부터 소방시설 공사ㆍ감리업체에서 관련 업무를 수행했다.
고 도회장은 “비록 개인사정으로 소방공무원은 그만뒀지만 한 번 연을 맺은 소방을 떠날 수는 없었다”며 “어느새 30년 넘게 소방인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2005년 전문 소방시설 공사와 소방시설 점검ㆍ관리업체인 (주)세명방재를 설립해 제주도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고 도회장은 “소방시설 공사 분리발주가 시행된 지 4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온전하게 정착되지 않았다”며 “이는 소방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임기 동안 협회 중앙회와 힘을 합쳐 대책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FPN/소방방재신문>이 고 도회장을 직접 만나 더욱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고 도회장과의 일문일답.
제6대 제주도회장 취임을 축하드린다. 출마한 이유가 궁금하다.
약 30년간 제주도에서만 소방업체를 운영했다. 회원사들과 이야기해보면 소방인으로서 자긍심이 없는 분들이 많았다. 그게 너무 안타까웠다. 역대 도회장님들이 잘해주셨지만 회원사와 화합하는 시간이 조금은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오랜 시간 소방으로 밥 먹고 살았으니 3년은 봉사하며 마무리하고 싶었다. 그동안 현장에서 경험하고 느낀 걸 토대로 제주도회(이하 도회)의 발전과 회원사의 권익보호를 위해 열심히 봉사하겠다. 어깨가 아주 무겁고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회원사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성심을 다해 일하겠다.
도회의 가장 큰 현안은 무엇인가.
인력수급 문제다. 인구 고령화 등으로 전국 어디나 소방시설 공사 현장에 인력난이 있겠지만 제주는 특히 심각하다. 제주는 초고령화, 저출생, 청년인구 유출 등 인력난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육지와 동떨어진 섬 특성상 인력 유입이 굉장히 까다롭다. 게다가 소방시설 공사는 배관, 용접 등 소위 3D업종이라 젊은 인력이 오려고 하질 않는다. 이런 상황에선 대형공사 현장을 수주하더라도 사람이 없어 감당이 안 된다.
육지에서 기술자를 데려올 수 있지만 숙박과 식비 등 비용이 두 배로 들어 적자를 보는 상황이다. 더는 방치할 수 없는 이 사안에 대해 오랜 시간 많이 고민했다.
조선 분야는 외국인 근로자를 많이 채용한다고 알고 있다. 우리도 배관공이나 용접공 등은 외국에서 유입하도록 도의회나 정부에 지속해서 건의할 생각이다. 그래야만 해결할 수 있다.
최근 서귀포시종합체육관 건립 과정에서 일괄입찰, 일명 턴키방식이 큰 논란이 됐다.
2026년 제주 전국체전 개최로 서귀포시에 종합체육관 건립이 추진 중이다. 그런데 서귀포시가 설계ㆍ시공의 입찰방식을 일괄로 채택했다.
2020년 소방시설 공사 분리발주가 시행됐지만 서귀포시는 종합체육관이 고난도 설계ㆍ시공이 요구되기 때문에 분리발주 예외조항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는 분리발주 예외사항이 결코 아니다. 이렇게 일괄입찰로 진행되면 제주지역 소방시설업체의 입찰 참여 기회가 아예 박탈당한다. 소방시설 공사 분리발주 입법 취지를 크게 훼손한 것과 다름없다.
도회는 한국전기공사협회,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와 함께 서귀포시의 무분별한 통합발주를 철회하는 내용의 호소문을 제주도지사에게 전달했다.
제주지역 경제 활성화와 중소기업 보호ㆍ육성, 소방시설 견실시공에 따른 품질 향상을 위해 반드시 분리발주는 이뤄져야 한다. 온전한 분리발주 정착을 위해 지속해서 목소리를 내고 중앙회와도 협력하겠다.
올 1월부터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적용 대상이 5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됐다. 이에 대한 대비도 하고 있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안전의무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다. 1월 27일부터 5인 이상 사업장도 이 법의 적용을 받는다.
그런데 회원사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게 있다. 여기서 말하는 ‘5인’은 사무실 정직원 수만 의미하는 게 아니다. 일용직 근로자를 포함해 상시 근무하는 근로자도 포함한다. 우리 직원이 5명이 안 된다고 해당 사항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이를 회원사에 알려야겠다고 판단,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제주지역본부에 의뢰해 교육을 진행했다. 중앙회에도 건의해 최근 서울과 경기, 인천지역 회원사 100여 명을 대상으로 교육한 거로 알고 있다. 앞으로도 소방시설 공사 현장에서의 안전문화정책에 보탬이 되도록 교육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취임 당시 회원사에게 대화와 소통이 이뤄지는 도회를 만들겠다고 공약하셨다.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앞서 언급했듯 그동안 회원사간 대면하는 자리가 없어 얼굴도 잘 몰랐다. 취임 직후 운영위원을 5명에서 23명으로 늘렸다. 분기마다 운영위원회를 개최해 회원사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또 지난해부터 제주지역 소방인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화합하는 ‘한마음 단합대회’를 열고 있다. 회원사뿐 아니라 가족들도 참여해 윷놀이, 노래자랑, 밴드공연 등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했다. 서로 자주 봐야 유대관계가 생기고 유대관계가 생겨야 터놓고 말을 할 수 있다. 화합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더 생각하겠다.
이 밖에 특별히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
소방업계에 당면한 이슈는 소방시설 공사 분리발주 제도의 내실있는 정착과 소방기술자 인력수급 문제 해결이다.
소방시설 공사 분리발주는 협회의 활발한 홍보와 소방관서의 적절한 감시, 소방업계의 자정 노력으로 정착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분리발주가 온전히 정착하면 기업이 적정한 대가를 보장받고 기업의 적정 이윤은 다시 소방기술자 양성에 투자되는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져 인력수급 문제도 해결되리라 전망한다. 이를 위해 도회장으로서 부지런히 움직이겠다. 지켜봐달라.
박준호 기자 parkjh@fpn119.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