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어진에서 형사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전문 변호사 주어진입니다.

 

지난 호에서는 형사 소송에 대한 간략한 정의와 진행 과정, 사건에 피의자(가해자)로 피소된 경우 대응방안을 위주로 살펴봤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형사 사건으로 인해 변호인을 선임할 때 유의할 점에 대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변호인? 변호사? 무엇이 맞는 표기일까?

본격적으로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많은 분이 혼용하시는 단어인 변호인과 변호사에 대해 재미 삼아 간략하게 말씀드릴까 합니다.

 

변호인과 변호사라는 단어는 실무적으로는 의외로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형사 사건을 담당하는 변호사를 변호인(人)이라고 칭하고 형사 사건의 당사자를 피고인(人)이라고 합니다.

 

반면 민사 사건을 담당하는 소송대리인을 변호사라고 칭하고 민사 사건의 당사자를 원고, 피고라고 합니다(즉 人자가 붙지 않습니다).

 

몇 년 전 배우 송강호 씨가 연기한 영화의 제목이 ‘변호인’인 까닭도 그 영화가 형사 사건을 다루는 영화였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용어의 구별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영미법계에서도 관찰할 수 있습니다. 미국 드라마나 영화를 유심히 보시면 아시겠지만 형사 사건의 변호인은 ‘Attorney’로 불리는 반면 일반 변호사 등은 ‘Lawyer’로 구별합니다.

 

물론 이런 용어의 차이까지 <119플러스> 구독자 여러분께서 아실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혹여 형사 사건 상담으로 담당 변호인을 만나 정확한 용어를 구사하신다면 담당 변호인이 내심 놀라는 건 틀림없을 겁니다.

 

그럼 구체적으로 형사 사건의 대응을 위해 변호인을 선임하는 경우 유의할 점에 대해 논해볼까 합니다.

 

어떤 변호인이 좋은 변호인인가?

많은 의뢰인과 상담하면서 제 나름대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형사 사건이 발생해 변호인이 필요한 경우 크게 ① 지인 소개를 통해, ② 인터넷 광고를 보고, ③ 무작정 법원 근처로 찾아가 변호사 사무실 방문이라는 세 가지 방법을 통해 선임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어느 방법으로 변호인을 선임하시더라도 무방하지만 변호인을 선임하기 전에 다음 사항은 꼭 체크해 보시기 바랍니다.

 

1. 변호인이 직접 상담을 진행하는가?

변호사 사무실로 상담 약속을 잡고 방문했는데 사무장 또는 실장이라는 직함의 사람들이 나와서 상담을 진행하는 때도 있습니다.

 

물론 이분들 나름의 노하우와 경험은 있을 것이나 결국 수사입회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은 변호인뿐 이고 형사재판에 출석해 변호할 수 있는 사람도 변호인뿐입니다.

 

따라서 사건 상담을 위해 방문했는데 변호인이 아니고 사무장 또는 실장들이 나와서 “우리 변호사님이 대단한 경력의 소유자고 얼마나 어려운 사건을 많이 처리했는지”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한다면 그런 사무실은 더 볼 것 없이 과감하게 거르는 게 좋습니다.

 

변호인이 아니고 사무장 또는 실장들이 나와서 상담을 진행하는 법률사무소가 생각보다 정말 많습니다. 이들은 결코 사건의 결과를 책임지지 않으며 사건 진행 과정에서 여러분과 동행하는 사람도 아님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반드시 동행인(변호인)을 확인하고 선임하셔야 합니다. 

 

2. 변호인이 나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가?

변호인과 상담하시면서 이 변호인이 내 이야기에 얼마나 관심을 두고 상담을 진행하는지 꼭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보통 변호사들은 일정이 매우 많아 항상 시간이 촉박한 상태입니다. 따라서 갑작스럽게 상담이 잡히는 경우 매우 급하게 상담이 이뤄지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사건의 발단부터 현재 진행 상황까지 의뢰인이 구체적인 사정을 설명하지 않으면 문제해결의 방안 또한 구체적으로 나올 수 없습니다.

 

따라서 변호인과 상담 시 내 말을 얼마나 경청하는지, 내가 가진 궁금증에 대해 얼마나 성실하게 답변해주는지 꼭 체크하시기 바랍니다.

 

3. 변호인이 사건의 결과를 호언장담하지 않는가?

변호사들 사이에서 흔히 오가는 말로 “소송은 생물과 같다”는 말이 있습니다. 즉 그 진행이나 결과가 그만큼 예측하기 힘들다는 겁니다.

 

물론 단순 폭행, 추행과 같은 간단한 형사 사건의 경우 사건 결과를 예측함에 어려움이 없을 겁니다. 하지만 조금만 복잡한 사실관계가 가미되는 경우 사건의 대응이나 합의 진행 여부, 수사관의 수사 의지, 관계 법령, 유사 사건 판례 등에 따라 경우의 수가 무수히 많이 달라지는 게 소송입니다. 

 

이런 사정을 알고 있는 변호인들은 결코 사건 결과를 장담하지 않습니다. 아니 장담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내 사건이 일반인의 상식에 비춰보더라도 복잡한 사건임에도 쉽사리 결과를 호언장담하면서 수임만을 유도하는 변호사인지 잘 체크해 보시기 바랍니다.

 

4. 변호인이 종국적인 문제해결까지 고려하는가?

때로는 변호인을 선임함으로 인해 별것 아닌 사건이 더 커지는 일도 있습니다.

 

특히 최근 학교폭력과 관련해 대수롭지 않던 아이들 싸움이 부모들 간의 법률분쟁으로 격화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부모들 간 법률분쟁의 발단은 일방 또는 쌍방 변호인의 부채질로 인해 유발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빈번합니다.

 

이런 변호인들은 분쟁이 유발돼야 돈을 벌기 때문에 오히려 사건을 키우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변호인과 상담하실 때 상담에 임하는 변호인이 상식적이고 종국적인 문제해결 방안도 함께 검토해주는지, 아니면 법적으로 다소 무리한 주장이더라도 의뢰인의 입맛에 맞게 진행해주겠다고 하면서 소송을 부추기는지도 변호인 선임에 앞서 반드시 체크해보시기 바랍니다.

 

이번 호에서는 변호인을 선임할 때 유의할 점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결국 형사 사건에서 변호인의 역할은 당사자의 조력자이자 동행자입니다.

 

좋은 동행자는 사건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 의뢰인의 심신을 안정시키고 좋은 결과를 능히 유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궁합이 맞지 않는 동행자를 만나면 멀쩡한 사건마저 예상 밖의 나쁜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모쪼록 이번 글이 구독자 여러분께서 든든한 동행자를 선택하는 데 좋은 지침이 되길 바랍니다.

 

환절기에 늘 건강하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법무법인 어진_ 주어진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10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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