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국적으로 균등한 실화재 교육훈련 여건 조성을 통한 소방대원의 현장대응 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2024년 이후 전국 지방소방학교와 교육대 등에 실화재 훈련장이 건립될 예정이다.
이는 소방청 교육훈련단이 강력하게 추진해 국고보조금 등을 확보하면서 가능한 일이 됐다. 2024년에는 서울ㆍ충청ㆍ전북ㆍ경남, 2025년에는 부산과 인천에 실화재 훈련장이 구축될 예정이다.
많은 직원의 땀과 시간, 노력을 바탕으로 5종 훈련장 모두가 포함된 계획이 추진됨에 따라 소방의 진압 분야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수 있는 환경과 토양이 마련되고 있다. 참으로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몇 년간 화재진압 분야의 특성화 교육으로 자리 잡은 실화재 훈련. 이 훈련은 다양한 재난 상황에서의 화재진압 작전에 요구되는 전문적 기술 숙달과 작전 수행 역량 강화를 위해 추진된다.
실화재 훈련 시설은 순직사고 등을 예방하기 위해 현장 경험치를 보완할 수 있는 실전과 유사한 훈련이 진행된다. 최근 진압훈련 분야에서는 최우선으로 마련돼야 하는 필수 훈련시설로 분류된다.
하지만 이런 훈련장들에도 가장 기본이자 시작점이 되는 분기점이 존재한다. 바로 훈련을 진행하는 연료에 대한 부분이다. 연료, 즉 가연물을 어떤 물질로 하느냐에 따라 훈련의 양상과 판도는 크게 바뀐다.
이번 호에서는 실화재 훈련 시 연료에 따른 차이 부분을 함께 나누는 소중한 시간을 갖고자 한다. 모든 곳에 시설이 구축된 이후 발생하는 차이는 결국 이런 출발점과 작은 디테일들 그리고 운영에 관한 소프트웨어가 될 거로 전망된다.
연료 준비 훈련을 위한 가연물 준비에 관한 사항이다.
1. 가스계
가스계는 기본적으로 가연성가스 중 LP가스, 즉 액화가스를 주로 사용한다. 가스 연료 사용을 위한 별도 준비가 필요 없다는 장점이 있다. 훈련시설 설치 시 배관 지중화 매립 혹은 훈련시설의 안전측면이 고려된 동선을 바탕으로 설치됐을 거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점은 한번 고정 설치된 파이프와 점화라인, 점화 위치를 바꾸기 어렵다는 데 있다. 쉽게 말해 늘 나오던 그곳에서만 불꽃이 나온다.
2. 목재 연료계
목재 연료계는 미국 화재 예방 협회(National Fire Protection Association) 표준인 NFPA 1403 Standard on Live Fire Training Evolutions에 과거로부터 대표적인 Class A급 연료로 명시됐을 뿐 아니라 관련 자료를 검색사이트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을 만큼 보편적으로 사용된다(액화가스도 프로판, 천연가스 등과 함께 Class B급 연료로 명시돼 있다).
가스계와의 가장 큰 차이는 운반해야 한다는 점이다. 중량이 가스계보다 무거운 만큼 인적 혹은 기계적 운반이 필요하다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번거로움을 이점으로 승화시켜 원하는 곳에 원하는 만큼의 연료를 준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화재 성상 가스계는 이용이 편리한 만큼 훈련 시나리오의 빠른 반복이 가능하다. 화재는 메인 강사 혹은 점화 전담 강사(경우에 따라 외주 유지보수 업체)의 손에 쥐어진 컨트롤러를 통해 점화되고 발생해 화재발달단계가 플래시 오버 조건으로 빠르게 전환된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주수 훈련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콘크리트 구조물이나 철제 컨테이너 등 뜨거운 열과 차가운 물의 접촉이 반복된다면? 그 결과는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 거다. 바로 훈련장 내구성 악화의 문제로 귀결된다. 내열 성능이 있는 내화 패널로 내벽을 보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럼 가스 연료와는 별도로 시설 부분에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내화구조 훈련시설의 경우 고정형이 되겠지만 컨테이너 시설은 교체를 고려한다면 내화패널 설치가 하나의 추가 옵션이 될 수도 있다.
가스계는 연소범위에 진입하자마자 계속해서 발생하는 스파크 점화원에 의해 즉시 발화되도록 구성돼 있다. 분명 화재 훈련의 안전성은 강화되겠지만 현장과 같은 현실성은 어쩔 수 없이 포기하는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다.
시설의 안전성을 너무 강화한 나머지 가스 연료의 LEL(폭발 하한계) 측정 센서 혹은 온도 센서의 최저온도 감지로 안전시설이 작동하면 모든 훈련시설의 기능이 정지되는, 다시 말해 강제 종료되는 ‘Shut Down’ 기능이 있는 훈련시설도 있다.
안전을 중시하는 운영자는 만족할 수 있다. 반면 운영하는 강사는 교육의 맥이 끊기기에 불만족스러울 수도 있다. 그렇다면 교육훈련의 결과를 현장에 대입하길 원하는 교육생들의 생각은 어떠할까?
굳이 그래프로 표현하자면 아래 정도로 볼 수 있다.
기체 가연물은 상대적으로 연소가 느린 고체 가연물보다 점화ㆍ발화 등 연소반응속도가 빠르다. 그만큼 현상이 종료된 후 냉각되는 속도 또한 빠르다. 마치 일순간의 섬광과도 같다. 이러한 불꽃을 보고 반복적으로 진입ㆍ퇴각과 주수기법을 훈련하는건 분명 장점이 있을 거다.
하지만 더 뜨거운 훈련을 원하는 운영자, 즉 강사진과 더 현실감 있는 훈련을 원하는 교육생의 의지가 만날 때 더욱 많은 가스연료를 주입하고 점화를 반복하다 점화하는 타이밍을 놓치게 되면 폭발이나 현실과는 전혀 다른 화재발달과정 혹은 화재 성상을 접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지극히 개인적으로 ‘화재발달 그래프의 최정점만 경험하는 훈련을 진정 우린 실전과도 같은 훈련이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늘 갖고 있다. 하지만 그 편의성과 반복 가능성만큼은 극대화된 가스계 연료 시설만의 장점으로 인정하고 싶다.
그리고 가스계 훈련시설의 장점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점화(Ignition) 부분이다. 날씨, 습도 등과 관계없이 항시 준비작동상태로 예열만 되면 언제든 점화가 가능해 시간ㆍ인력ㆍ물적 자원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게 최고의 장점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충분한 구획실 내부와 주변 가연물의 지속적인 연소반응을 위한 온도, 추가적인 가연물 열분해를 통한 가연성가스 생성이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가스계는 주 연료로 가스만을 공급해 가동되는 장치이기에 이 부분을 위한 달성이 어렵다. 따라서 온도만이 달성된 가스계 훈련장은 종종 예상치 못한 역중성대, 즉 중성대가 아래로 깔리고 구획실 상부는 환하게 시야가 확보된 현상을 맞이하게 된다.
외국의 유명 소방학교들이 안전성과 편의성뿐 아니라 특장점을 고려한 훈련시설 구축 시 별도로 컨테이너를 추가 도입해 일반 고체 연료인 Class A 목재 연료계 훈련장을 구비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을 거다.
앞서 언급했듯이 소방청을 비롯한 전국의 많은 소방관이 땀과 시간, 노력을 다해 현장대응능력을 향상하고자 만들어지는 실질적인 훈련장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늘 목적을 잊지 않고 방향을 잡아야만 항해선은 좌초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린 종종 영화와 소설 등을 통해 키를 잡고 방향을 바꾼 항해선에서 다른 배로 갈아타고 가버리는 상황을 접하곤 한다. 방향이 바뀐 배에는 선원들만 남는다. 항해선의 최초 목적지는 어디였을까.
모든 것에는 장점과 단점, 양과 음이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가장 현장에 맞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아닐까.
다음 호에서는 집진과 운영에 관련된 실질적인 비용과 교육훈련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보고자 한다. 부디 우리의 항해가 목적지에 다다르길 기원하며….
서울 은평소방서_ 이형은 : parkercorea@gmail.com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12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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