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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간의 세월호 이야기- 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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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119특수구조단 한정민 | 기사입력 2024/05/02 [10:00]

6개월간의 세월호 이야기- Ⅸ

서울119특수구조단 한정민 | 입력 : 2024/05/02 [10:00]


올해로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0년이 흘렀다. 누군가에게는 그냥 스쳐 지나간 일이겠지만 누군가에겐 평생 잊지 못할 한으로 남았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무기력했던 그 시간을 떠올리며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아 한다. 

 

‘헌법’ 제34조 제6항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 신체 및 재산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 

 

이렇게 대한민국 법률에는 국가가 해야 할 의무가 명시돼 있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가장 큰 의무가 있다. 그렇기에 국가가 존재하고 국민이 국가를 지키려고 하는 것이며 세금을 내는 이유다. 

 

세월호 참사를 두고 교통사고와 다를 게 뭐냐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과연 그들이 이런 상황에 맞닥뜨렸다면 그렇게 얘기할 수 있을까. 재난과 사고는 주기적으로 발생한다. 그게 타인에게 일어날지 내게 일어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런 재난과 각종 사고로부터 최대한 피해를 줄이려면 방관자가 돼선 안 된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바지선 교체

태풍 ‘너구리’가 북상함에 따라 세월호 선체 수색은 중단됐다. 언딘 리베로호도 목포 대불항으로 피항해야 했다. 리베로호에는 최소 인원만 남기고 팽목항으로 경비정을 이용해 철수했다.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과 마주치기 싫었던 나는 팽목항으로 가지 않기로 했다. 지휘부에는 소방 장비가 바지선에 있어 관리가 필요하다는 핑계를 댄 후 리베로호를 타고 대불항으로 향했다. 

 

혼자 남아 아무 생각 없이 선실에 누워있으니 그리 좋을 수가 없었다. 대불항으로 정박해 있을 때 바지선에 압수 수색이 들어왔다. 수색 작업을 하는 바지선에 압수 수색을 하는 게 좀 의아했는데 그 이유를 알아채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태풍이 지나가면 수색 작업에서 언딘과 리베로호가 빠진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곧이어 언딘을 수색에서 배제하기로 잠정 결론 내렸다는 뉴스가 JTBC를 통해 단독 보도됐다. 그렇다. 모든 일에는 기승전결이 있고 이유가 있다.

 

7월 12일 수색 작업이 재개됐고 나는 현대 보령호로 옮겨 탔다. 현대 보령호는 길이 82, 폭 26, 높이 4m의 대형 바지선이다. 진도–제주 해저 케이블 공사에 투입된 이력이 있다. 

 

▲ 마스터에서 바라본 현대 보령호

 

리베로호에서는 한 달 넘게 밖에서 자던 생활을 청산할 수 있었다. 바지선 근무자들의 배려로 근무자들이 근무할 때 비어있는 침대를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매번 바뀌는 침대였지만 그래도 바닷바람을 맞는 밖보다는 훨씬 좋았다. 

 

보령호로 교체될 때는 해경이 침실을 정해 줬다. 다만 한때 존경했던 분과 같은 침실을 써야해서 그게 좀 어색하고 불편했다.

 

전설과의 만남

나는 부사관으로 5년간 해군 UDT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전역했다. 원해서 간 군이지만 전역 후에는 그냥 마음속에 간직했다. 군 시절 부대에서 전설로 여기는 분이 있었다. 워낙 귀에 박히도록 선배들에게 들어서 한 번 뵈면 영광이겠다 싶었다. 

 

전역하고 소방에 합격한 후 임용 대기 중에 잠시 전우회 일을 도왔다. 그때 전설의 그분을 만나뵐 수 있었다. 전우회 회장님이셨기 때문이다.

 

그런 그분이 잠수사 안전 지원단장으로 오신다고 해서 ‘이건 아니다’고 혼자 생각했었다.

 

군에서 한ㆍ미 합동 훈련 때 미 SEAL TEAM 한 명에게 안 되는 영어로 “너희가 너의 나라에서 최고지?”라는 같잖은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그때 그 팀원이 손사래를 치면서 “No, No”를 연발했다. 각자 분야에 따라 다르다는 거다. 

 

그때 느낀 게 많았다. 그렇다. 사람은 각자 다 다른 능력을 갖추고 있다. 내가 아는 전설 속의 그분은 특수전 전문가이지 수중 구조의 전문가는 아니다. 잠수에 대해 잘 알지만 잠수라는 게 범위가 워낙 넓고 세분돼 모든 것에 전문가가 될 순 없다. 

 

이분과 팽목항에서 재호흡기 투입에 관해 잠시 얘기를 나눴다.

 

“한 팀장, 재호흡기로 하면 더 장시간 잠수할 수 있고 안전한데 투입하는 건 어때?”

 

“재호흡기 사용은 좀 힘들 것 같습니다”

 

▲ 미국 재호흡 잠수팀

“미국 재호흡기 팀도 와 있고 지금 실종자 수색이 고착 상태에 빠져 있으니 이 시점에 투입해야 해”

 

“회장님! 회장님은 우리 군 출신들에게 존경을 받으시고 전설로 여겨지는 분입니다. 그건 회장님이 군 시절에 쌓아왔던 해군 특수전에 관한 업적 때문입니다.

 

지금은 특수전이 아니고 구조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오셔서 지금 하는 작업에 대해 불신하고 재호흡기 투입을 말씀하신다면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저희 군 출신들에게 존경받는 전설로 남아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정말 내 마음이 그랬다. 그런 그분과 같은 침실을 사용하게 됐으니 어색해도 너무 어색했다. 그래도 다행히 며칠 안 오셔서 그 침실은 거의 홀로 독차지하게 됐다.

 

진전이 없는 수색 작업

수색 작업은 늘 똑같이 진행됐다. 온갖 장비 업체들이 수색에 좋다고 지원하는 첨단 장비를 사용해 봤지만 이 사고 현장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사용한 장비는 전자코다. 그러나 기억 속에는 이 장비가 유용했다고 할만한 실적이 없다. 

 

많은 실종자를 인양하고 난 후라 실종자 발견은 더디기만 했다. 시간이 많이 흘러 선체 내부가 대부분 붕괴된 것도 작업이 더뎠던 이유 중 하나다.

 

▲ 세월호 내부(격벽 등) 붕괴 현황

 

이때는 실종자 가족분들도 얼마 남지 않았다. 혹여라도 실종자를 찾고 인양하면 차마 가족에게 보여주지 못할 정도로 많이 부패해 있었다. 반복되는 하루하루를 늘 해왔던 것처럼 처음보다는 익숙하게 지냈다.

 

보령호로 옮긴 후 해경 경비함에서 잠수사로 활동한 직원과 일주일씩 교대로 안전 담당관 역할을 맡기로 했다. 일주일은 바지선에서, 일주일은 남양주 본대 항공팀에서 근무했다. 수색이 언제 종료될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었다.

 


독자들과 수난구조에 관한 다양한 얘기를 나누고 싶다. 사건ㆍ사례 위주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자 한다. 만일 수난구조 방법에 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e-mail : sdvteam@naver.com facebook : facebook.com/chongmin.han로 연락하면 된다.

 

서울119특수구조단_ 한정민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4년 5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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