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홀 사고 지난 2024년 8월 29일에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연희동 성산로 모래내 고가차도 인근 도로에서 운행중인 차량이 싱크홀에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82세 남성 운전자가 중상을 입었고 조수석에 타고 있던 76대 여성은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심폐소생술(CPR)로 의식을 회복하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싱크홀은 지반이 내려앉아 지면에 커다란 구멍이 생기는 현상인데 도심지역에서 발생하는 이 현상은 싱크홀이라는 단어보다 땅꺼짐 현상이 더 적절한 표현이다. 싱크홀과 비슷한 용어로 포트홀(Pot hole)이 있는데 이는 도로표면에 아스콘 노후화, 자재불량, 과도한 차량통행 등에 의해 포장면이 국부적으로 떨어져 나가 파손되는 현상으로 싱크홀과는 달리 그 크기가 매우 작다.
싱크홀의 발생 원인은 자연적 원인과 인공적 원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 자연적 원인은 지표면에 노출된 석회암, 퇴적암 등이 지표수나 빗물에 의해 용해되면서 발생하는 용해형 싱크홀, 표층의 모래질 퇴적층이 암반층 공동으로 유입되면서 표층이 가라앉는 형태의 지표 침하형 싱크홀, 지표에 점토질 흙이 많이 포함된 퇴적층이 존재하는 지역에서 암반 내부에 공동이 발생한 후 표층의 흙이 공동 내부로 유입되는 지표붕괴형 싱크홀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종류의 싱크홀은 우리나라에서는 잘 발생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강원도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화강암이나 편마암으로 구성돼 있어 이러한 암반들이 물에 의해 용해되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싱크홀은 자연적 현상보다는 인공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싱크홀은 자연적인 지질현상이기 보다는 지하시설물과 지하구조물로 인해 도심지역에서 발생한다.
싱크홀에 대한 관심은 2014년 8월 5일에 서울 잠실 석촌호수 인근 지하차도에서 지반침하현상이 발생하면서 대두되기 시작했다. 당시 싱크홀이 발생하자 발생 원인을 조사하지도 않고 덤프트럭 15대 분량의 흙을 부어 싱크홀을 메워버렸지만 이틀 후에 같은 위치에서 싱크홀이 다시 생기고 말았다. 2018년 12월 4일에는 백석역 인근에서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열배관이 터지면서 지진이 난 것처럼 도로를 갈라놓았고 마침 이곳을 지나가던 승용차가 지반이 침하된 도로로 추락하면서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8월 29일 연희동 사고 이후에도 종로에서 1.5m의 땅꺼짐 현상이 발견됐고 강남 언주로 인근에서도, 대구 동구에서도 1.2m정도의 땅꺼짐이 발생했다.
과거 5년 동안 전국에서 약 1천여건의 씽크홀이 발견됐다. 국토교통부의 자료에 의하면 2019~2023년 싱크홀 사고는 총 957건 발생했다. 연도별로는 2019년 193, 2020년 284, 2021년 142, 2022년 177, 2023년 161건이다. 도심에서 발생하는 싱크홀의 원인은 지하구조물의 공사, 노후된 상ㆍ하수관로 등의 파손, 지하수 유동변화에 따른 토사유실 등으로 주로 지하공간의 개발과정에서 발생한다.
사고원인 사고 직후 서울시는 사고가 발생한 장소를 임시로 복구하고 사고 지점을 기준으로 500m씩 총 1㎞의 구간에 대해 지반레이다탐사(GPR, Ground Penetrating Radar)를 실시했다. 탐사결과 사고지점으로부터 30m 떨어진 곳에서 땅 꺼짐 현상이 추가로 발견됐다. 이곳의 도로포장을 제거 후 하부를 확인해 보니 하수관의 연결부위가 손상돼 발생한 누수로 인한 지반침하사고였다. 하지만 정작 사고가 발생한 지점에서는 사고원인을 찾지 못했다. 사고발생지점은 산 능선을 절토해 만든 풍화암 지대로 연약지반이 아니었고 수도관 파손이나 누수 같은 것도 없었다. 싱크홀의 발생원인이 지하시설물의 파손이 대다수인점을 감안할 때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었다.
도심지 지중에 매설된 상하수관, 전기 통신관로 등과 같은 시설물들은 시공 후 주변 지반ㆍ뒤채움 흙의 다짐 등의 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지반침하가 발생한다. 특히 상하수도관은 노후화 또는 충격에 의해 파손되기 쉽고 집중호우로 인한 우수의 유입으로 연약지반이 생길 경우 배관의 연결부가 손상되기도 한다. 이 경우 누설부분 상부의 흙이 유실됨에 따라 지표 붕괴형 싱크홀과 같이 붕괴가 발생한다. 2014년에 발생한 국회의사당 앞 싱크홀, 2015년에 발생한 삼성중앙역 주변의 싱크홀은 매설관 파손에 의한 토사유실로 인해 발생했다.
현재 서울시내의 하수관로는 시공한지 20년이 넘는 관로가 전체의 70%를 차지하지만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사회인프라의 안전성 검토에는 인색해 미리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터널ㆍ지하구조물 건설 시에도 관리부실에 의해 다량의 지하수와 우수가 유입될 수 있다. 이 경우 지중에 공동이 점차 커지고 확대돼 싱크홀 사고로 이어지게 된다. 특히 지하도로나 지하철 공사 시 방수공법의 차이로 인해 누수현상이 발생될 수 있다. 2014년 8월 5일 석촌호수 인근 지하차도에서 발생한 지반침하현상도 지하철 9호선 건설을 위한 터널공사가 원인이었다. 원래 잠실은 1925년 한강 대홍수 당시 섬이었던 곳으로 당시에는 잠실도라고 불리던 곳이다. 잠실도 남단의 물길을 막아 육지화한 곳이 현재의 잠실로 이곳은 한강 인근에 인접한 대표적인 연약지반층이다. 따라서 지하철 공사와 같은 터널굴착 시 붕괴위험이 높은 곳이었지만 공사중 지반보강미흡, 토사량관리 미흡 등으로 인해 침하가 발생했다.
이러한 원인들 이외에 지하수의 흐름 교란, 지하수위의 변화로도 싱크홀이 발생할 수 있다. 과다한 지하수의 사용, 대형 신축건물 공사, 지하철 공사 등으로 지중의 지하수가 과다하게 유출될 경우 주변 영역의 지하수위가 낮아져 지반침하가 발생하기도 한다. 2014년에 발생한 영종하늘도시 싱크홀 사고도 이러한 원인으로 인해 발생했다. 서울시의 경우 지중에는 지하철노선이 거미줄처럼 얽혀있는데 지하철 인근 지하수위가 최근 10년 동안 1.7m 낮아졌다고 조사된 바 있다.
금번에 발생한 연희동 싱크홀 사고는 사고발생지점에서 170m 떨어진 사천 빗물펌프장 유입관로 공사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는 사고지점 인근에서 2020년부터 하절기에 집중되는 빗물을 홍제천으로 뽑아내는 우수관로 조성사업을 109억원을 투입해 시작했다. 당초 2022년 6월 끝날 예정이었지만 공사 중 큰 암반을 만나 공사도중 중단돼 준공시기가 2025년 6월 30일로 연기됐다. 공사방식이 지표면에서 소정의 깊이까지 굴착하는 개착식 공법이 아니라 터널 방식의 공법으로 공사중에 물이 유입됐거나, 2024년 하절기 집중호우로 인해 배수관로의 용량한계로 도로상에 고인 물이 땅 속으로 침투했을 가능성도 있다.
사실 우리나라가 지하시설물이나 구조물 공사 시 지반 함몰의 위험성을 인식해 지하안전성평가를 의무화, 시행한 시기는 2년 전에 불과하다.
지반 침하로 인한 위험을 방지하고 공공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일명 지하안전법)은 2022년 1월 28일에 시행됐다. ‘지하안전법’에 의해 국토교통부장관은 지반침하를 예방하기 위한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
이 법에 의하면 일정 규모 이상의 지하 굴착공사를 하는 사업을 하려는 경우에는 지하안전평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 법은 기존 공사에 대해서는 소급적용을 하지 않아 2020년에 착공한 사천 빗물펌프장 토공사에는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도시화의 문제점 우리나라는 국가 전체 면적의 16%에 불과한 도시지역에 전체 인구의 91.2%가 거주하고 있다. 게다가 인구밀집과 교통량 증가로 인해 대부분의 도로를 지하화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연희동 싱크홀과 유사한 사고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한 문제로 인해 국토교통부는 2015년부터 우선 서울 송파구, 부산 해운대구, 대전 서구 등 3개 구를 시작으로 지하에 매설된 관로의 노후상태, 지하터널 굴착과정의 관리, 연약한 지반ㆍ지하수 등에 대한 정보를 조사해 지하공간통합지도를 구축하는 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2017년에는 전국 8대 특ㆍ광역시와 수도권 6개 시(성남, 용인, 부천, 광명, 과천, 안양)에 대한 통합지도 구축을 완료했으며 전국 시급지자체에 대한 통합지도 구축을 완료했다.
문제는 이러한 조치들로는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그동안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기본계획에 따른 정기점검 이외에 시가 별도로 추진하는 특별점검, 공사장 주변 집중점검 등 다양한 지하공동 조사를 실시해 왔다. 올해는 예산 50억원을 투입해 2024년 8월까지 도로 5787㎞를 조사하고 공동을 559개 발견했다. 사실 금번 연희동 싱크홀 사고 현장도 이미 지난 5월에 조사를 했던 곳이다. 하지만 당시 GPR에서는 지하공동이 발견되지 않았다. 조사 당시 실제 공동이 없었을 수도 있고 있었지만 GPR 판독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을 수도 있다. GPR은 탐사 가능한 깊이가 지면으로부터 5m까지로 그 이상은 불가하다. 게다가 흙이 물에 젖어있는 경우에는 전자파 투과가 어려워 탐사깊이는 더 낮아진다.
현재 정부가 구축한 지하공간통합지도가 얼마나 정확하고 실효성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지하공간통합지도의 핵심은 지하정보가 얼마나 신속하게 갱신되느냐다. 수시로 발생하는 지하공사에 관한 정보와 더불어 지하수의 변동과 연약지반 발생여부에 대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갱신돼야 활용도가 높아진다.
해외에는 그동안 싱크홀 탐사를 위한 여러 기술이 개발돼 적용되고 있다. GPR 외에도 다중채널 표면파 탐사, 전기비저항탐사 등과 같이 도로의 포장을 손상시키지 않고 탐사를 수행할 수 있는 여러 기술이 개발됐다. 미국은 3차원 지하 투시 이미지 레이더(GPiR, Ground Penetrating Imaging Radar)를 오래전에 개발해 사용하고 있고 GIS를 활용한 싱크홀 예측 기술, 인공위성ㆍ항공사진 등 영상자료를 활용한 광역 싱크홀 위험지역 파악기술 등 다양한 기술을 개발해 싱크홀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또한 싱크홀 사고 발생 시 관련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재해성 지반침하 및 함몰’에 대한 보험상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향후 우리나라의 싱크홀 사고는 더욱 증가할 것이다. 상하수도배관, 열배관 등의 기존 인프라 시설들이 계속 노화되고 있고 지하차도와 지하철 노선들이 더욱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큰 재해가 발생하기 전에 싱크홀문제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지하안전법’ 제정, 지하공간통합지도 구축 등과 같은 정부의 대책 이외에도 지하시설물이나 구조물 공사에 대한 설계ㆍ시공기준 강화와 더불어 사회적 관심도 필요한 시점이다.
김훈 리스크랩 연구소장(공학박사/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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