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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빨간불 멈춤 없이 달린다”… 전국 확대되는 긴급차량 우선 신호시스템

관할 지역 작동 방식에서 시군 경계 넘어도 끊김 없는 광역 체계로 발전
소방관들 “심리적 안정감 커” 호평… 대원 안전 위해 확대 설치 목소리도
교통연구원, 법적 근거 마련하고 통합 센터 통한 출동 체계 지원 등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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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누리 기자 | 기사입력 2026/03/03 [10:00]

[ISSUE] “빨간불 멈춤 없이 달린다”… 전국 확대되는 긴급차량 우선 신호시스템

관할 지역 작동 방식에서 시군 경계 넘어도 끊김 없는 광역 체계로 발전
소방관들 “심리적 안정감 커” 호평… 대원 안전 위해 확대 설치 목소리도
교통연구원, 법적 근거 마련하고 통합 센터 통한 출동 체계 지원 등 제안

최누리 기자 | 입력 : 2026/03/03 [10:00]


1월 14일 오후 1시 13분께 경북 안동시 정하동의 한 교차로. 환자를 이송하던 119구급차가 덤프트럭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구급차에 타고 있던 80대 환자는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당시 환자는 경북 청송에서 저혈당 증세를 보여 구급차를 타고 안동의 한 병원으로 이송 중이었다. 구급대원 2명과 덤프트럭 운전자도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한 달 전인 2025년 12월 20일엔 강원 원주시 무실동의 한 도로에서 119구급차가 승용차와 부딪혀 전복됐다. 이날 구급차는 나무 자르는 기계에 장기가 손상된 50대 환자와 보호자를 싣고 원주지역 병원으로 급히 이동 중이었다. 결국 환자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고 구급대원 세 명과 보호자는 부상했다.

 

긴급차량으로 분류되는 소방차 등은 긴급 출동 시 신호를 지키지 않고도 주행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미처 발견하지 못한 일반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3년(’20~’22년)간 발생한 소방차 교통사고는 총 612건이다. 연평균 204건으로 매년 173명이 다치거나 숨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구급차 교통사고가 413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펌프차 82와 기타 49, 물탱크차 33, 구조차 24, 사다리차 8, 지휘차 3건 등이 뒤를 이었다. 

 

도로 유형별로는 전체의 52%(321건)가 교차로 내ㆍ부근에서 발생했다. 소방관들에게는 신호 위반이 불가피한 교차로가 생사를 넘나드는 건널목인 셈이다. 이 때문에 소방관 안전은 물론 통행을 보장하는 ‘긴급차량 우선 신호시스템(이하 우선 신호시스템)’의 전면 확대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우선 신호시스템은 긴급차량이 교통신호 제약 없이 도로를 통과할 수 있도록 신호를 제어하는 체계다. 소방청에 따르면 현재 총 3만2583개 교차로에서 작동 중이다. <119플러스>가 현재 신속한 출동과 사고 감소를 위해 설치되는 우선 신호시스템의 도입부터 해결 과제까지 짚어봤다. 

 

진화하는 우선 신호시스템… 지역부터 권역 제어까지 

우선 신호시스템은 도입 이후 지속해서 발전해 왔다. 소방청에 따르면 처음 이 시스템을 도입한 지역은 경기도 의왕시다. 2017년 소방차와 주요 교차로 신호 제어기에 통신장비를 설치해 긴급차량이 교차로에 접근하면 우선 신호를 자동 부여하는 ‘현장 제어방식’을 운영한 게 시초가 됐다.

 

이후 2020년 수원시가 전국 최초로 긴급차량 내 단말기와 교통정보센터 통신을 통해 우선 신호를 부여하는 ‘중앙 제어방식’을 적용한 시스템을 운영했다. 

 

 

이는 긴급차량이 교차로에 접근하면 차량 내 탑재된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교통정보센터에 우선 신호 요청을 전송하는 방식이다. 이 요청엔 GPS 기반의 실시간 위치 정보와 진행 방향이 포함된다.

 

교통정보센터에선 해당 정보를 바탕으로 교차로의 신호 제어시스템에 명령을 내린다. 그럼 긴급차량이 진입하는 방향의 신호는 녹색으로 연장된다.

 

2023년엔 경기도가 시ㆍ군 경계를 넘어도 우선 신호를 받고 출동할 수 있는 ‘광역 우선 신호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러나 긴급차량이 관할 지역을 벗어나 다른 광역권으로 출동하면 우선 신호시스템이 끊기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렇듯 지역별 시스템 운영 방식이나 통신 프로토콜이 달라 호환되지 않는 게 큰 문제로 대두됐다.  

 

이에 도로교통공단 등은 권역을 넘더라도 중앙 제어방식으로 우선 신호가 작동하는 ‘광역 중앙제어방식 긴급차량 우선 신호시스템 표준규격’을 개발했다. 2024년 12월엔 경찰청 교통안전심의위원회 회의를 거쳐 정식 표준으로 제정되기도 했다. 

 

이 규격은 우선 신호시스템의 요구사항과 장치별 기능, 통신ㆍ보안 규격을 표준화해 제품 간 호환성과 확장성을 확보하는 게 주요 골자다. 여기엔 우선 신호시스템 정의와 요구사항, 관계기관별 역할, 주요 시스템ㆍ구성 등이 담겼다. 

 

이로써 도시교통정보센터와 긴급차량 운영기관, 지자체 교통정보센터 등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체계가 마련됐다. 전국 어디서나 호환 가능한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현장 소방관들 “우선 신호시스템 도입으로 안정감 커졌지만 아쉬움도” 

우선 신호시스템 도입 이전을 들여다보자. 적색 신호등이 켜진 교차로에 소방차 한 대가 진입한다. 사이렌을 울리며 긴급 출동임을 알리지만 운전대원은 ‘혹시 사고가 나지 않을까’란 걱정과 긴장감을 놓을 수 없다. 실제로 사고가 가장 자주 발생하는 지점이 교차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선 신호시스템이 도입된 지금은 어떨까. “사고 위험 없이 정상 신호를 받고 교차로를 통과할 수 있어 마음이 놓인다”는 소방대원이 대다수다.

 

A 소방관은 “과거엔 오로지 경광등과 사이렌에 의지해 신호를 위반하면서 출동할 수밖에 없어 늘 사고 위험이 동반됐다”면서 “우선 신호시스템 도입 이후 정상 신호로 교차로를 통과하면서 동료와 환자 안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B 소방관 역시 “적색 신호등에서 신호 위반으로 직진할 땐 좌우를 살피느라 스트레스를 받곤 한다.

 

특히 대형 트럭이 옆 차선에 있으면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진입을 주저하게 된다”며 “우선 신호시스템 덕분에 이런 걱정 없이 편한 상태에서 환자 이송에 집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충돌 사고로 인한 2차 피해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소방관들은 우선 신호시스템 도입 이후 가장 큰 변화로 ‘심리적 안정감’과 ‘안전성’을 꼽는다. 

 

 

실제로 우선 신호시스템 도입 덕에 출동 시간이 대폭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광역 긴급차량 우선 신호시스템 효과분석 연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연구 보고서에서는 우선 신호시스템 구축 전인 2023년 6월부터 7월까지와 시스템이 가동된 같은 해 11월부터 2024년 3월까지 고양시 관내 평균 지역ㆍ광역 출동 시간을 분석했다. 그 결과 각각 12.1분에서 5.9분, 19분에서 8.4분으로 감소했다. 파주시 역시 11.3분에서 5.1분, 19.6분에서 7.3분으로 단축됐다. 

 

다만 소방관들은 운영ㆍ기술과 관련해 개선해야 할 점도 있다고 운을 뗐다. C 소방관은 “차량이 극심하게 정체돼 멈춰 서면 시스템이 자동으로 풀리는 경우가 있는데 운전 중 다시 단말기를 클릭해야 한다”면서 “긴박한 출동 상황에선 목적지 안내를 확인하고 일일이 재설정하는 게 불편하다.

 

내비게이션처럼 음성으로 시스템을 활성화하거나 정지시키는 기능이 추가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D 소방관은 “관내 지리는 잘 알기 때문에 위험 요소를 피해 신호 위반을 할 수 있지만 다른 지역으로 넘어갈 땐 해당 지리가 낯설어 신호 위반 자체가 큰 부담”이라며 “관할 구역을 벗어나는 순간 우선 신호시스템이 연계되지 않아 광역 단위의 호환성 확대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우선 신호시스템을 도입한 이유는 소방관의 안전을 지키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119 신고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함이다. 그런데도 민원이 우선 신호시스템 확대 보급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곤 한다. 

 

긴급차량을 위해 녹색 신호를 연장하다 보면 일반 차량의 대기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데 이를 두고 불만을 토로하는 시민이 생각보다 많다. 이는 곧 민원으로 이어지는 일이 다반사다.

 

E 소방관은 “일반 시민은 우선 신호시스템이 작동 중인 걸 모르기에 신호가 바뀌지 않으면 민원을 넣는 경우가 있다”며 “이 때문에 지자체 등에서 우선 신호시스템 확대 보급을 꺼리는 거로 보인다. 이런 애로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국민 생명을 지키려면 시스템을 확대 보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시스템 확대 위해선 법적 근거, 지원체계 마련해야”

소방청은 지자체와 지속해서 협의해 우선 신호시스템의 확대 설치를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는 별도의 국비 지원 없이 전액 지자체 예산에 의존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 탓에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현재 정부 차원에서 시스템 설치를 강제하거나 이를 위해 별도로 배정된 국비 예산은 없는 실정”이라며 “소방청의 의지만으로는 추진이 어렵고 신호 제어 권한을 가진 경찰청의 협조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신호시스템 확대를 위해선 법적 근거와 국가 차원의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교통연구원이 공개한 ‘긴급차량 우선 신호 운영 현황 분석 및 개선 방안’에 따르면 2024년 12월 31일 기준 전국 256개 시ㆍ군ㆍ구 중 우선 신호시스템을 도입한 지자체는 42.1%(108곳)에 불과했다. 

 

게다가 현재 우선 신호시스템은 명확한 상위법 없이 지자체 재량에 맡겨져 있다. ‘도로교통법’에 근거를 두지만 구체적인 설치나 운영에 관한 규정이 미흡해 지자체 도입 의지나 예산 규모에 따라 격차가 벌어지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현재 대다수 지자체는 ‘녹색시간 연장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긴급차량 진행 방향 신호가 이미 녹색일 때 시간만 늘려주는 방식이라 적색 신호일 경우엔 하염없이 대기해야 한다는 게 한국교통연구원 설명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네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국가통합교통체계효율화법’에 우선 신호시스템 설치ㆍ운영 관련 조항을 신설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지자체가 지능형 교통체계 계획 수립 시 표준규격을 의무적으로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교통정보센터가 없는 지자체에 권역별 통합 운영 센터를 설치해 광역 단위의 출동 체계를 지원하고 시스템의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 녹색시간 연장 방식 대신 신호 강제 제어나 우선권 부여 방식의 검토를 제시했다. 지자체별 운영 효과를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표준 평가체계 도입 필요성도 제안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우선 신호시스템은 구급 등 긴급 상황에서 골든타임을 확보해주는 핵심 교통운영 전략 중 하나지만 지자체마다 운영 방식과 관리 체계가 달라 관할 구역을 벗어나면 연계성이 저하된다”며 “지자체 간 격차와 중복 투자를 막기 위해선 법적 근거를 조속히 마련하고 표준화된 지침 등을 기반으로 한 통합 운영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효과적인 시스템 운영을 위한 추가 연구 필요성도 짚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긴급차량의 골든타임 확보를 위해선 도로 여건과 교통상황 등을 고려한 제어방식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정량적 운영 분석을 위한 평가체계와 방법론을 연구해야 한다”면서 “도로 기하구조와 혼잡도 등 환경별 최적 운영 방안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최누리 기자 nuri@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6년 3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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