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내 심장을 다시 뛰게 한 그대와의 어느 멋진 날소방청, 소생자와 구급대원이 함께하는 ‘119리본클럽’ 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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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본(re-born)은 ‘다시 태어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119리본클럽은 119에 의해 다시 태어난 사람들의 모임이다. 119로 부터 일상을 회복한 심정지 소생자들의 생생한 사례를 공유하면서 국민에게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심정지 환자 소생률을 높이기 위해 구성됐다.
소방청은 올해 2월부터 3월까지 두 달간 119리본클럽에 함께할 회원을 모집했다. 전국에서 총 32명의 소생자가 119리본클럽 가입을 희망했다.
앞으로 119리본클럽은 온ㆍ오프라인 공동체(커뮤니티)를 통한 정보 공유와 희망 나눔 실천을 위한 각종 행사 추진, 심폐소생술 홍보대사 위촉 활동, 범국민 심폐소생술 인식 제고를 위한 교육ㆍ강연, 소방청ㆍ언론사 협업 ‘범국민 심정지환자 소생률 향상’ 기획 홍보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이날 자리엔 소생자 10명과 이들을 살린 구급대원 34명이 참석했다. 현장 참석이 어려운 회원과 구급대원 50여 명은 실시간 온라인으로 함께 했다.
소생자와 구급대원은 그 누구보다도 따뜻한 눈길로 서로를 마주했다. 소생자들은 하나같이 구급대원을 향해 “날 다시 살게 해준 생명의 은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행사 순서 중 하나인 119리본클럽 뱃지를 서로의 왼쪽 가슴에 달아줄 땐 뜨거운 포옹을 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자리에 함께한 남화영 소방청장은 “심정지 상태에서 소생하신 생명의 소중함으로 맺은 인연의 순간을 더 큰 희망으로 이어가기 위해 모였다”며 “여러분의 생생한 경험은 일반 국민이 심폐소생술에 대해 올바르게 인식하고 실천하는 데 긍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격려사를 전했다.
소생자와 구급대원의 생생한 그날도 들어볼 수 있었다. 119리본클럽 대표를 맡은 이성기 씨와 홍지은 충북 청주서부소방서 소방교가 새로운 삶을 살게 된 지금과 생명을 살린 보람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FPN/119플러스>가 이들을 직접 만났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이: 청주에서 솥뚜껑 삼겹살 협동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이성기입니다.
홍: 청주서부소방서에서 근무하는 소방교 홍지은입니다.
심정지 당시 상황이 어땠나요?
이: 2년 전 2021년 11월에 운영하는 식당에서 가슴 통증이 왔어요. 그냥 일시적인 통증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막 쓰러질 것 같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주변에 119를 불러달라고 하고 쓰러졌고 그 이후로는 기억이 없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할 때 상황은 어땠나요?
홍: 환자분이 직접 119에 신고해 달라고 하셨잖아요. 저흰 처음에 심정지로 신고를 안 받고 ‘사람이 쓰러졌다, 의식 없음’으로 신고받은 후 출동을 나갔어요. 근데 출동 나가자마자 얼마 안 돼서 바로 다시 심정지 상황이니 준비해 달란 연락을 받았습니다.
출동하시면서 어떤 처치를 하셨나요?
홍: 현장에 도착했는데 목격자분이 CPR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인계받아 CPR을 하고 의료지도를 받아 약물처치 한 후 AED 하면서 병원까지 이송했습니다.
그럼 병원 이송하신 후에 소생이 되신 건가요?
홍: 아뇨. 현장에서 한 번 소생되셨어요. AED로 쇼크를 주자마자 한 번 소생되셨고 구급차 이송 중에 다시 심정지 상태로 갔다가 또다시 돌아오셨어요. 그래서 저흰 소생된 상태로 병원에 인계했는데 소생됐더라도 심장만 뛰었지 의식이 돌아온 상태는 아니었습니다.
병원에서 눈을 뜨셨을 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이: 병원에서 바로 눈을 뜬 건 아니에요. 생사를 넘나들었는데 병원에서 스스로 빌었어요.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 제2의 삶을 살 수 있다면 우리 구급대원분이 저를 도와주셨듯이 저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봉사하고 나누며 살겠다고요. 눈을 뜨니 모든 게 아름다웠습니다. 정말로요. 그전에 아무렇지 않게 보였던 것들이 너무 소중했고, 감사했고, 환했습니다.
리본클럽으로 활동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이: 제가 실질적 수혜자이기 때문에 시간이 날 때마다 주변에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을 널리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알기론 심정지 환자가 꽤 많이 있는 것 같아요. 어쨌든 심폐소생술을 하면 살 수 있잖아요. 근데 사람들이 좀 무관심하다고 할까요? 적어도 119에 신고만 해줘도 소생할 확률이 커지니 신고해 주면 좋겠어요. 얼마 전에도 심폐소생술 교육을 1시간 동안 받았어요. 기회가 될 때마다, 시간이 될 때마다 주변에 중요성을 많이 알리려고 해요. 열심히 활동해 보겠습니다.
“환자분이 깨어나셨다. 회복되셨다”란 말씀을 들었을 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홍: 깨어나실 것 같았어요. 알기론 지병도 아예 없으시고 일상적인 생활을 다 잘하는 분이라서요. 더구나 현장에서 자발 순환으로 돌아오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때 충북대병원으로 이송했는데 이송하러 갈 때마다 계속 물어봤어요. 이성기 님 어떻게 되셨는지. 한 달이 지나서 깨어나셨다는 얘기를 듣고 ‘다행이다’고 생각했죠.
구급대원으로 활동하시면서 이 일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고 싶어요.
홍: 2년 전인데 선생님도 그렇고, 아내분도 그렇고 가게도, 상황도 다 기억이 나요. 솔직히 구급출동하면서 이렇게 보람되는 일만 하는 게 아니잖아요. 보람되는 일이 1이라면 너무 힘든 게 10이거든요. 그런데 이 일 하나만 생각하고 그 10을 버티는 것 같아요. 환자분한테 새 삶이라는 표현은 좀 그렇지만 ‘도움을 줬다’. 이걸로 버티고 지나가는 것 같아요.
서로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 있으세요?
홍: 속상하실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 현장에서 아내분이 더 기억에 많이 남아요. 너무 울고 계셨거든요. 그게 강렬해서 잊히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이렇게 몸이 건강해지셨으니까 아내분이랑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제가 제2의 인생을 다시 사는 거잖아요. 우리 119대원분들의 소중함, 또 고마움 평생을 잊지 않고 살겠습니다.
어떤 구급대원이 되고 싶으세요?
홍: 그냥 평범하게 1인분은 할 수 있는! 너무 잘하려고 욕심부리면 그게 더 안 되더라고요. 제 몫을 해서 도움이 되는 그런 구급대원이 되고 싶습니다.
‘FPN TV’에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유은영 기자 fineyoo@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10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