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ISSUE] “갱도에 사람이 갇혔어요” 221시간 사투 끝 가족 품으로 돌아간 광부들

광고
유은영 기자 | 기사입력 2022/12/20 [10:00]

[ISSUE] “갱도에 사람이 갇혔어요” 221시간 사투 끝 가족 품으로 돌아간 광부들

유은영 기자 | 입력 : 2022/12/20 [10:00]

10월 26일 오후 6시께 경북 봉화군 소천면 아연 채굴 광산 지하 46m 지점 갱도 내 흙더미(뻘)가 쏟아지면서 그 안에서 작업을 하던 2명이 고립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7명의 작업자 중 대절갱 지점 2명은 미리 이상징후를 느낀 후 자력으로 탈출했고 1편 지점 3명은 광산업체 측이 자체 구조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2명이 갱도 속에 갇혀버렸다.

 

사고 발생 14시간이 지난 후 119로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과 경찰, 시청, 군 등에서 인원을 대거 투입했다. 생존자 탐색을 위한 음파ㆍ내시경에서부터 천공기 등 첨단장비 68대가 동원됐다.

 

구조 시간이 길어지면서 작업자들이 갇힌 것으로 보이는 예상지점에 천공기로 구멍을 내고 생사를 확인했지만 인기척은 없었다. 

 

사고 발생 약 9일만인 11월 4일 오후 11시 3분께 고립된 생존자 2명은 무사히 구조될 수 있었다. 관계기관의 구조 노력과 생존자였던 광부들의 기지가 더해져 비교적 건강한 상태로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 내부에 갇힌 이들은 갱도 속 흐르는 물을 마시고 모닥불을 피우면서 생활해 온 것으로 알려진다.

 

<FPN/119플러스>가 사고 시점부터 구조까지의 9일여 221시간을 정리해 봤다. 

 

 1일차   2022. 10. 27.


오전 8시 34분께 경북 봉화소방서로 갱도에 사람이 갇혔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사고 장소는 봉화군 소천면 광산. 갱도 레일작업을 하다가 뻘이 쏟아지면서 작업반장 박정하(62)씨와 보조 작업자 박모(56)씨가 고립됐다.

 

오전 9시 7분께 소방대원들과 경찰관들이 현장에 투입됐다. 윤영돈 봉화소방서장과 이영팔 경북소방본부장도 현장에 도착했다. 강원 태백 소재 산업통상자원부 광산안전사무소와 중앙119구조본부(영남, 충강대)가 힘을 합쳤다.

 

 

구조통로를 확보하고자 4개조, 48명이 구조보강 작업에 나섰다. 이날 동원된 인력은 소방 46, 경찰 6, 군청 10, 기타 20, 광업공단 5, 광산자체인력 48명 등 총 135명이다. 동원된 장비는 소방 16, 경찰 3, 기타 10 등 29대다. 

 

이날 윤영돈 서장의 현장 지휘로 총 325m 중 30m를 진입했다. 모두 한마음으로 구조작업에 임했지만 갱도에 갇힌 광부들의 생사나 부상 여부를 확인할 순 없었다. 

 

 2일차   2022. 10. 28.

 

광산구조대 28명은 4교대로 갱도 내 진입로 확보 작업을 벌였다. 소방은 갱도 내 진입로 확보 즉시 구조대원 20명을 투입하도록 교대 근무조를 편성하고 현장구조 여건 등을 확인했다. 

 

이날에는 갱도 깊이 325m 중 42m를 진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고립된 광부들과의 무전 연락은 닿지 않았다.

 

제2 갱도 구조작업 이외 제1 갱도를 통한 수직구조 작업도 전문가들과 협의했으나 불가하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봉화소방서 재난대응과장에 전화로 현장의 구조상황을 보고받은 후 신속한 구조를 주문하기도 했다.

 

 3일차   2022. 10. 29.

▲ 입갱

▲ 퇴갱

 

소방은 오전 9시 브리핑을 통해 “내부 상황 확인 결과 45m가 확보됐고 2차 구간 진입을 위한 암석, 토사 등 제거작업 중”임을 밝혔다. 브리핑 종료 후에는 고립된 광부들 보호자 대표 2명과 봉화구조대 2명, 관계자 등이 함께 작업 현장을 확인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7시 20분께 최초로 지름 76㎜짜리 첫 번째 천공기가 시추작업을 시작했다. 폐쇄됐던 광산의 제2 수직갱도를 통해 구조대의 진입로가 뚫렸다. 하지만 해당 구간에는 대형 암석이 많은 데다가 강도가 높아 파쇄시간이 오래 걸리면서 예상보다 시간이 지연됐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가용자원을 최대로 동원해 신속하게 구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주문했다.

 

 4일차   2022. 10. 30.

 

제1구간 복구작업은 완료됐지만 광부들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았다. 구조작업이 장기화되면서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기 위한 관계자 회의도 진행됐다.

 

구조대상자와 내부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76㎜와 98㎜ 천공기 시추작업을 이어갔다. 내부 상황이 확인된다면 의약품, 생수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소방은 오후 8시부터 4명씩 4개조를 투입해 암석 제거작업에 손을 보탰다. 갱도 깊이 50m까지 진입을 완료했다.

 

 5일차   2022. 10. 31.

이날 76㎜ 천공기는 185m까지 시추했으나 실패하면서 장소를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봉화소방서는 오후 6시 브리핑에서 “오후 4시 50분께 지름 76㎜짜리 시추기가 지상에서 지하 185m까지 내려갔지만 고립된 노동자들이 있는 지점과 접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64m를 진입한 이날 구조작업에선 오후 8시 1분께부터 구조대원이 갱도 확인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6일차   2022. 11. 1.

두 번째 천공기를 이용한 시추작업에 실패하면서 구조까지 시간이 더 소요될 것이란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구조를 위해 측량에 이용된 도면이 20년 전 문서라 실제 측량과 차이가 있었지만 해당 좌표로 시추작업을 했던 게 원인으로 밝혀졌다.

 

이날 시추작업은 오후 3시 기준 98㎜는 172m를 진행했고 76㎜ 천공기 2대가 오후 3시 30분께 도착해 시추를 시작했다. 이후 천공기 1대가 추가로 투입됐다. 산업통산자원부는 예상 대피지역을 만나지 못해 낙관적이지 않다는 답변을 하기도 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작업자를 구조할 시추 전문가와 설비를 총동원하라”고 주문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관계기관에는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장비를 동원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 강원도 등 타 지자체에는 광산ㆍ시추 장비 전문가를 보내달라고 협조를 구했다.

 

매몰된 광부들의 가족은 “구조를 담당하는 사고 광산업체를 믿을 수 없다”며 국가 차원의 특수구조대와 재난전문가 투입을 요청하기도 했다. 

 

소방은 갱도 내 진입로 확보 즉시 구조대원을 투입할 수 있도록 교대 근무조를 편성하고 현장구조여건을 확인하는 등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대비했다.

 

 7일차   2022. 11. 2.

현장 관계자들은 갱도 깊이 145m에 도달하면 낙석으로 인해 막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막히진 않은 상태였다.

 

갱도 내 대피경로이기도 한 램프웨이는 20m를 더 들어가야 하는 상황. 그러나 구간이 막혀 있어 작업을 더 진행해야만 했다. 시추작업에는 천공기 9대가 배치됐다. 

 

이날 119특수대응단과 중앙119구조본부 영남대 등 6명은 매몰자 음향탐지기와 인명구조경보기 등 장비를 활용해 인명구조를 실시하기도 했다.

 

갱도 수평 구간 총 145m 중 45m를 제외한 100m까지 전동 광차 진입 작업을 하며 음향탐지를 했지만 안타깝게도 특이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8일차   2022. 11. 3.


현장의 3호공 갱도를 오전 5시에 천공하고 오전 7시 13분께 내시경으로 확인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4호공 갱도는 오전 7시에 천공하고 갱도 내부를 확인했다. 245m를 진입한 소방은 오전 8시부터 구조대원 4개조를 투입해 갱도 진입로 확보구간에 광차 이동작업과 함께 인명구조 활동을 펼쳤다.

 

내시경 투입 7회(3호공 3, 4호공 1, 6호공 3) 중 4회는 소방이 진행했으며 3회(3호공 1, 4호공 1, 6호공 1)에 걸쳐 방송ㆍ발광체ㆍ비상식량 공급 등을 하기도 했다. 

 

 9일차   2022. 11. 4.

9일차를 맞아도 고립된 광부들을 찾지 못하자 가족들은 애타게 기다리고 응원하는 마음이 담긴 편지를 준비했다. 소방은 이 편지와 미음, 간이용 보온덮개, 음료, 해열진통제, 식염포도당 등을 도달되는 시추가 생길 경우 투입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광산구조대와 소방구조대 합동 작업은 갱도 천장에서 낙석이 떨어져 이를 치우면서 진행해야 했다. 

 

그러던 중 오후 11시 3분께 사고 발생 시 작업장소 부근인 2수갱으로부터 325m 떨어진 곳에서 두 명의 광부를 발견했다. 다행히도 이들이 갇힌 곳은 최소 20평 정도는 돼 보이는 꽤 넓은 공간의 갱도였다. 

 

보조 작업자 박모씨는 광산에 온 지 겨우 4일쯤 된 신참이었다. 후임이 당황하자 작업반장인 박정하 씨는 “여기서 우리가 살려면 이제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정신 똑바로 차려라”고 다독여 주며 제2 수직갱도로 통하는 탈출로를 찾아 다녔다고 한다. 하지만 가는 곳마다 다 막혀 있었고 ‘이곳에서 생존해야겠다’고 결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광부들은 주변에 있던 비닐과 젖은 나무, 톱, 산소용접기 등을 주워 방풍막을 치고 젖은 나무에 산소용접기로 모닥불을 피워 추위를 버텨냈다. 

 

다행히도 환기가 돼 산소는 충분했고 고립 당시 가져간 물 10ℓ와 커피믹스 30봉지가 있어 물에 타서 서로 한 모금씩 나눠마시며 끼니를 떼웠다. 모두 소진된 후엔 떨어지는 지하수를 마시며 버텼다.

 

고립된 곳에서도 발파하는 소리가 5회 정도 들려 구조 노력의 사실을 알았고 자신들의 생존을 구조대에 알리기 위해 직접 화약을 모아 2번 터트리기도 했으나 구조대엔 전해지지 않았다.

 

구조 직후 이들은 “사흘밖에 안 됐는데 왜 이렇게 많이 왔냐”고 묻기도 했다. 갱도 안에서 시간 감각을 잃어 당사자들의 체감시간은 실제보다 훨씬 적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보조 작업자 박모씨에게 “뭐가 제일 드시고 싶은지” 물으니 “콜라, 미역국”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제일 가고 싶은 곳은 어디냐”는 질문엔 “바다”라고 했다. 

 

이들은 구조 직후 안동병원으로 이송돼 2인실 병동에서 같이 치료받았다. 다음날 정오쯤 일반 내과 병동으로 옮겼을 정도로 건강엔 큰 문제가 없었다는 게 병원 설명이다. 원래 1인실을 제안했지만 둘이 2인실에 같이 있겠다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구조 현장을 지휘한 윤영돈 서장은 오후 11시 3분 ‘구조 완료’를 선언했다.

 

 

221시간 사투 속 생환 소식에 안도와 축하 물결

두 광부의 생환까지는 무려 221시간이 걸렸다. 소방관 397명과 경북도 관계자 27, 봉화군 관계자 81, 군 장병 30, 경찰 43, 광산 관계자 218, 기타 인력 349명 등 총 1145명과 장비 68대가 동원됐다.

 

생환 소식에 구조활동에 나선 관계기관은 물론 가족들의 기쁨과 안도가 이어졌다. 김시현 봉화소방서 119재난대응과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신고 접수와 동시에 봉화소방서장과 전 직원이 신속히 출동해 갱도 내 복구 작업 지원 등 다방면으로 구조 활동에 임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관계기관과 공조 체제가 잘 이뤄져 무사히 구조 완료했고 앞으로도 우리 서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윤영돈 서장은 “함께 울고 웃으며 함께 작업했던 동료를 구출하기 위해 고되고 힘든 작업임에도 끝까지 묵묵하게 작업에 임해 주신 광산구조대원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정부와 정치권도 축하를 아끼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생사의 갈림길에서 무사히 돌아오신 두 분께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가슴이 뭉클하다”며 “며칠 동안 밤낮없이 최선을 다한 소방청 구조대, 광산 구조대 여러분, 너무나 수고하셨다. 현지에 파견돼 구조작업에 매진해준 시추대대 군 장병 여러분께도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모두의 염원과 노력이 만들어 낸 기적 같은 일”이라며 “캄캄한 지하 갱도에서의 열흘, 긴 시간 이겨내 주셔서 참으로 고맙다. 구조작업에 힘을 쏟아주신 소방당국 관계자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이날 SNS에 “현장에서 24시간 구조 활동을 지휘해온 산업부 동부광산안전사무소, 자원산업정책국 등 2차관실 직원들도 고생이 많았다”며 “앞으로 유사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 대책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치료 7일만 가족의 품으로… 

“구조에 최선 다해준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11월 11일 오전 안동병원에서 입원치료 7일만에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한 광부 두 명은 기자회견을 열었다.

 

작업반장 박정하 씨는 “건강을 많이 회복해 집에 돌아가게 돼 감사드린다. 처절한 구조 얘기에 한 명이라도 살리려는 진심이 느껴졌다”며 “24시간 구조작업을 해준 광부 동료들과 현장을 직접 찾아와 구조를 돕고 인ㆍ물적 자원을 적극 지원해 주신 경북도지사님을 비롯한 도민 여러분, 병원 관계자, 구조 관계자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또 “전국 각지에서 동료 광부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존경한다. 자부심을 갖고 일하길 바란다”는 마음을 함께 전했다.

 

퇴원 광부들을 격려한 이철우 도지사는 “기적은 그냥 일어나는 게 아니다. 가족들의 애끓는 마음과 우리 모두가 구조해야 한다는 절실한 마음이 한데 모여 기적이 일어났다. 이 기적이 전 국민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대한민국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됐음 좋겠다”며 ‘봉화의 기적’으로 대한민국을 위로하고 기쁨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 생환 광부의 퇴원을 다시 한번 축하하기도 했다.

 

유은영 기자 fineyoo@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2년 12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ISSUE 관련기사목록
광고
소다Talk
[소방수다Talk] 계급장 불문하고 소방관을 교육하는 소방관들… 교수 요원
1/3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