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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진화율 94% 달성… 캐나다 퀘벡 산불 잡고 온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

외교부ㆍ소방청ㆍ산림청ㆍ한국국제협력단 등 151명으로 구성
오전 5시 기상, 하루 12시간씩 강행군 속 임무 마치고 귀국
지역 화재까지 잡은 불잡이들… 타국 대원과 우정 나누기도
대원들 귀국 비행기에 올라탄 캐나다 총리, 감사의 인사 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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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영 기자 | 기사입력 2023/09/20 [10:00]

[ISSUE] 진화율 94% 달성… 캐나다 퀘벡 산불 잡고 온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

외교부ㆍ소방청ㆍ산림청ㆍ한국국제협력단 등 151명으로 구성
오전 5시 기상, 하루 12시간씩 강행군 속 임무 마치고 귀국
지역 화재까지 잡은 불잡이들… 타국 대원과 우정 나누기도
대원들 귀국 비행기에 올라탄 캐나다 총리, 감사의 인사 전해

유은영 기자 | 입력 : 2023/09/20 [10:00]


올해 5월 5일부터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주와 앨버타주, 서스캐처원주 일대에서 산발적으로 시작된 산불이 6월, 퀘벡주와 노바스코샤주를 포함한 캐나다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며 현재(8월 23일 기준)까지 진행 중이다.

 

이 산불을 잡기 위해 대한민국도 구호의 손을 내밀었다. 7월 2일 외교부와 소방청, 산림청, 한국국제협력단 등 151명으로 구성된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KDRT)’가 캐나다 퀘벡주로 향했다. 이 중 70명의 소방관이 함께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 출동은 2007년 ‘해외긴급구호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이래 열 번째 파견인 동시에 산불진압을 위한 최초 파견 사례다. 올해는 지난 2월 튀르키예 지진 피해 지원을 위해 파견한 바 있다.

 

소방에서는 중앙과 지방의 대원들이 함께 해외재난 현장에 파견되는 ‘시도직원 운영반’의 첫 출동 사례로 기록돼 그 의미가 크다. 

 

8월 2일 오후 6시 45분, 장장 30일간의 산불 진화 업무를 마친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가 당당한 모습으로 성남공항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FPN/119플러스>가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로 파견된 소방관들의 모습을 지면에 담는다.

 

 

캐나다 퀘벡 산불 잡으러 간 ‘한국의 불잡이들’

캐나다로 향한 소방관은 소방청 1, 국립소방연구원 1, 중앙119구조본부 2, 서울 1, 강원 33, 경북 32명 등 총 70명이다. 소방청 화재대응조사과장인 최홍영 소방정은 소방 팀의 인솔 대장을 맡았다. 그는 하루도 빠짐없이 대원들과 캠프 생활을 하며 대원들이 힘들지 않은지, 불편한 건 없는지 꼼꼼히 살폈다는 후문이다.

 

출동한 현장대원에 따르면 다양한 지방, 여러 부서의 인원이 모이다 보니 산불진압에 대한 팀워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우려가 무색하게도 현장에서의 팀워크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끈끈하고 활기가 넘쳤다.

 

 

이는 귀국 전까지 르벨 슈흐 께비용(LSQ, Lebel-Sur-Quevillon) 산불화재 작전지역 진화율 94%를 달성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는 게 출동대원의 전언이다.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의 하루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는 7월 2일 주민대피령이 두 차례나 내려지는 등 퀘벡 내에서도 산불이 심각했던 르벨 슈흐 께비용 지역에 배치됐다.

 

그들의 일정은 매일 오전 5시부터 시작됐다. 현지식으로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오전 7시부터는 인구 약 3천명의 소도시인 르벨 슈흐 께비용 중심의 아이스하키 경기장에서 진행하는 ICP 상황회의(Incident Command Post Briefing meeting)에 참석해 오전 작전지역과 활동 사항을 의논하면서 구체적인 임무를 설정했다. 

 

 

회의가 끝나면 약 100~200㎞ 떨어진 작전지역으로 출동했다. 보통 점심 식사는 각자 캠프에서 준비해 간 도시락으로 해결했다. 작전지역에서 잔화 정리를 주 업무로 한 활동을 마치면 오후 4시 반~5시께 캠프로 출발해 오후 7시쯤 복귀했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휴식을 취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ICP 상황회의는 매일 오전 7시와 오후 8시에 진행됐다. 처음엔 일반대원을 제외하고 지휘관급 운영대원만 참여했다. 하지만 작전 수행 16일이 지난 뒤 2차 근무 기간이 도래하자 현지 상황과 ICP 지휘시스템에 익숙해진 구호대는 개별적인 작전 수행이 많아졌다. 

 

이에 따라 오전 7시 회의(Mission Briefing)에는 전체 대원, 오전 10시 지휘참모회의(Commander meeting)와 오후 5시 전술회의(Tactical Meeting)에는 팀장급 이상, 오후 8시 대응계획회의(Planning Meeting)에는 총괄과 차석이 각각 참여했다. 이후 ICP는 점차 소방팀의 참석 비중이 늘어나며 통합작전회의(CCP, Combined Command Post)가 됐다.

 

현장 대원들은 14일 근무(1차 근무) 후 이틀간의 휴식시간을 갖고 다시 14일 근무(2차 근무)하는 형태로 활동했다. 소방청은 미국, 캐나다 산불진화대의 근무ㆍ휴식패턴에 맞춰 귀국 후 구호대에 참가한 소방대원들의 보건안전을 고려해 특별휴가를 권고ㆍ시행한 바 있다.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가 만난 퀘벡주 산불

퀘벡주 산불은 공식적으로 6월 1일 발생했다. 당시 3천 번이 넘는 낙뢰로 인해 300여 건의 동시 다발성 산림화재가 시작됐다.

 

캐나다는 풀이나 낙엽 등이 두껍게 땅에 쌓이는 부엽층이 많다. 이 때문에 수분이 깊게 침투하지 못하는 특성이 있다. 또 우리나라 수목과 달리 뿌리가 깊지 못하고 지면을 따라 넓게 퍼진 경우가 많다. 

 

눈에 보이는 ‘지표 화재(Surface Fire)’나 나무줄기가 타는 ‘수간 화재(Stem Fire)’, 나뭇잎과 가지가 타는 ‘수관 화재(Crown Fire)’는 눈으로 확인이 가능해 보면서 진압할 수 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땅속 지중 화재(Ground Fire)는 결국 사람의 손을 타지 않는 이상 완전하게 진압이 불가능하다.

 

 

이런 지중 화재를 내버려 두면 재착화되기 일쑤다. 지중에 있는 열원이 주변 부엽층 가연물과 상존하는 상태라 가연물과 산소, 열원이 모두 존재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바람에 의한 공기 유입만으로도 불이 쉽게 붙는 이유다.

 

지중 화재에서 발전한 지표 화재는 곧 한두 그루의 나뭇가지에 촛불처럼 번지는 수간 화재로 확대될 수 있다. 이후 전체 산림으로 확산하는 형태의 수관 화재로 진행될 수 있다.

 

사실 눈에 보이는 불은 자연적 방법인 강수(비)나 인위적 진압방법인 소방력의 공중살수, 용수를 활용하는 육상 진화방식으로 끌 수 있다. 그러나 땅속에 불씨가 남아있을 땐 언제든지 산소와 만나 재착화돼 나무 한 그루를 통째로 태우는 캔들 파이어(Candle Fire)로 진행될 여지가 다분했다. 따라서 지상 소방력을 통한 잔불 정리는 필수였다. 

 

 

대원들이 지중 화점을 찾으며 잔화 정리와 화재진압을 할 땐 끓는 모래 현상(Boiling Soils Effect)이 다수 발견되기도 했다. 끓는 모래 현상은 지중 화재가 뿌리 가지를 타고 주변 토양을 가열하면서 모래화돼 마치 물이 끓어오르는 것 같은 상태를 뜻한다.

 

출동 대원에 따르면 지중 화재진압을 위해 땅을 팔 때 자신도 모르게 땅속으로 발이 빠져들어 갔다. 3초만 지나도 발이 타오르는 듯한 뜨거움이 느껴졌고 일부 대원은 1도 화상을 입기도 했다.

 

▲ 표면 밑 땅속에 지중 화재 불꽃이 타고 있다.

 

힘들고 고된 하루 속에서도 마음만은 따뜻했던 이유

 EP 1.  대한민국 소방관이라면 흡혈 파리쯤 맨손으로 ‘탁’

작전지역인 르벨 슈흐 께비용 북부 지역은 민가가 없는 산림지역이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다 보니 온갖 곤충이 서식했다. 대원들은 수십 년간 듣도 보도 못한 괴물(?)들과 상봉해야만 했다. 그중 대원들을 가장 힘들게 한 건 다름 아닌 ‘블랙 플라이(Black Fly)’라고 불리는 흡혈 파리였다.

 

 

블랙 플라이는 방충망을 뚫고 들어오거나 사람 옷 속으로 기어들어 와 강한 턱을 이용해 살점을 뜯은 후 공격적으로 피를 빨아댔다. 

 

캐나다에 도착한 지 며칠이 지나지 않아 블랙 플라이의 공격으로 병원을 다녀오는 대원이 속출했다. 하지만 집에 갈 날이 가까워질수록 차차 적응한 듯 맨손으로 잡는 초능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블랙 플라이만 그들을 괴롭힌 건 아니다. 화이트 삭스(White Sox)도 한몫했다. 마치 흰 줄 양말을 신은 것 같은 꼬리를 가진 흑파리과 곤충이다.

 

사람의 살점을 뜯어 피를 빨거나 살점 안에 알을 낳아 부화시키기도 한다. 화이트 삭스에 물리면 그 부위는 고름이 차올랐다. 

 

고된 현장 활동을 마치고 캠프에 도착하면 또 다른 불청객이 대원들을 크게 반겼다. 바로 피에 굶주린 모기떼들이었다.

 

 EP 2.  불잡이들이 부릅니다 “본능적으로”

현장에서 돌아와 저녁 식사를 마친 네 명의 강원소방 소속 대원(김민규, 조종화, 이효우, 안병찬)은 휴식시간을 이용해 캠프에서 께비용 시내를 한 바퀴 구보로 도는 체력단련을 하고 있었다. 그때 근처 대형마트에서 검은 연기가 나는 걸 목격했다. 서둘러 가보니 마트의 대형 청소기에서 불이 나고 있었다.

 

 

대원들은 관계자를 도와 청소기를 밖으로 빼낸 후 소화기를 이용해 불을 껐다. 네 명의 소방관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본능적으로’ 소화기를 찾았고 다행히도 빠르게 불길을 잡을 수 있었다.

 

이어 도착한 께비용 소방서 출동 차량에 상황을 인계하고 현지 소방대원들로부터 ‘최고의 소방관’이라는 찬사를 들었다. 비번에도, 해외에서도 바뀔 수 없는 DNA를 가진 소방관임을 증명한 순간이었다.

 

 

 EP 3.  “내 손에 태극기 있다” 손등에 ‘한국’을 새긴 미국 크루 리더

한국 대원들과 함께 임무를 수행한 팀 중 사우스 아이다호 팀의 리더인 거너(Gunner) 대장은 7월 11일 한국과의 임무 수행 중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

 

그는 한국소방의 메디컬 트럭에서 치료를 받았다. 간호사 자격과 응급구조사 자격을 갖춘 한국 대원들은 파견 현장에서 메디컬 트럭을 운용하며 응급의료를 지원했다. 미 소방 측은 구급 자격까지 갖춘 한국 대원들의 폭넓은 업무영역과 전문성을 보며 감탄하기도 했다.

 

거너 대장은 다음 작전 지역에서 한국 소방팀을 만나 감사의 마음을 담아 꾹꾹 눌러 쓴 한글 편지를 전달했다.

  

 

14일의 임무를 마친 후 귀국하기 전에는 한국 캠프를 찾기도 했다. 한국 소방대원들은 그를 격하게 반기며 친필 사인과 메시지를 담은 기념품을 전달했다. 

 

한국인의 정을 제대로 체감한 거너 대장은 본국으로 귀국한 뒤 한 장의 사진을 한국 대원들에게 보내왔다.

 

사진 속 그의 손등에는 태극기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한국 대원과 쌓은 팀워크와 우정을 기념하기 위해 문신을 새겼다는 거너 대장. 이 태극기는 한국 대원들에게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EP 4.  어디서든 감사와 환호받은 한국 대원들

마들린 호수(Lac Madeleine) 거주자들은 화재가 문턱까지 다가와 집집마다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했다.화재가 잠잠해진 후 회수업무는 한국 소방팀에게 맡겨졌다. 불이 잠잠해진 후 한국 대원들은 설치된 장비를 회수하러 마을에 들렀다.

 

한국 대원들을 마주한 지역 주민은 “우릴 도와줘서 고맙다”는 감사의 인사를 끊임없이 전했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집에서는 기념촬영을 요청해 주민에게 한국의 방화복을 입혀드리고 촬영하는 등 추억을 남기기도 했다.

 

이틀간의 휴가가 주어졌을 때 한국 대원들은 께비용 주민과 함께 발도흐(val d’or)로 향했다.

 

그곳에서 만난 퀘벡 주민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감사와 환호를 보내왔다. 한국 대원들은 “고맙다는 인사를 받을 때마다 산불을 더 끄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컸다”고 입 모아 얘기했다.

 

발도흐에서는 발도흐 소방의 장비와 전술 등을 견학하며 정보를 교환하고자 소방서를 방문하기도 했다.

 

발도흐 시청은 공식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한국 소방관들의 방문을 알리고 그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메시지를 남겼다.

 

한국팀이 철수하기 전날엔 미국 농림부와 산림청 소속의 재난관리 전문팀인 NIMO(National Incident Management Organization)의 수석 대표 Bea.D와 그의 동료 지휘관들이 한국 소방팀을 CCP로 초대했다.

 

그들은 한국팀의 노고와 헌신에 감사하다며 친필 사인이 들어간 감사장을 모든 대원에게 증정하는 작별 행사를 기획해 대원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EP 5.  캐나다 총리가 전한 “감.사.합.니.다”

“당신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다. 지구 반대편에서 온 여러분은 지난 몇 주간 우리 국민과 공동체를 위해 열심히 활동해 줬다. 영원히 잊지 않겠다. 감.사.합.니.다”

 

8월 1일 캐나다 오타와 공항.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의 귀국행 비행기가 이륙하기 직전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기내에 깜짝 등장했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상황이라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 깜짝 방문 배경에는 외교부 안한별 사무관의 공로가 있었다. 트뤼도 총리 경호팀에 총리의 스케줄을 확인한 안 사무관이 항공기 방문을 제안하면서 성사된 만남이었기 때문이다.

 

튀르도 총리가 “감사합니다”뿐 아니라 대화 도중 간간이 한국어 실력을 뽐내자 대원들은 열렬한 반응을 보내며 화답했다. 모든 대원과 악수와 포옹을 나눈 트뤼도 총리는 대원들에게 잊지 못할 선물과도 같은 시간을 선사했다. 

 

한 대원은 “앞으로도 우리나라 국민은 물론 재외국민의 안전 그리고 전 세계의 재난대응을 위해 늘 준비된 소방관이 되도록 더욱 노력해야겠다는 포부가 생기는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PS. 현장에 직접 다녀오신 후

사진과 자료를 <FPN/119플러스>에 제공해 주신

‘이형은 서울 은평소방서 소방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유은영 기자 fineyoo@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9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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