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②/대전 안전공업 화재] 참사 빚은 안전산업, 3년 전에도 두 차례 화재2023년에도 기름 찌꺼기 화재, 관할 소방서 화재 방지 조치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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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023년 6월 16일 화재가 발생한 집진기 블로워팬의 모습이다. 소방은 당시 이 화재가 2층 레이저 용접기 작동 중 발생한 불티가 집진기 덕트를 통해 이동한 뒤 블로워팬에 쌓였던 슬러지에 착화한 것으로 추정했다. © FPN |
[FPN 최누리 기자] = 74명의 사상자를 낸 대전 안전산업 공장이 불과 3년 전에도 슬러지로 인한 화재를 두 차례나 겪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화재 때에도 집진설비와 배관 등에 쌓인 슬러지 등이 불길 확산을 키운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유사 사고를 겪고도 근본적인 환경 개선을 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FPN/소방방재신문> 취재결과 지난 2023년 6월 16일 안전산업에서는 관할소방서가 출동하는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9시 48분께 별관(동관) 옥상 집진기에서 일어난 불은 근무자들이 옥내소화전을 이용해 불을 껐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집진기 블로워팬(분진이나 유해가스 등을 빨아들여 집진기(필터)로 이동시키는 공기이송 장치)과 덕트가 소실됐다.
대덕소방서는 당시 화재가 별관 2층 레이저 용접기 제조 공정 중 발생한 불티가 상부 배기덕트를 통해 집진기 블로워팬까지 이동했고 다량의 슬러지와 만나 시작된 것으로 추정했다. 해당 건물에 다량의 유류 성분이 있어 낙상 위험도 있었다는 내용도 조사서에 담았다.
이 화재가 있기 17일 전에도 해당 집진기에선 또 한 번의 화재 사고가 있었다. 이때에는 드릴 작업 중 발생한 불티가 블로워팬에 쌓인 슬러지에 착화되면서 불이 시작됐다.
이 두 사고 이후 대덕소방서는 해당 집진기에 다량의 슬러지가 쌓이는 점을 안전공업에 설명하고 화재방지를 위한 추가 조치를 권고했다.
문제는 14명이 숨진 이번 화재 역시 급속한 확산 원인 중 하나로 슬러지 등이 지목되고 있다는 점이다.
남득우 대전 대덕소방서장은 언론 브리핑에서 “가공공정에서 절삭유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기름때가 천장 등에 남게 되고 집진설비나 배관에 슬러지 같은 것도 많이 존재한다”며 “미상의 원인으로 발생한 불이 그걸 타고 순식간에 연소 확대되지 않았을까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소방의 이 같은 판단은 과거 발생한 실제 화재 사고 사례와 환경적 위험 특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속 가공을 위한 공정상 절삭유 등을 다량 사용하면서 발생한 유증기와 기름때가 공장 내 집진설비와 덕트 내부에까지 가득 쌓여 있었을 거란 진단이다.
평소 안전공업의 화재 위험성은 직원들 사이에서도 우려가 컸던 것으로 확인된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 게시글에는 자신을 안전공업 전 직원이라고 명시하며 불안감을 호소하는 글들이 남아 있다.
안전공업 전 직원이라고 밝힌 한 이용자는 2023년 올린 글에서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불안감과 현장에 날리는 오일미스트 때문에 퇴사했다”고 적었다.
다른 직원들 주장도 비슷하다. 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지난 22일 작성한 글에서 “실내 절삭이라 환기가 충분하지 않았고 공장 전체에 절삭유 냄새가 남아 있었다”며 “재직 당시 환기나 집진 같은 설비 개선이 필요하다고 얘기했지만 비용 부담 등의 이유로 실제 조치까지 이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노동조합도 사측이 안전을 외면해왔다는 비판을 내놨다. 황병근 안전공업 노동조합 위원장은 21일 “그간 산업안전보건 회의 등에서 환경시설과 집진 시설의 화재 위험성 개선을 요구했다”면서 “유증기와 기름 찌꺼기 등 축적을 우려해 주기적인 점검과 청소도 요구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결국 안전 경고와 현장 지적을 묵살해 참사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과거 여러 번의 화재 이력 사실과 평소 직원들의 화재위험 요인 개선요구가 있었다는 증언까지 나오면서 이번 사고로 기업의 부실한 화재 안전관리 실태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영주 경일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이번 화재가 슬러지에 의해 직접 발생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단계지만 현장의 위험요인 개선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 이는 사측의 화재 안전관리 부실을 보여주는 정황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측과 소방안전관리자는 화재 예방책임뿐 아니라 산업ㆍ중대재해 관련 현장 전반의 안전관리 책임이 있다”며 “현장 위험요인 제거와 안전조치 요구를 공식적으로 제기하고 조치가 미흡하면 신고나 고발 등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다만 근로자들 역시 안전을 위해 작업 절차 준수 등 일정한 불편을 감수할 책임도 뒤따른다”면서 “공정상 화재위험이 높은 분진이나 찌꺼기 등이 생성되는 작업장에 대해선 추가 청소 등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화재는 지난 20일 오후 1시 17분께 안전공업 별관(동관)에서 발생해 약 10시간여 만인 오후 11시 48분께 완전히 꺼졌다. 이 불로 14명이 숨지고 60명이 다쳤다.
최누리 기자 nuri@fpn119.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