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과밀 수용 구조 숙박시설의 민낯… 소공동 게스트하우스 화재 피해 왜 커졌나초저녁 객실 내부서 시작된 불로 외국인 10명 부상… 50대 일본인 의식 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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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4일 오후 6시 10분께 서울 중구 소공동의 한 복합건물 3층에 자리한 게스트하우스에서 불이 나고 있다. © 서울소방재난본부 제공 |
[FPN 최누리, 박준호 기자] = 평화롭던 주말 저녁이 한순간에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서울 중심가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화재가 발생해 외국인 10명이 다쳤다. 이 중 3명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구조됐다. 다행히 2명은 의식이 돌아왔지만 나머지 1명은 여전히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불이 난 곳은 일반 숙박시설 객실 규모의 공간을 수십여 명이 잠만 잘 수 있도록 침상 여러 개를 배치한 구조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도심 숙박 수요가 늘면서 이런 형태의 숙박시설이 많이 생기는 추세다.
저렴한 가격에 관광지와 인접해 있어 인기가 높지만 가연물이 많고 좁은 공간에 이용자 밀집도도 커 피난 애로 등의 위험성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이번 화재로 이러한 캡슐형 숙박시설의 구조적 위험성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캡슐형 숙박시설 화재로 외국인 10명 부상, 일본인 여성은 여전히 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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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불은 지난 14일 오후 6시 10분께 서울 중구 소공동의 한 복합건물 3층에 자리한 게스트하우스에서 시작됐다.
신고 4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소방은 오후 6시 36분께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인력 152명과 장비 44대를 투입해 오후 8시 43분께 큰불을 잡았다. 이후 신고접수 3시간 25분 만인 오후 9시 35분께 불을 완전히 껐다.
이 불로 다친 외국인은 총 10명이다. 중상자는 20대와 50대 일본인 여성, 30대 중국인 남성 등 3명이다. 7명은 경상을 입었다. 이들의 국적은 노르웨이와 미국, 중국, 독일, 프랑스, 폴란드 등이다.
중상자는 모두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발견됐다. 다행히 중국인 남성과 20대 일본인 여성은 의식을 회복했지만 50대 일본인 여성은 아직도 의식 불명 상태다. 이 여성은 20대 일본인 여성과 모녀 관계로 불이 난 3층이 아닌 7층 투숙객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로 인해 3층이 전소하고 4층 일부가 불에 타 소방서 추산 1억1368만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서울시와 중구는 피해자 대부분이 외국인인 만큼 통역 가능 인력을 투입하고 비상식량 세트와 구호 물품을 전달하는 등 긴급 대응에 나섰다. 또 24개국 대사관에 상황을 전달하고 우리나라 체류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임시숙소를 지원했다.
불이 난 소공동 건물은?
![]() ▲ 소공동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7층, 연면적은 2119.98㎡다. 1995년 6월 사용승인을 받았다. © FPN |
화재가 발생한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7층, 연면적은 2119.98㎡다. 1995년 6월 사용승인을 받았다. 1층엔 양복점, 2층 음식점, 3층 게스트하우스, 4층 마사지샵, 5층 세탁소, 6층 게스트하우스, 7층은 호스텔이 입점해 있다.
불이 난 3층은 같은 건물 6층과 함께 ‘서울큐브명동’이란 상호로 영업 중이었다. 3층은 여성, 6층은 주로 남성(일부 여성 포함)이 이용했고 총 126명이 투숙 가능한 규모로 운영됐다. 일반 객실 규모 공간에 수십 명이 동시에 머무는 구조다.
각 층은 공용공간과 샤워실, 세탁실, 화장실, 취침실 등으로 구성된다. 3층은 AㆍBㆍCㆍD 등 4개, 6층은 EㆍFㆍG 등 3개의 취침실이 들어서 있다.
각 취침실에는 한 사람이 겨우 누울 수 있는 2층 침상 최소 20여 개가 빈틈없이 놓여 있다. 일부 객실은 수십 개의 2층 침상을 좌우 두 개의 세트로 배치했다. 침대마다 사생활 보호를 위한 커튼이 설치됐고 휴대전화 충전을 위한 콘센트도 갖추고 있었다. 소방시설로는 자동화재탐지설비, 옥내소화전, 완강기, 간이완강기 등이 구비됐다. 3층은 2024년 5월 3일, 6층은 2024년 12월 20일 숙박시설로 용도변경 허가를 받았다.
서울큐브명동은 우리나라 대표 관광지인 명동 바로 옆에 자리한 데다 숙박 요금이 저렴해 평소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았다. 실제 여행 플랫폼에 올라온 후기의 약 82%가 외국어로 작성됐고 일부 직원 또한 외국인인 점 등이 이를 증명한다.
화재 피해 왜 커졌나
소방에 따르면 불은 3층 C룸에서 최초 발생했다. 취침시간이 아닌 초저녁에 났는데도 피해가 커진 이유로 내부에 산적한 가연물과 무너진 방화구획, 피난 취약성, 스프링클러설비 미비 등이 꼽힌다.
![]() ▲ 인터넷에 올라온 서울큐브명동의 객실 내부 사진 © 인터넷 블로그 캡처 |
<FPN/소방방재신문>이 서울큐브명동 실제 이용객의 후기 등을 살펴본 결과 침대 프레임과 위층으로 올라가는 사다리는 목재 형태인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매트리스와 베개, 이불, 커튼 등 가연물이 다량 있어 화재 확산 속도가 빨랐던 것으로 보인다.
또 방화구획이 미비해 인명피해가 커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소방에 따르면 중국인 남성은 3층 계단참, 20대 일본인 여성은 4층 계단참, 50대 일본인 여성은 7층 복도에서 구조됐다. 모두 피난하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3층 각 취침실에는 도어클로저가 달린 출입문이 설치돼 있다. 그러나 화재 당시 방화구획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면서 연기와 화염이 실내로 번졌다. 구조자의 발견 위치 등을 고려했을 때 연기는 3층뿐 아니라 계단실과 7층까지 유입됐을 가능성이 매우 커 보인다. 다만 그 원인이 피난계단의 방화문이 개방돼 있어서인지, 엘리베이터 샤프트 등을 타고 확산한 것인지는 불명확하다.
피난이 순조롭지 않았던 점도 피해 확산 요인으로 지목된다. 객실 내부 사진 등을 보면 2층 침상 세트 사이 간격은 두 사람이 동시에 지나다닐 수 없을 정도로 협소하다. 여러 명이 동시에 대피할 경우 병목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란 얘기다. 여기에 더해 복도 양측에는 캐비닛까지 있어 피난 동선을 더욱 좁히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 ▲ 소공동 건물에 설치된 옥외 피난계단 © FPN |
<FPN/소방방재신문>이 직접 현장을 찾은 결과 해당 건물엔 옥외 피난계단이 존재했다. 양방향 피난 구조를 갖추고 있던 셈이다. 그러나 옥외 피난계단은 한 명이 겨우 오르내릴 수 있을 정도로 폭이 좁았다. 계단참엔 실외기가 자리해 통행 가능한 폭은 40㎝에 불과했다.
한 외국인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옥외 피난계단으로 내려오려 했지만 에어컨 실외기가 가로막고 있어 원활하게 움직일 수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 ▲ 불이 난 건물엔 옥외 피난계단이 있었지만 계단참에 에어컨 실외기가 가로 막고 있어 통행 가능한 폭은 40㎝에 불과했다. © FPN |
초기 화재를 제어할 수단이 없었다는 점도 문제였다. 해당 건축물은 1995년 6월 사용승인을 받았다. 당시 ‘소방법’은 11층 이상 건축물의 경우 11층 이상의 층에만 스프링클러설비를 설치토록 규정해 법망에서 빠져나갔다.
또 이 게스트하우스는 다중이용업소가 아닌 숙박시설로 구분돼 간이스프링클러설비의 소급설치 적용을 받지 않았다.
구멍 뚫린 숙박 안전… 정부, 숙박업소 7300여 곳 긴급 점검키로
이번 화재로 외국인 10명이 다치자 정부와 서울시가 숙박시설 긴급 점검과 대책 마련에 나섰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자치단체, 소방청, 전기ㆍ가스안전공사 등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불이 난 게스트하우스처럼 좁은 공간에 밀집된 침실을 가진 숙소에 대한 표본점검을 시행한다. 검사 결과가 나오면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등과 함께 숙박시설 관리체계, 현장 화재 안전관리 운영상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관련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 ▲ 김승룡 소방청장이 서울 시내 숙박시설을 찾아 긴급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 소방청 제공 |
소방청은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나흘간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4904, 한옥체험업 381, 종로구ㆍ중구 숙박시설 151, 서울큐브명동과 유사한 숙박시설을 갖춘 45개소 등에 관해 긴급 안전점검을 진행했다.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과 한옥체험업에 대해선 직접 현장을 방문해 화재감지기 등을 점검하고 관계자에게 소방안전교육을 실시했다. 화재 예방 안내문도 배포했다.
특히 서울시 전체 캡슐형 숙박시설에 대해 ▲소방시설 고장 방치ㆍ정지 행위 ▲방화문 개방 상태 ▲피난계단ㆍ복도ㆍ통로 내 물건 적치 여부 등 피난로 확보 상태는 물론 피난 동선과 초기 대응체계까지 꼼꼼히 점검했다.
화재현장을 찾아 피해 상황과 주변 숙박시설의 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객실 밀집 구조로 대피가 어려운 숙박시설에 대한 소화설비 보강 필요성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간이스프링클러와 자동확산소화기 설치 지원 등 화재 초기 대응력을 높일 수 있는 보완 대책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소방, 자치구와 함께 관련 시설의 안전 실태를 전반적으로 점검해 실효성 있는 개선 대책을 마련하고 제도 개선을 위해 중앙정부와도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최누리, 박준호 기자 nuri@fpn119.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