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기고] 전기버스 화재 대응의 한계와 제도적 개선의 필요성
최근 일상 속에서 널리 운용되고 있는 전기버스 관련 화재가 빈번해져 그 위험성과 대처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기버스 배터리 구조의 한계
전기버스 화재는 구조적으로 진압이 용이하지 않은 특성을 가진다. 일반적인 전기 승용차의 경우 배터리 팩이 차량 하부에 설치되는 구조지만 대부분의 전기버스는 배터리 팩이 차량 상부에 설치돼 화재 발생 시 접근 자체가 제한적이다. 또한 전기버스에는 약 700㎏ 수준의 배터리 팩이 3개 이상 장착되는 경우가 많아 총 배터리 중량이 2톤을 상회하며, 배터리 팩 외부는 두꺼운 금속 구조로 밀폐돼 있다.
이로 인해 외부에서 단순히 주수하는 것만으로는 내부 배터리 셀까지 냉각수가 도달하기 어렵다. 특히 배터리가 차량 상부에 위치하는 구조적 특성 때문에 일반 차량 화재 대응에서 활용되는 수조를 이용한 침수 방식 역시 적용에 현실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장시간 지속되는 배터리 내부 열
전기버스 화재 진압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배터리 내부 열의 지속성이었다. 전기차 배터리는 리튬이온 셀의 열폭주(thermal runaway) 현상이 발생할 경우 외부 화염이 제어된 이후에도 내부 반응이 지속되며 장시간 발열이 이어질 수 있다. 현장에서도 상부 배터리 팩을 완전히 침수시키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로 인해 화염이 제어된 이후에도 내부 열과 가스가 쉽게 해소되지 않았다. 실제로 완전한 안정화까지 약 72시간이 소요됐다.
이는 전기버스 화재가 단순한 화재 진압을 넘어 장시간 냉각과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한 재난 유형임을 보여준다.
전기버스 화재 대응 방법
현장에서는 우선 고전압 전원을 차단하는 동시에 폼 주수를 통해 외부 냉각을 실시했다. 이후 중장비를 활용해 버스 상판을 제거하고 열화상 카메라를 통해 온도 상승 여부를 지속적으로 감시하면서 배터리 팩 외부 금속판을 제거했다. 그 후 내부 배터리 셀에 직접 주수해 안정화를 시도했다.
배터리 팩 구조가 화재로 인해 크게 손상되지 않고 유지될 경우 내부 공간이 일종의 수조 역할을 하며 비교적 효과적인 냉각이 가능했다. 반면 열이나 압력으로 인해 배터리 팩이 손상된 경우에는 누수가 발생해 수조 기능을 상실하게 되고 이 경우 지속적인 주수와 함께 열화상 장비를 활용한 장시간 모니터링이 필수적이었다.
전기버스 화재 대응 장비 보강의 필요성
전기버스 화재는 기존 차량 화재와 본질적으로 다른 특성을 가지며, 진압 이후에도 장시간 냉각과 감시가 요구되는 고난도 재난 유형이다.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전기차 화재 대응을 위해 차량 전체를 침수시키는 전용 침수 컨테이너 장비를 운용하고 있으며 전기버스와 같은 대형 전기차 대응 장비 개발도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전기버스를 수용할 수 있는 침수 수조를 갖춘 컨테이너 트럭이나 조립식 컨테이너등 대형 전기차량 대비 특수 대응 장비의 추가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전기차 보급 확대와 잠재적 위험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된 시점을 2010년 전후로 볼 때, 현재는 노후화된 전기차가 점차 증가하는 시기에 해당한다. 배터리 열화가 진행된 차량이 증가할수록 화재 발생 가능성 역시 높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지하 주차장이나 버스 차고지와 같이 차량이 밀집된 공간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장시간 냉각과 지속적인 관리가 요구되는 전기차 화재의 특성상 대응 부담은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차량 화재를 넘어 대형 재난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현장 중심 대응 체계의 한계
현재 소방 현장에서는 외부 구조물 제거와 배터리 팩 타공 후 직접 주수 방식이 주요 대응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많은 인력과 장비, 그리고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며 현장 대원의 안전 부담 또한 크다. 즉, 현재의 대응 체계는 여전히 사고 발생 이후 대응 중심의 체계에 머물러 있다고 볼 수 있다.
제조 단계에서의 소방 대응 설계 필요성
전기차 화재 대응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제조 단계에서부터 소방 대응을 고려한 설계가 반영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화재 발생 시 온도를 측정해 배터리 팩 내부로 냉각수가 자동 분사되는 시스템이나 차량 외부에 소화수 주입 포트를 설치해 일정 압력으로 물을 주입하면 배터리 내부까지 직접 냉각이 가능하도록 하는 구조 등을 검토할 수 있다.
외부 소화수 주입 구조
외부 주입 포트는 일정 압력 이상의 소화수를 배터리 팩 내부 공간으로 직접 유도하도록 설계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배터리 셀 내부에서 진행되는 열폭주 반응을 보다 신속하게 억제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구조가 도입될 경우 현장에서는 별도의 구조물 절단이나 타공 작업 없이 소화수를 직접 배터리 내부로 공급할 수 있어 현장대원의 위험부담을 줄이고 초기 대응 시간이 크게 단축될 수 있다. 또한 배터리 팩 내부까지 직접적인 냉각이 가능해짐에 따라 외부 주수 방식에 비해 냉각 효율이 향상되고 결과적으로 화재 확산 가능성과 재발화 위험 역시 감소할 수 있다.
특히 전기버스와 같이 대용량 배터리를 상부에 탑재한 차량의 경우 주입 포트를 이용한 직접 냉각 구조는 무거운 배터리 팩을 아래로 내리지 않고 수조를 형성할 수 있어 장시간 현장 통제가 필요한 전기버스 화재 대응의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외부 소화수 주입 구조는 전기차 화재 대응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향상 시킬 수 있는 설계적 대응 방안이며, 향후 전기차 제조 기준이나 안전 규격에서 충분히 검토될 필요가 있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전기차 화재 대응의 패러다임 전환
현재 전기차량은 소방 대응 관점에서 볼 때 상당한 위험 요소이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제조 단계에서부터 대응 측면을 고려한 설계가 필요하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기술적으로 소화수 주입 설계가 어려울 수도 있고 현실적인 비용과 시장 경쟁 요소가 우선적으로 고려될 수 있다. 그러나 화재 발생 시 막대한 소방력이 투입되는 구조가 지속된다면 사회적 비용 역시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장비와 기술의 고도화뿐 아니라 제조 단계에서 대응에 초점을 둔 구조적 안전 설계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전기차 시대의 화재 대응은 더 이상 단순한 진압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차량 설계 단계부터 안전을 고려해야 하는 사회적 협력 체계의 구축이 필요한 새로운 과제다.
은평소방서 현장대응단 구조대 소방장 이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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