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꼭 요지경 속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 현란하고,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대표적으로 [신정아 사건]이라는 것이 있다. “공무원 생활 30년을 바르게 해왔다”는 변모(某) 승지가 자기보다 23살이나 아래인 미모의 여성 가짜 박사에게 발목을 잡혀 허우적거리는 꼴은 보기에도 민망하기 짝이 없다.
특히, 이 사건 관련자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명백한 증거를 코 앞에 들이대기 전 까지는 거짓말로 버틴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사건과 관련해 거짓말을 해 온 사람들은 잡범도 아닌, 학계, 종교계, 재계 정부의 지도층 인사들이다.
이 사건의 주연급 인사인 변모(某) 승지는 처음에 “법으로 대항하겠다.”며 큰 소리를 치고 결백을 강조하다가 구치소에 수감되는 신세가 되었으며 “깜도 안 되는 사건”이라는 발언부터 시작해 이 사건과 관련된 정부 고위층의 릴레이식 거짓말은 더 이상 되풀이 하고 싶지도 않다.
그런 와중에 불꽃은 엉뚱한 곳으로 튀어서 김모 s그룹 명예회장 집을 압수 수색하는 과정에서 꼭꼭 숨겨두었던 62 억원의 현금이 발견돼, 이 돈의 출처를 집중 수사 중 이라니 “안 되는 놈은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는 말이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우리나라에 거짓말이 시작되기로는 (물론 그 전에도 있었겠지만) 사색당쟁으로 갈라져 정치 싸움을 했을 때 거짓말로 상대방을 모함해 제거하고 정권을 잡았다는 내용들이 역사의 기록으로 전해져 오고 있다.
근자에는 5적(五賊)으로 일컬어지는 친일파와 그 외 친일인사들이 이른바 [대동아공영권]을 내세워 “동아시아 제국이 일본을 중심으로 하나로 합치면 세계 최강국이 되어 그 일원인 우리도 잘 살 수 있다.”는 괴변으로 국민을 속이고, 나라를 일본에 바친 대가로 엄청난 부(富)를 하사 받았고, 귀족의 서열에 봉(封)해져 작위를 수여받고 갖은 영화를 누려 온 것도 역사가 증명해 주는 사실이다.
광복 이후에도 국민을 속이고 수천 억원대의 부정 축재를 한 죄로 전모, 노모, 전직 대통령들이 감옥살이를 했고, 그 중에서 전모씨는 “재산이 30만원 밖에 없다”고 큰 소리를 쳐서 국민들을 한동안 웃긴 일이 있었다.
“그 후에 대통령을 지낸 두 김씨와 현직 대통령은 과연 깨끗한가?” 하고 물었을 때 “그렇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한 마디로 모두가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거짓과 불신의 현상은 사회에도 만연돼 가짜 식품, 가짜 물건, 가짜 명품은 옛 이야기이고 가짜 박사까지 등장해 소동을 일으키고 있는 판국이다. “돈벌기 좋은 땅이 있으니 투자하라.”는 전화가 하루에도 몇 통화씩 걸려 오더니 이제는 “당신의 체납액에 대해 도와주겠다.”, “당신이 연루된 사건을 도와주겠다.”는 가짜 국세청과 검찰청의 협박성 전화가 판을 치고 있다.
제 정신을 가지고 살아가기가 참 힘든 세상이다. 이제 가족끼리 서로 속이고 의심하게 되면, 우리 사회의 기초를 이루고 있는 가정까지 파탄나지 않을까 심히 걱정되는 바이다.
민족의 지도자인 도산 안창호 선생은 이런 거짓말들이 망국(亡國)의 원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참되자(정직하자). 그리고 믿자”라는 국민의식개혁운동과 더불어 “힘이 있어야 나라를 지킬 수 있고, 아는 것이 힘”이라는 신념아래 교육 사업에 열과 성을 기울여 왔다. 도산 선생은 독립 운동을 해 오던 중 일경(一警)에 체포되어 옥중에서 순국하셨는데, 나는 운(運) 좋게도 젊은 시절에 도산 선생의 숭고한 사상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당시 도산 선생으로부터 직접 훈육과 훈련을 받으면서 선생과 생활을 함께 해오던 1세대 원로인 장리욱 박사(초대 서울대총장, 초대 주미대사), 주요한 선생(문학가, 경제인, 정치인, 초대 부흥부장관), 백영엽 목사, 박현환 선생을 모시고 가르침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선생들께서는 말씀은 별로 없었으나 약속한 것은 칼처럼 분명히 지키는 것을 몸소 실천으로 보여주셨다. 허언(虛言)이라고는 있을 수가 없었다.
말 많은 사람치고 실천하는 예가 드물다는 것은 그 동안 인생경험을 통해 익히 아는 바이고 스스로 “정직하다”고 큰 소리 치는 사람, 남의 허물을 들춰내 헐뜯는 사람치고 정직한 사람이 별로 없더라. 정직한 사회를 만들려면 자기가 먼저 정직해져야 한다. 폐 일언 하고 “나는 정직한 사회에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