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란확산에 소방방재청 '갈팡질팡'
고시원 화재가 지속적으로 발생되면서 소방방재청에서는 고시원 화재사고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시행규칙(안)’을 지난 2008년 12월 10일 입법예고 했다.

당시 입법예고된 개정안에는 고시원 영업장 내부통로 폭을 기존 90cm 이상에서 양 옆에 구획된 실이 있는 경우 최소 150cm 이상, 그 밖에는 120cm 이상으로 개선토록 하고 통로와 복도에는 전류에 의해 빛을 발하는 방식의 피난유도선을 설치토록 했다.
또, 숙박을 제공하는 형태의 고시원업 및 산후조리원업장 영업장 내 구획된 실마다 화재대피(피난)용 간이호흡 기구를 비치토록 하는 내용을 개정안에 포함시켰다.
이 같은 개정안의 입법예고와 함께 간이호흡기구의 안전성과 성능에 대한 문제들이 잇따라 제기된 것이 이번 논란의 시작이다.
개정안에는 숙박을 제공하는 형태의 고시원업 및 산후조리원의 구획된 실마다 ‘국가 공인인증기관의 인증’을 받은 화재대피(피난)용 간이 호흡기구를 비치토록 규정하고 있었다.
개정안의 내용과 같이 국가 공인기관에서 화재 대피를 위해 인증을 획득한 제품은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의 kfi인정기준에 따른 ‘화재대피용 자급식호흡보호기구’와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에서 운용중인 ks표준규격의 ‘화재대피용 마스크’ 등 두 가지 제품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제품은 착용자를 보호하는 방식 등 전반적인 기능 및 형상이 달라 법적 허용여부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소방방재청은 간이호흡기구 비치 규정을 제도에 미반영한 채 입법화시켰지만 국회의원들의 지적으로까지 이어져 소방방재청에서는 아직까지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급식호흡보호기구’와 ‘화재용 긴급대피 마스크’
- 자급식 호흡보호기구
자급식 호흡보호기구는 화재발생 장소로부터 대피를 위해 사용되는 호흡용 기구이며 두건내부로 산소나 공기를 공급하는 방식의 화재대피용 호흡기구로 한국소방산업기술원에서 kfi인정기준에 적합하도록 규격화된 제품이다.
즉, 외부 공기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산소를 발생시키거나 압력용기로부터 산소 및 공기를 공급받아 호흡하는 기구인 것이다.
자급식호흡기구는 p타입(압력용기로부터 산소 및 공기를 공급하는 방식)과 k타입(호흡기구 내부에 ko2에 의해 발생한 산소를 이용하는 방식)로 구분된다. 이번 논란의 대상이 된 제품은 바로 k타입이다.
k타입의 자급식호흡보호기구는 ko2라는 분자식을 가진 초과산화칼륨을 사용한 기능이 내부에 들어있어 착용자가 호흡 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치환하고 흡입통을 통해 호흡백에 생성된 산소를 다시 들이마실 수 있도록 개발됐으며 이를 반복하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숨을 내쉴 때 생성되는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치환해 착용자가 이를 통해 호흡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호흡기구로 약 10분간의 유효 사용시간을 가지고 있다.
- 화재용 긴급대피 마스크
긴급대피마스크(화재용)는 유독가스 및 열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두건이 장착된 여과방식의 대피용 마스크로 한국산업규격(ks)과 유럽 ce(en 403:2004)에서 준용하고 있는 제품이다.
자급식 호흡보호기구와 다른 것은 정화통 여과방식이라는 점이다. 현재 독일의 draeger사나 미국 msa, 홍콩의 cy 등 선진 외국에서 화재 대피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모델로 알려져 있다.
부착된 정화통은 일산화탄소(co)와 염화수소(hci), 아크로레인(acrolein), 시안화수소(hcn) 등 4가지 주요 유독가스의 정화 성능을 테스트 받아 15분 이상의 사용가능 시간을 가지고 있다.
방독면과 비슷한 형태로서 화재용이라는데 초점을 두고 개발된 제품이라고 볼 수 있다.
호흡기구 문제 잇따라 제기… 이견 차이 커 - 떠오른 ‘자급식호흡보호기구’ 문제점
두 가지 제품은 한국소방산업기술원, 기술표준원 등 제품의 성능을 인정해주고 있는 기관은 물론 제품의 형상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 중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의 자급식호흡기구에 대한 문제는 ko2를 이용한 호흡기구는 전세계 어디에서도 화재대피용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과 산업용으로 부분 사용되고 있지만 안전을 고려한 장치들이 적용되고 있는 반면 국내 기준에는 해당 기준이 빠져있다는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kfi 화재대피용자급식호흡기구 인정기준 제정 시 이미 폐기 된 산업용 en400/en401규격을 검토하면서 착용 즉시 호흡기능을 할 수 있는 장치와 ko2 냉각장치, ko2 잔량표시 장치 등 착용자의 안전과 관련한 기준 일부가 누락됐다는 것이다.
또한, 최초 착용시 필수적으로 호흡을 먼저 불어야만 하기 때문에 착용상의 어려움이 있다는 문제점과 ko2의 발열 화학반응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뜨거운 산소가 발생될 경우 호흡기관의 화상위험과 호흡주머니에 저장된 산소와 반응하면서 폭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문제점으로 부상했다.
이에 대해 기준을 제정한 한국소방산업기술원 관계자는 “외국 제품은 장시간 사용하는 산업용으로 적용하고 있는 것이며 해당 기준이 그대로 적용된 것이 아니고 국내 화재환경에 맞도록 짧은 대피 시간을 고려하여 만들어진 규격”이라며 “반응성이 있는 ko2가 아닌 반응성이 적은 ko2를 소량 사용했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제기된 ‘화재용 긴급대피 마스크’ 문제점화재용 긴급대피 마스크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산소농도의 제한이다. 산소농도가 17%이하의 장소나 결핍이 예상되는 환경에서는 사용금지토록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화재현장에서의 호흡기구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화재발생시 산소농도 저하에 따른 인명피해가 아닌 유독가스에 의한 사망률이 크고 산소농도가 17%로 떨어진 공간에 고의적으로 접근하거나 지체하지 않는 이상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세계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제품인 만큼 그만한 신뢰도와 검토를 통해 제정된 기준이라는 의견들이다.
또한, 일산화탄소(co)와 염화수소(hci), 아크로레인(acrolein), 시안화수소(hcn) 등 4가지 유독가스에 한해서만 성능시험을 하고 있어 기타 유해가스에 대한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해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 규격 관계자는 “시험에 있어서 화재 시 나오는 모든 가스를 시험할 수 없어 대표적인 가스를 시험하게 되면 어느 정도 커버한다는 전제하에서 한 것”이라며 “en(유럽표준)규격을 기본으로 한 규격”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 “화재용 마스크를 화재 시 발생되는 모든 가스에 대해 전부다 실험을 하는 제품은 본적이 없고 국가가 최소한의 대피할 수 있는 제품으로서 인증이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 확대된 간이용대피호흡기구 논란, 끝은 어디인가?- 국가 및 글로벌 규격까지 ‘흔들어’
한국소방산업기술원과 기술표준원에서 운용 중인 규격에 적합한 두 종류의 호흡기구들을 제조하는 업체는 단 두 곳 뿐이다. 이 두 타입의 호흡기구들이 법적인 의무설치 제품으로 검토가 진행되면서 각 업체들은 13개월 째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자급식호흡보호기구를 생산하는 a업체는 자사의 제품만을 법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며 타사 제품의 안전성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또, 화재용 긴급대피 마스크를 생산하는 b업체는 두 타입의 제품을 모두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으면서도 kfi인정 제품에 대한 규격상의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이러한 양 업체의 주장들은 관련 전문 언론들이 참관한 논의석상 등에서 여과없이 공개됐고 일부 언론을 통해 소방분야의 이슈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때문에 소방방재청에서는 해당 문제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기 시작하면서 급기야 국가 글로별 규격에 대한 자체적인 재검토를 진행하는데까지 이르렀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 그리고 해외의 전문가들까지 참여해 만들어진 기술적인 규격을 자체적으로 단시간에 논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정책이 펼쳐지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소방방재청은 지난해 2월 19일 중앙 119구조대의 일부 대원을 대상으로 모의 화재현장을 꾸며놓고 호흡기구를 착용토록 하는 등 실제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제 2차 세계대전 때에만 존재했던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실험을 강행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 논란이 된 소방방재청의 호흡기구 테스트 모습 | |
이후 소방방재청은 한국소방산업기술원과 기술표준원의 규격을 배제한 채 자체적으로 간이호흡기구의 성능기술기준 제정을 위한 연구용역을 지난 8월부터 4개월간 진행한 상태이다.
이 같은 정책적인 움직임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의 인정기준과 국가적인 ks기준 등 전문가들이 참여해 만들어 놓은 규정을 이토록 단시간에 뒤흔든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회의원들까지 합세 … ks규격 배제 촉구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자유선진당 이명수 국회의원을 비롯한 한나라당 이은재, 장제원 국회의원 등 3명의 의원들은 ks제품에 대한 적용을 재고하고 kfi제품만을 적용해야 한다는 완강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때문에 이들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3인 공동국감을 펼치는 등 ks제품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해왔고 간이호흡기구의 안전성 검증을 위해 성능테스트 안을 마련하여 시험을 진행하라는 정책을 소방방재청에 제안했다.
이에 따라 소방방재청은 간이호흡기구의 성능실험을 위한 자문단 구성과 그 권한을 모두 국회에서 주관하도록 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성능실험이 종료되면 자문단의 결과보고서를 제출 받도록 했으며 현재 그 결과보고서가 소방방재청에 제출된 상태이지만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 주관 자문회의도 ‘시끌벅적’구성된 자문단의 전반적인 업무는 책임간사를 맡은 이명수 의원실 주해돈 보좌관을 중심으로 전개됐다. 지난해 12월 11일과 동달 23일, 두 차례에 걸쳐 간이호흡기구의 안전성 검증을 위한 성능테스트를 위해 회의가 진행됐지만 위원회가 열릴 때마다 논란이 됐다.
▲ 국회 이명수 의원실 주관으로 열린 자문위원회 © 최영 기자 | |
kfi제품과 ks제품 등 두 타입 모두 문제점들이 제기된 상황에서 ks제품만을 배제해야 한다는 식의 일방적인 회의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또, 심리적 부담감을 억누르지 못한 듯 자문위원들의 연이은 사퇴가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이명수 의원실 주해돈 보좌관이 위원들에게 보낸 공문은 또 한번의 논란을 불러왔다. 공문에는 ‘연이은 사퇴에 대한 진상조사를 진행 중이며 결과에 따라 엄중 조치할 예정’이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어 협박성이라는 위원들의 불만이 불거져 나왔다.
당시 자문위원이었던 한국사이버대학교 이창우 교수는 2차 회의에서 “협박으로 들린다”며 “이러한 내용은 자문위원에게 보낼게 아니라 본인들이 진행하면 되는 것이고 국회에서 짜놓은 것을 동의하는 어용교수가 되라고 하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 교수는 “한해 화재건수가 5만 건이 발생해 2,700여명이 죽는데 화재가 미미한 고시원과 산후조리원만을 위한 회의를 하고 있다”며 “굉장히 중요하고도 핵심적인 안건이 많음에도 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타당한지 씁쓸하다”고 말했다.
자문위원장의 중립적이지 못한 행태도 문제시 됐다. 이창우 교수는 “어느 회의를 가도 위원장이 중립을 지키지 않는 경우는 없다”고 잘라 말하며 자문위원을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회의석상에서 박차고 나가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자문위원으로 위촉된 모 위원 또한 “이미 내부적으로 결론을 정해놓고서 자문위원회를 연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자문위원회 간사가 회의를 이끄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두 차례나 열린 회의에서는 당초 계획인 성능실험 방안은 도출하지 못한 채 논문 및 문헌 등을 통해 대안을 마련하기로 했고 이후 산소결핍 상황이 우려되는 가능성에 따라 환경에 맞는 제품을 비치하자는 위원들의 논의가 이뤄졌지만 전혀 다른 방향으로 kfi제품만을 고시원과 산후조리원에 비치하도록 한다는 ‘제품 선정’ 결론을 내버렸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친 최종적인 자문위원회 결과물이 소방방재청에 제출된 상태이지만 정확한 내용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주해돈 보좌관은 “소방방재청의 요청으로 인해 최종적인 정책이 수립되기 전까지 자문위원회 결과를 공개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잇따르는 국회 지적의 ‘허와 실’- 국민방독면과 긴급대피마스크는 동일 제품?

첫 자문위원회의에서 이명수 의원실의 주해돈 보좌관은 “불량 국민방독면 사건이 발생해서 120만개의 제품이 폐기 및 리콜이 됐고 이 국민방독면과 ks제품이 동일한 성능 및 골격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남았으나 41억여원에 대한 국가 손해배상 청구가 된 상태인데 동일 규격의 방독면을 다중이용업소에 의무비치한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ks제품 문제의 요지를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국민방독면은 현재의 ks제품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취재결과 확인됐다.
과거 국민방독면 사건은 정부에서 1,600억원을 들여 국민들에게 방독면을 보급하기 위해 펼쳐진 사업이다.
당시 모 방위산업체가 정부에 독점공급을 하면서 2001년부터 2002년 9월 이전에 생산된 41만 3천 617개의 화재용 정화통을 불량제품으로 공급해 사회적 물의를 빚었다.
소방방재청의 조사결과 화재대피용 정화통은 이산화탄소 여과 성능이 기준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행정자치부 소관 예방안전국 민방위과의 국민방독면 규격에 따르면 정상제품은 3분 동안 일산화탄소 농도를 기준치인 350ppm 이하로 유지시켜야 했지만 해당 불량 정화통은 23초 밖에 기능을 유지하지 못하는 등 1분만에 1,000ppm을 넘는 불량 정화통인 것으로 드러났다.
업체의 비도덕성에 따른 성능 불량 제품이 납품되면서 발생한 사건이다.
또한, 국민방독면은 현재의 ks규격과 비교해 볼 때도 성능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ks규격은 기술표준원의 규격인 동시에 유럽표준규격(en)의 기준이다. 때문에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 긴급 화재대피용 제품으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국민방독면은 과거 행정자치부 시절 예방안전국 민방위과에서 만들어진 자체적인 일개 규격일 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당시 국민방독면의 기준을 살펴보면 일산화탄소의 여과 성능을 체크하는 시간은 고작 3분이었지만 ks규격 및 en기준은 최소 15분 이상의 성능시험을 거치고 있는 등 여과 성능의 수준도 크게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구체적인 여과 성능을 보면 화재 시 가장 치명적인 독성인자인 일산화탄소 시험 시 가스농도를 2,500ppm, 5,000ppm, 7,500ppm, 10,000ppm 등 5분 간격으로 4단계에 거쳐 이때 일산화탄소 농도가 200ppm을 넘지 않아야만 한다. 이는 국민방독면(350ppm) 규격 보다 150ppm이나 적은 수치이다. 이 밖에도 누수 및 재질의 가연성 등 물성에 대한 부분도 국민방독면과 비교할 때 기준이 높다는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규격상의 수준이 낮고 비도덕한 업체가 성능이하의 불량 정화통을 납품해 파문이 일어난 국민방독면과의 비교는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 해당 업체 “성능시험 참여 거부하지 않았다”
국회의원 3인의 지적은 입법예고 이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kfi인정품만을 법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완강한 입장이다.
이명수 의원실 주해돈 보좌관의 설명에 따르면 두 타입의 호흡기구 제조업체에 실제 화재상황을 재현한 성능실험에 참여할 것을 요구했지만 ks업체만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밝힌 업체 측의 주장은 다르다.
화재대피용 긴급대피 마스크를 생산하는 b업체 관계자는 “아무런 시험 조건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쓰고 들어가라고 말해 세계적으로 사람이 직접 들어가서 시험을 하는 사례는 없다”며 “명확하고 객관적인 시험방법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을 했는데 이를 그렇게 받아들인 것 같다”고 말했다.
■ 산소농도 위험성 … 전문가 시선도 제각기
산소농도 17%이하에서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된 ks제품에 대한 의견 만큼은 전문가들도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부정적인 시각에서는 고시원 등 밀폐된 공간에 적용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삼가해야 하고 훈소 화재의 성격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산소가 소멸될 우려가 있는 화재현장에서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반면, 화재대피용 간이호흡기구라는 의미를 따져볼 때 초를 다투는 상황에서 신속한 대피를 목적으로 한다면 산소농도는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또, 화재발생시 산소농도 저하로 인한 인명피해가 아닌 유독가스에 의한 사망률이 커 산소농도가 17% 이하로 떨어진 공간에 고의적으로 접근하거나 지체하지 않는 이상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이와는 상반되게 호흡기구 자체가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화재 발생시 5분 이후에는 폭발적인 연소가 진행되면서 온도가 1,000℃ 이상 상승되기 때문에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무엇보다 5분이내에 신속한 피난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효과적인 사용이 가능하겠냐는 의문이다.
이렇듯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제각기 다른 주장들이 나타나면서 호흡기구에 대한 의견들은 결과물을 도출하지 못한 채 지속적인 대립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소방방재청 미흡한 정책 결정이 논란 키워이번 논란이 확대된 가장 큰 이유는 소방방재청에서 내린 정책적인 결정이 미흡함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 크다.
관련법을 개정해 간이호흡기구라는 새로운 개념의 제품을 법적으로 도입하면서 어느 정도 수준을 법적으로 규제할지에 대한 사전검토가 미비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 같은 소방방재청의 실수는 입법예고안과 함께 공개된 자체규제심사자료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현재 논란의 쟁점이 되고 국가공인인증기관에서 인증 받은 두 타입의 호흡기구와는 전혀 무관한 제품의 사진을 심사자료에 첨부하는 등 입법을 위한 초기 서류부터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 입법예고와 함께 공개된 자체규제심사자료에는 자급식호흡보호기구(좌)와 입법예고안 내용과는 무관한 제품의 사진이 첨부되어 있다. - 2008년 12월 10일 소방방재청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자체규제심사자료 - | |
특히, 소방방재청은 지난 2004년 대구지하철 방화사고와 서울 지하철에 비치된 비상마스크에 대한 문제점 논란 이후 한국소방검정공사(한국소방산업기술원)를 통해 화재대피용 간이 호흡기구 기술기준 제정을 지시한 바 있다.
이후 2005년 10월 13일 소방방재청은 간이비상마스크에 대한 기준 제정은 예산지원이 어렵고 기술표준원 및 당시 한국소방검정공사의 기준 양립에 따른 사용자 혼선이 초래될 수 있다는 이유로 화재대피용 마스크 ks규격으로 기준을 일임한 사실이 있다.
그러나 이듬해 11월 13일 화재 시 대피를 위한 자급식호흡보호기구의 kfi인정기준을 제정하면서 기준 양립에 따른 혼선 초래라는 판단을 뒤집어 버렸다.
이 같은 사전 검토 미비와 손바닥을 뒤집듯이 쉽게 바뀌어 버린 정책적 판단으로 인한 모든 것들이 논란을 더욱 확산시켰다는 지적이다.
■ 안전성 수준이 관건! 선택은 소방방재청의 몫!
현재 소방방재청에서는 간이호흡기구 성능기술기준 제정을 위해 실시한 용역을 모두 끝마친 상태이며 국회 차원에서 구성된 자문위원회의 결과물도 제출받은 상태이다.
이에 따라 소방방재청은 이 결과들을 토대로 검토를 거쳐 고시원 및 산후조리원에 간이호흡기구를 비치하도록 하는 내용의 제도화를 다시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이명수 의원실에 따르면 이 같은 향후 추진계획을 이달 말까지 소방방재청으로부터 제출 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라는 것은 예상할 수 없는 상황들이 발생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100% 고려한 제품이나 기기들을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도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보다 높은 실용성을 갖춘 제품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일정수준의 조건과 이를 보장하기 위한 검증시스템, 충분한 교육, 홍보 등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안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장비일지라도 교육이나 그것을 활용하는 국민들에게 인식이 확산되지 않는다면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효과적으로 지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누구도 가늠할 수 없는 화재 상황 속에서 “100%의 상황을 고려하느냐”와 “일정수준을 고려하느냐”는 보는 시각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비중 있는 의견이다. 이는 잠시 사용하기 위한 1회 용품과 지속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용품이 용도별로 성능과 수준적인 차이를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소방방재청에서 최종적으로 수립하게 될 대안은 13개월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을 들여 담당자, 국회, 전문가 등 수많은 의견들을 토대로 마련되는 방안이다.
얼마만큼의 수준을 법적으로 규정지을지는 아직까지 알 수 없지만 장기적인 검토 기간을 거치고 큰 논란도 뒤따랐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 그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최종적인 정책의 수립은 소방방재청의 몫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어떠한 방향이 설정 되더라도 분분한 의견에 따른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여 소방방재청의 분명한 의지와 명분이 함께해야만 할 것으로 보여진다.
[취재수첩] 1년 2개월간의 취재를 마치며…지난 2008년 9월 어느 날 국정감사의 정보 입수를 위해 국회를 찾았던 기자는 새롭게 구성된 18대 행정안전위원회의 의원실을 돌며 감사 안건들을 파악하기 위한 취재를 진행한 바 있다.
순서에 따라서 이명수 의원실에 들리게 된 기자는 의원실의 모 보좌관을 만나게 됐고 국민방독면에 대한 안건을 준비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당시 출시되기 시작한 자급식호흡보호기구에 대한 내용들을 전하며 외부 공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특성을 보좌관에게 설명했다. 기자가 알고 있는 상식선에서 말이다.
이후 제품의 특성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보좌관에게 해당 업체의 관계자를 연결해 주게 됐고 그 업체는 제품 설명을 위해 의원실과의 만남을 가진 바 있다.
같은 해 10월 10일 국정감사가 진행되면서 또다시 현장에서 만난 모 보좌관은 해당 업체의 제품을 국감 현장에서 아이템으로 사용하기 위해 제공 요청했으나 지원이 잘 되지 않았는지, 본 기자에게 말을 건넸다.
이후 기자는 그 자리에서 해당업체에게 전화를 하게 됐고 업체는 의원실에 해당 제품을 전달하게 됐다. 이로 인해 해당 제품은 국정감사라는 무대에서 첫 선을 보이게 됐다. 이것이 국회 차원에서 이번 논란에 개입하게 된 첫 단추로 작용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기자 또한 화재 대피를 위한 새로운 아이템의 등장으로 인해 해당 제품에 대한 메리트에 빠져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 후 2개월이 지난 12월 11일 소방방재청에서는 고시원의 화재사고에 대한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 ‘간이호흡기구’ 비치 골자가 담긴 관련 법안을 입법예고 했다.
입법예고 기간 중 기자는 산소농도 저하에 대한 위험성을 우려해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의 업무위축을 우려한다는 내용의 개인의견서를 소방방재청에 제출하기도 했었다. 당시 입법예고 된 내용 중 피난유도선의 무차별적인 유통이 우려된다는 내용도 의견서에 포함 했다.
그러나 관련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취재가 이어지면서 과거 소방방재청이 화재대피용마스크에 대한 기준 제정을 ks규격으로 일임한 사실과 해외 사용 사례 등 수많은 정보들을 접하게 됐다.
그 사이 두 타입의 제품을 제조하는 업체 간의 마찰은 시작됐고 국회에서도 ks제품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2009년 국정감사 지적사항으로도 급부상했다.
이번 논란의 핵심적인 문제는 ‘시각차이’라는 판단을 해 본다. 국회에서 나타나는 지적도 시각에 대한 판단이 다른 것 뿐이라는 생각이다. 산소농도에 대한 위험성 여부가 가장 큰 문제일 수 있지만 이 또한 바라보는 시각에서 큰 차이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자급식호흡보호기구가 소형화 되어 세계적으로 처음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탄생한 것도 이례적인 일이고 어쩌면 자랑스러운 일 일수도 있다.
이제 마지막 열쇠는 소방방재청에서 쥐고 있다. 여론에 대한 부담이 없지는 않겠지만 소신 있는 판단을 기대해 본다.
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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