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제품의 내용연수 제도가 도입되면서 소방제품에 대한 범국민적인 안전의식이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는 반면 일각에서는 자율적 권고사항으로는 실효성을 거둘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의무적으로 설치되는 소방용품이 무기한 방치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보다 현실적인 유지관리를 위한 소방용품의 내용연수 설정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사안이다.
일반 공산품과는 다르게 화재시에만 작동 및 사용되는 소방용품의 성능이상 유무를 평상시 면밀하게 파악할 수는 없다는 문제점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국민 스스로 설치하고 점검을 통해 이뤄져야 할 사항이지만 안전의식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는 대다수의 소방용품이 장기간 방치되고 있어 화재 발생 시 정상작동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져 있는 실정이다.
이번에 도입되는 민간 체제의 자율적인 내용연수 제도 도입은 이 같은 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 단초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돼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본지에서는 내용연수의 도입과정부터 최종 확정된 운영방안을 살펴보고 자율적 권고 사항 제도에 대한 소방방재청의 입장과 더불어 시행 주체인 한국소방기구공업협동조합의 입장을 들어본다.
1년 만에 민간 자율적 제도 시행키로 확정지난해 국정감사시 민주당 최인기 의원을 비롯해 한나라당 이범래, 유정현 의원, 자유선진당 이명수 의원 등 여야를 가리지 않은 지적이 제기되면서 내구연한 제도 도입의 필요성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 지난 3월 26일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유정현 의원과 이범래 의원, 최인기 의원이 공동 주최한 토론회 | |
이 같은 지적은 언론을 통해서도 지속적으로 제기됐으며 소방방재청은 내구연한 제도 도입을 위한 검토에 착수했다.
특히, 지난 3월 26일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유정현 의원과, 이범래 의원, 최인기 의원의 주최로 소방용 기계기구 내구연한 도입 방안에 대한 국회 토론회가 개최됐으며 당시 발제자로 나선 한국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이창우 교수는 내구연한 도입의 필요성과 도입방안을 제시했다.
소방방재청에서는 이를 토대로 내용연수 도입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4월 7일을 기점으로 올해 6월까지 총 4차례에 걸친 전문가 토론회를 갖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이 같은 토론회를 통해 소방방재청은 일부 품목에 한해서 우선적인 권장사항으로 운영키로 하고 소방기구공업협동조합을 제도의 시행 주체로 선정하고 소방방재청에서는 행정적 지원을 추진키로 확정했다.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지 약 1년만에 제도의 운영방안과 도입을 위한 절차 등이 정립되면서 우리나라 소방제품의 내용연수 제도 도입이 현실화 됐다.
소방용품 내용연수 제도 어떻게 운영되나민간 체제의 소방제품 내용연수 제도 도입의 가장 큰 목적은 소방제품의 경우에도 수명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그 기간에 도래할 경우 제품의 교체나 성능의 정밀적인 검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방화관리자와 점검업자 등은 건축물의 점검시 시설물이나 건물에 비치된 대상품목의 제조연도를 파악해 소방시설관리사협회 및 소방시설관리유지협회에 제출토록 하고 취합된 정보를 한국소방기구협동조합에 통보할 수 있는 체계를 정립할 방침이다.
이후 소방기구조합에서는 건물주에게 내용연수가 경과한 노후 소방용품의 위험성을 알림과 동시에 성능검사를 받거나 교체를 권장하게 된다. 이는 일본에서 운영되고 있는 내용연수 제도와 매우 흡사한 형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능검사를 원하는 건물주나 관계인 등은 소방용품의 검정기관인 ‘한국소방산업기술원’에서 실시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새로운 제품을 구입할 경우에는 우수 제조업체의 제품을 시중가격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조합 측에서 편의를 제공할 계획이다.
처음 도입되는 제도인 만큼 초기진화를 위한 필수 소방용품인 소화기와, 소방호스. 단독경보형감지기가 우선적인 시행 대상이며 향후 타 품목에 대한 수명 설정도 검토 중이다.
이 같은 제도의 정착을 위한 소방방재청의 적극적인 행정지원도 이뤄진다. 소방방재청은 지난 11일 내용연수 도입을 알리는 내용의 협조문을 각 시도 소방본부에 하달해 소방대상물의 관계인과 시설점검업자, 방화관리자 등에게 홍보와 지도를 해줄 것으로 요청했다.
또 소방시설점검업 및 방화관리자에게 내용연수가 설정된 소방용품의 보유현황을 작성해 소방시설관리사협회 또는 소방시설관리유지협회에 제출토록 지도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한국소방안전협회에서 이뤄지는 방화관리자 교육시 내용연수 제도의 시행을 알리도록 하고 조합에서는 안전협회 각 지부에 유인물과 홍보물을 배부키로 했다.
자율적인 권고 제도 … 까닭은?당초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 당시에는 제도적 강제사항을 소방제품 내용연수 도입의 필요성이 부각됐지만 현재 시행에 들어간 내용연수 제도는 자율적인 권고사항으로 정립됐다.
지난 2007년 소방방재청이 입법예고 했던 ‘소방용 기계기구 등의 내용연수 기준 제정(안)’ 또한 의무적인 사항이었지만 제도 도입에 난항이 이어지면서 소방방재청은 강제적인 제도가 도입될 경우 국민에게 큰 경제적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민간자율 권고사항으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 또한 자율적 권고사항으로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지난해 국정감사 이후 지속적으로 열린 전문가와의 토론에서도 국민에게 소방제품의 수명을 알리고 교체나 성능시험 주기 및 방법을 알려줄 수 있는 가이드라인 형식의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부각된 점도 자율적 제도가 도입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일부 건축물의 관리자나 관계인이 노후 소방제품의 성능 이상 유무를 염려해 교체를 하려 해도 마땅한 기준이 없어 소유주에게 정당하게 요구할 수 없는 등 크고 작은 문제점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적극적인 협조 통해 실효성 살리겠다”소방방재청 류해운 소방산업과장
▲ 소방방재청 류해운 소방산업과장 © 최영 기자 | |
소방방재청 류해운 과장은“소화기와 같이 우리 생활 속에서 함께하는 소방용품은 그 성능의 유지관리가 매우 중요하다”며 “자율적인 내용연수 제도의 정착을 위해 행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소방용품의 특성상 화재발생 외에는 실질적인 성능확인이 어려워 관계인의 무관심으로 장기간 방치되거나 노후화 되어 화재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류해운 과장은“이 같은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논의된 소방용품 내용연수 도입은 화재 발생시 반드시 작동해야만 하는 소방용품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끌어내고 알려줄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국민에게 소방용품의 품질적 성능 유지기간을 알려줌으로써 유지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제도의 안정적인 시행을 위해 행정적인 지원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 소방방재청의 입장이다.
우선적으로 관공서부터 모범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청사나 공기업에 때가 되면 성능시험을 받거나 교체하는 등 조치할 수 있도록 적극 유도할 계획이다.
또 소방 관련 단체와 기관은 물론 각 시도 소방본부의 협조를 통해 소방대상물 건축주에게 알려줄 수 있도록 하고 범국민적인 안전의식 확산을 위한 노력도 이어갈 예정이다.
류 과장은 “우리나라는 국격에 걸맞는 소방용품의 유지관리 방향을 정립해야 할 때가 됐다”며 “내용연수 제도의 도입을 통해 건물주 스스로 정해진 내용연수 기간을 체크하고 자기 책임을 실현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소방용품도 수명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국소방기구공업협동조합 정형로 이사장
▲ 한국소방기구공업협동조합 정형로 이사장 © 최영 기자 | |
소방용품 내용연수 제도의 시행 주체인 한국소방기구공업협동조합의 정형로 이사장은 “소방용품도 다른 공산품과 같이 제조업체에서 출고 되는 시점부터 그 성능이 저하되는 것은 필연적인 이치”라고 강조했다.
정기적으로 이뤄지는 일반적인 소방점검은 소방용품의 외관적 위주와 작동 여부만을 파악하기 때문에 그 성능의 이상유무를 파악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정형로 이사장은 “시간이 지나면서 노후화된 소방용품은 성능이 저하되기 때문에 화재시 재기능을 발휘한다는 보장은 누구도 할 수 없다”며 “일정 기간이 지난 소방용품은 정밀한 성능검사를 받거나 교체하는 등의 조치가 꼭 필요하다”말했다.
본격적으로 시행에 들어간 소방용품 내용연수 제도는 이 같은 문제점을 국민에게 알리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마련된 최소한의 대안이다.
정형로 이사장은 이를 통해 범국민적인 경각심을 불러 일으켜 주변에 설치된 소방용품의 제조일을 확인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반적인 공산품과는 다르게 평상시에는 장식품과 같이 취급되어 버리는 소방용품이 수명이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이 알게 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제도의 시행에 따라 조합에서는 일반 건물에서 사용되는 소방용품의 제조일을 파악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제품의 교체 및 성능시험을 실시할 수 있도록 권고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소방용품 제조일 등 정보의 취합은 방화관리자를 비롯해 소방시설점검업 관계자들의 협조 수위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다.
정형로 이사장은 “내용연수 제도의 자율적 도입에 있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참여기관과 단체 등의 적극적인 협조”라며 “능동적인 참여를 통해 국내 소방용품의 안전도 향상에 크게 기여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