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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이 아니고 열화상 카메라?”

평범한 휴대폰 개발자가 열화상 카메라를 개발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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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김윤래 | 기사입력 2020/03/04 [13:45]

“휴대폰이 아니고 열화상 카메라?”

평범한 휴대폰 개발자가 열화상 카메라를 개발하기까지…

삼성전자 김윤래 | 입력 : 2020/03/04 [13:45]

  

어느 날 갑자기 날아온 한 통의 메일

평범한 개발자의 일상에 갑자기 한 통의 메일이 날아들었습니다. 과연 제가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누군가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그런데 그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이 평소 존경하던 소방관이다!’ 번개를 맞은 것 같았습니다. 개발자인 제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뿌듯함과 ‘과연 도와 드릴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동시에 밀려왔죠.

 


아무 예고도 없이 날아온 이 한 통의 메일과 한 소방관의 절실함은 제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너무나 소중한 인연을 만나게 됐고 그냥 평범하게만 살았으면 해보지 못할 엄청난 경험을 얻게 됐습니다. 무엇보다도 제 직업에 대한 자긍심이 생기는 계기가 됐죠.


얼떨결에 소방관과 대학생으로 구성된 ‘이그니스’라는 팀이 꾸려졌습니다. 우린 계속된 논의 끝에 ‘열화상 카메라를 개발해 보자’고 결론을 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몇 가지 키 이슈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만을 보고 진행을 결정했었죠.


프로젝트의 목표를 설정하고나니 열화상 카메라에 대한 궁금증들이 생겼습니다. 좋은 건 알겠지만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어떤 기능이 필요한지, 왜 많이 보급되지 않았는지 등 아는 게 없다 보니 자세한 사전 조사가 필요했죠. 현재 소방에서 사용하고 있는 열화상 카메라의 단점(비싸고 무겁고 쓰기 불편하며 A/S도 힘든…)과 장점을 파악하고자 열화상 카메라가 있는 소방서와 소방학교를 찾아 다녔습니다.


이후 경기소방학교에서 훈련에 참여하고 교육을 받았습니다. 이때 모은 장ㆍ단점, 필요 사항들을 직접 경험하면서 체크해 나갔습니다.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손수 찾아가며 개발을 완료했습니다.


아마 삼성 투모로우 솔루션을 통해 기부된 열화상 카메라를 직접 사용하고 계시는 분도, 아닌 분도 계시겠지만 그걸 떠나서 열화상 카메라를 어디에 사용하면 좋은지에 대해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따라서 이번 호에서는 경기소방학교 실물 화재 훈련에 참여하며 알게 된 열화상 카메라의 쓰임과 소방관분들을 만나 들었던 피드백에 대해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경기소방학교 실물 화재 현장을 가다!
화재 현장에서 열화상 카메라의 필요성은 한경승 소방관을 통해 들어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보다 확실하게 체감하고 싶어 경기소방학교를 방문하고 실물 화재 현장 훈련과 특수 화재 현장 훈련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요구조자ㆍ동료 위치 파악
이 훈련을 하면서 알게 된 첫 번째 사실은 화재 현장에 들어가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농연으로 가득 차 있기도 하지만 화재 진화 시 2차 화재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전기를 차단하고 진입하므로 현장은 어둠으로 뒤덮입니다.


연기와 열기가 가득한 깜깜한 어둠 속에서 랜턴만으론 주위 지형지물 인식이 어려워 오리걸음으로 한쪽 벽을 손으로 짚으며 진입하게 됩니다. 이때 의지할 수 있는 거라곤 오직 먼저 들어가는 동료의 등 지게에 있는 불빛이 전부더군요. 만약 이런 상황에서 열화상 카메라가 있다면 [사진 1]처럼 보이게 됩니다.

 

제가 착용하고 화재 현장에 들어가 보니 암흑 속에서 한 줄기 광명을 찾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농연 속에서 이렇게나마 시야 확보가 된다는 것만으로도 열화상 카메라가 현장에서 얼마나 필요한지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열화상 카메라를 활용한다면 아마도 많은 소방관분이 현장에서 어둠과 농연으로 인해 요구조자를 지나쳐 버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 1.열화상 카메라를 이용한 동료 확인 2.화점실 발견 

 

빠른 화점 확인

실물 화재 현장에서 화재 현장 진입 후 화점실을 찾는 훈련이 있습니다. 화점을 찾아 화마를 잡는 일은 화재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분들이 골든타임 내 가장 빨리 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훈련 시 문이 어디 있는지 눈으로 판별되지 않아 난감했습니다. 벽을 짚고 가는 손은 방화 장갑을 착용하고 있기 때문에 손잡이를 놓치면 어디가 벽이고 문인지 헤매기 일쑤였습니다.


혹여 문을 찾았다 해도 바로 열 수 없습니다. 벽 뒤에 열감이 있는지 확인하고 만약 열감이 느껴진다면 여러 가지 방법으로 문 뒤가 화점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농연 속에서 문 위로 물을 뿌려 수증기가 발생하는지 등을 확인하는데 이 절차도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저 같은 일반인이나 신입 소방관분들이 하기엔 너무 많은 시간과 체력이 소모되는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이때 열화상 카메라를 사용하면 [사진 2]와 같이 바로 화점을 찾을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이제까지 했던 일련의 훈련들도 필요하지만 [사진 2]와 같이 열화상 카메라를 이용한다면 화점을 시각적으로 바로 찾을 수 있으니 골든타임 확보에 꼭 필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됐습니다.

 

위험 확인

실물 화재 현장을 뒤로하고 다음은 특수 화재 현장에서 플래시 오버 훈련에 참여했습니다. 플래시 오버, 백드래프트는 일반인이 접하기 어려운 용어들인데 소방관분들의 생명을 뺏는 화마 중 가장 위험한 녀석들이더군요.

 

플래시 오버 훈련 현장에서 저는 ‘가연 가스’라는 생소한 용어를 통해 가스화재 발생 기본 삼대 요소인 고열, 매질(가연 가스), 산소에 대해 알게 됐습니다. 초보자뿐 아니라 숙련된 소방관분이라도 과연 현장의 연기가 터질 수 있는 연기인지 아닌지를 분간하기 어렵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열화상 카메라를 활용한다면 해당 가연 가스가 터질 수 있는지 아닌지 확인이 가능했습니다. 이로 인해 위험한 소방 현장을 더 빨리 파악하고 소방관분들의 안전도 더 빨리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소중한 경험이었죠(훈련에 참여해보니 평소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화재 현장에서 일하는 소방관분들께 꼭 필요한 장비라는 걸 다시금 느끼게 됐습니다).

 

▲ 플래시 오버 훈련 도중 상층부 가연 가스 확인 영상 

 

소방관에게 직접 들은 열화상 카메라의 또 다른 활용법
화재 예방

화재 예방 차원에서 확인할 경우 벽 뒤 누전을 확인해 미연에 화재 예방이 가능합니다.

 

화재 진압

농연 속에서 화점을 찾고 타겟팅을 제대로 할 수 있어 신속한 진압이 가능해집니다.

화재 진화 완료

화재 진화 완료 후 벽 뒤나 남아있는 잔불을 미리 확인해 2차 화재 발생을 막을 수 있습니다.

 

요구조자 수색(산악ㆍ수난)

산악 구조의 경우 조난자 수색에 유용합니다.

 

이외에도 여러 의견이 있었는데 이 부분은 다음 연재 때 열화상 카메라의 기술적 내용에서 다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열화상 카메라를 개발하며 많은 소방관분을 만나 ‘소방’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습니다. 이해될수록 소방관분들이 얼마나 대단하고 감사한 분들인지 더 깊이 깨닫게 됐죠. 개발자로서 해드릴 수 있는 게 많지 않지만 부족한 능력으로나마 열화상 카메라를 만들어 드렸습니다. 이그니스의 열화상 카메라가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분들의 눈이 되고 소방관분들과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 주길 기대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열화상 카메라 개발 당시 개인적인 목표는 열화상 카메라를 직접 쓸 수 있게 만들어 드리자는 것도 있었지만 더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은 이런 장비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해드리는 것이었습니다. 추후 모든 소방관분들께 열화상 카메라가 1인 보급품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


다음 편에는 열화상 카메라의 기술적인 내용에 대해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삼성전자_ 김윤래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19년 7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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