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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기고] 이기적인 소방관이 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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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소방본부 119화학대응센터 소방장 안동덕 | 기사입력 2023/02/21 [15:30]

[119기고] 이기적인 소방관이 돼보자

인천소방본부 119화학대응센터 소방장 안동덕 | 입력 : 2023/02/21 [15:30]

▲ 인천소방본부 119화학대응센터 소방장 안동덕 

냄비 안에 개구리들이 살고 있다. 개구리가 냄비의 물이 서서히 뜨거워지는 줄도 모르고 물의 뜨거움을 그냥 견디다가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다들 한 번쯤 들어봤을 거다.

 

얼마 전 줌을 통해 발표된 코호트 연구 결과는 필자에게 굉장한 충격을 줬다. 화재 현장의 유해성을 막연하게 알고 있었지만 계량화된 수치로 마주하니 실질적인 위협에 직면한 듯했다.

 

국립소방연구원에서 신규 임용된 직원을 추적 관찰한 결과 불과 1년 만에 체내 중금속(납) 수치가 증가했다. 근무연수가 많은 직원은 신규 임용 직원보다 5배 이상 높은 수치가 측정됐다. 화재 현장에서 우리가 유해 물질에 얼마나 많이 노출되는지 여실하게 드러난 연구 결과였다. 

 

우리는 화재 현장에서 많은 유해 물질에 노출된다. 하지만 과연 이에 대한 위험성을 인식하고 행동하는지 되짚어봐야 한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에 아무 세척 과정 없이 물을 마시고 부식을 섭취하고 아무 조치 없이 차량에 탑승하고 내피ㆍ외피 구분 없이 세탁하는, 내피ㆍ외피를 구분한다고 한들 결국에는 같은 세탁기를 사용하는 이런 행동들이 자신과 동료의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젠 화학사고 처리 방법 중 제독이라는 절차가 화재 현장의 철수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독이라는 말이 한자 그대로 독을 제거하는 활동이라고 한다면 화재 현장에서 노출된 유해 물질을 제거하는 것도 다른 의미에서 제독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을 거다.

 

제독이라면 뭔가 거창하게 생각되지만 단순한 물 세척도 좋은 제독 방법의 하나다. 실제로 고압의 물 세척은 방화복 아라미드 섬유 사이에 오염물질을 더욱 침투시키지만 저압의 물 세척은 오염물질의 80~90%까지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얼기설기 수관들이 널려 있고 매캐한 냄새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분무주수로 방화복에 물을 끼얹고 있는 걸 상상하면 굉장히 의미 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서서히 뜨거워지는 냄비 속의 개구리처럼 되지 않으려면 철수하기 전 방화복에 물을 한번 흠뻑 적셔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다.

 

각종 재난 현장에서 소방공무원의 희생과 헌신은 이미 국민에게 많은 위로와 박수를 받았다. 재난 현장에서도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앞으로는 한발 더 나아가 자신의 건강까지 챙길 줄 아는 어쩌면 조금은 더 이기적인 소방공무원이 되길 바란다.

 

인천소방본부 119화학대응센터 소방장 안동덕

 

※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 등은 FPN/소방방재신문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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