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숙원이었던 내화채움구조협회 발족… 힘 모아 불합리한 부분 개선하겠다”지난 5월 공식 출범, 초대회장에 노상언 세이프코리아 대표
|
[FPN 박준호 기자] = 2017년 12월 29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한 원인엔 복합적인 요인이 얽혀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층간 방화구획 미비’다.
당시 화염과 농연이 케이블트레이(파이프나 전기설비가 수직으로 지나가는 통로) 틈새를 타고 퍼져 상층으로 확산해 사망자 발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2018년 밀양 세종병원과 2015년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 화재 때도 같은 문제가 지적됐다.
이처럼 층간 방화구획은 화재 시 인명과 재산피해를 막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이를 위한 대표적인 건축자재로 ‘내화채움구조’가 있다.
내화채움구조는 건축물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화염이나 유독가스가 인접 실 또는 층으로 급속히 확산하는 걸 막는 역할을 한다.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 고시에 따라 2012년 9월 20일 이후에 지어지는 건축물은 반드시 내화채움구조를 갖춰야 한다.
최근 내화채움구조 업계에 큰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정부가 2021년 12월 23일부터 시행 중인 품질인정제도 대상에 내화채움구조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5월에는 사단법인 내화채움구조협회(이하 협회)가 공식 출범했다. 초대회장엔 노상언 (주)세이프코리아 대표가 추대됐다.
한양대 전기과를 졸업한 노상언 회장은 3M 한국 법인에서 내화 자재 관련 업무를 맡으며 내화채움구조와 연을 맺었다. 그러다 2001년 우리나라 대표 내화채움구조 업체 세이프코리아를 설립, 40년 가까이 우리나라 내화채움구조 기술 발전에 힘써왔다.
노 회장은 협회 출범식에서 “건축ㆍ소방 분야 규제와 정책이 산업 현장에서 합리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건축물 화재 안전과 지속 가능한 산업 육성에 앞장서는 협회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FPN/소방방재신문>이 노상언 회장을 만나 업계 현안과 내화채움구조 표준모델 개발 등 협회가 추진할 주요 정책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다.
Q. 협회 초대회장으로 선출됐다. 소감이 어떠한가.
10년 전부터 협회 설립 필요성을 주장했다. 서로 경쟁 관계이긴 하지만 업계의 산적한 현안들을 해결하려면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바라왔던 협회가 발족해 감회가 남다르다. 또 초대회장으로 추대돼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 앞으로 내화채움구조 업계 발전과 시장의 불합리한 부분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Q. 협회가 설립된 배경은 무엇인가.
내화채움구조는 일반 건축자재와 다른 특수성이 있다. 배관의 종류(스테인리스 강관, 동관, 흑관, CPVC 등), 두께 등에 따라 내화채움재와 고정틀 등을 결합하는 구조가 천차만별이다. 한 업체에서 시험성적서를 수십 개 보유하고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현장에 적용 가능한 내화채움구조를 두고 업계에서 국토교통부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을 상대로 질의가 끊이지 않았다.
2021년 12월 23일부턴 품질인정제도 대상 품목에 내화채움구조가 포함됐다. 1년 반이 지났지만 여전히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업계의 통일된 의견을 전달하고 조율할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데 국토교통부와 공감대가 형성됐다.
2년 전 협의회를 구성하는 등 모두 함께 노력했고 마침내 지난 2월 국토교통부로부터 사단법인 인가를 받았다.
Q. 초대회장으로서 중점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업무는 무엇인가.
‘시험인증방식 간소화’다. 우리나라 내화채움구조는 해외 제품과 비교해봐도 기술력과 성능 측면에서 뒤처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해외 진출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바로 시험인증제도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 내화채움구조 종류는 굉장히 다양하다. 이 때문에 모든 제품에 대해 시험성적서를 일일이 받으려면 상당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게다가 품질인정제도 도입으로 샘플 시료 채취와 제조공정까지 모두 인정위원회로부터 검토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업계에서 “시험만 하다 시간 다 보낸다”는 하소연까지 나올 정도다.
샌드위치 패널처럼 내화채움구조에도 ‘표준모델’을 개발해 일정 성능을 갖춘 제품의 인정 범위를 잡아야 한다.
또 현재 우리나라 시험성적서 유효기간은 5년인데 해외인증제도인 UL처럼 인증 한 번으로 평생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려 한다.
또 현장 모니터링을 강화할 방침이다. 제품의 성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시공이 잘못되면 ‘화염 확산 방지’라는 내화채움구조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 국토교통부,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건설사 등과 함께 현장 모니터링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Q. 내화채움구조 시장에서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시공환경이다. 일례로 일반 건축물 EPS실에 구축된 케이블트레이가 벽에 바짝 붙어 있는 경우가 있다. 건축 설계 때 시공환경을 계산하지 않은 셈이다. 이러면 내화채움구조를 시공할 수 있는 공간이 나오지 않아 애로가 상당하다.
부실공사를 초래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환경은 시공 완성도에 큰 영향을 준다. 설계 자체를 벽에 띄워서 하거나 내화채움구조를 먼저 시공한 후 케이블을 작업하는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
시험 방식 역시 보완과 수정이 필요하다. 내화채움구조가 공인기관의 시험성적서를 발급받으려면 차열ㆍ차염성능으로 구성되는 내화시험만 통과하면 된다. 화염 발생과 착화 유무, 상승 온도만을 측정하는 것으로 모두 ‘불’에 관련된 시험이다.
그러나 화재 시 사망자의 사인은 대부분 연기로 인한 질식이다. 시험에 연기차단 규정을 도입해 성능을 높여 국민 안전에 이바지해야 한다.
Q. 향후 협회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 계획인가.
먼저 회원사 확대에 주력할 생각이다. 전국에 내화채움구조 관련 업체는 약 70개 사에 달한다. 이 중 20개 사만이 협회에 가입한 상태다. 그렇다고 무작정 다 받을 순 없다. 회원사의 무분별한 난립을 막기 위해 내화채움재로 시험성적서를 받은 업체에만 가입을 권유하고 있다.
더불어 신뢰를 기반으로 한 내화채움구조 표준공법 마련에 힘쓸 생각이다. 시공력에 따라 제품의 성능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또 회원사 목소리에 최대한 귀를 기울여 문제점 등을 개선하고 요구가 합리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Q. 전국 내화채움구조 관계자에게 특별히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내화채움구조는 화재 시 화염을 차단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우리 주변에 없어선 안 될 건축자재다. 업계 관계자 모두 국민을 위한다는 ‘사명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같이 성장한다. 비즈니스로만 접근하면 불량시공이나 제품 등 문제가 생긴다. 안일한 생각이 업계 전체를 멍들게 하고 고사시킨다는 걸 항상 유념해야 한다.
Q. 특별히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달라.
지금 당장 보면 안전에 대한 투자가 아까울 수 있다. “설마 우리 건물에서 불이 나겠어”라는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 생각이다. 그러나 화재 등 재난은 늘 우리 곁에 있고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사고 처리 비용이 안전에 대한 투자보다 훨씬 크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내화채움구조는 사람을 살리는 건축자재다. 앞으로 내화채움구조 업계에서 힘을 모아 신기술 도입 등 성능을 강화해 국민 안전에 더욱 힘쓰도록 하겠다.
박준호 기자 parkjh@fpn119.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