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시끄러운 소방 소식들이 들려온다. 검찰 수사에서 비롯된 고위 소방공무원들 입찰과 인사 비리를 시작으로 여기저기서 크고 작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대다수 논란은 문제의식 자체를 느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별거 아닌데…”, “지금까지 해왔던 것인데…”, “문제된 적도 없는데…”, “남들 또한 하는 건데…”와 같은 무감각한 인식에서 시작된 관례와 관습이 그 원인일 수 있다.
소방병원 입찰 비리는 소방이라는 조직 내에서 진행되는 업무 정보를 특정인에게 미리 전달한 게 발단이 됐다. 검찰은 이 정보를 건네받은 특정 업체가 높은 점수를 받아 낙찰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6월 13일 열린 공판에서 자료를 제공한 해당 소방공무원은 “유출 자료가 비공개 정보일지라도 공무상 비밀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단지 자문을 받기 위해 보낸 것”이라며 위법성을 부정했다.
사설 학원 면접 특강을 수행해 논란을 빚은 모 교수 역시 특강 형식으로 강의를 한 거라 문제가 될 거란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언론에 해명한 바 있다.
퇴임 소방청장에게 황금열쇠를 준 의용소방대 논란도 마찬가지다. 의용소방대연합회는 퇴임한 공직자이고 감사의 마음을 담아 전달한 선물이라는 이유로 문제성을 부정하지만 이는 사회 통념상 쉽게 받아들일 수는 없는 일이다.
지역 소방서 간부가 사무용품 거래업체로부터 공금을 사용해 공용품으로 보기 힘든 물품을 구매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배경도 문제성을 인식조차 못 한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을 남긴다.
문제의식이 없다는 건 자신이나 다른 사람, 또는 주변 환경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무지함 혹은 무관심이 가장 큰 요인일 수 있다. 하지만 문제의식이 없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소방의 많은 구성원이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
문제의식의 부재는 우리 사회에 심각하고 다양한 영향을 초래한다. 사회에는 환경 파괴와 사회적 불평등, 인권 침해, 건강과 안전 위협 등 여러 문제가 존재한다.
이처럼 직관적으로 문제성을 판단할 수 있는 사안 외에도 우리 사회에는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너무도 많다. 사회 통념이나 타당성, 신의성실, 질서, 형평, 정의, 이성 등에 이르기까지 문제성을 바라보는 시각은 점차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문제가 되지 않았거나 타인도 하는 일이라는 이유 등으로 사회 통념상 문제를 용인받기 힘든 세상이다.
비공식적이면서도 사회적 제재가 동반되는 ‘사회 통념’ 문제와 법률 위반으로 공식적 법 제재를 받는 ‘범죄’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러나 사회적 행동과 행위에 대한 비난 또는 비판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만큼은 크게 다르지 않다. 더욱이 공정 사회가 화두인 현시대에선 소방이라고 자유로울 순 없다. 소방의 논란을 부르는 다양한 문제들을 사전에 방지하고 개혁해나가기 위해선 지금까지의 관례와 관습에 문제가 없는지 세심히 짚어볼 때다.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7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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