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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조사관 이야기] “진정 방화인가? 실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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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부천소방서 이종인 | 기사입력 2025/08/04 [10:00]

[화재조사관 이야기] “진정 방화인가? 실화인가?”

경기 부천소방서 이종인 | 입력 : 2025/08/04 [10:00]

불의 사용이 인류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그러나 사용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예방이란 숙제를 풀고 있다. 불은 언제부터 어떻게 사용됐는지, 용도는 무엇이었는지, 어떻게 발견했는지… 문득 의문이 생긴다.

 

인류가 불을 발견한 건 구석기 시대 화산 활동이나 번개에 의한 게 아닐는지 짐작해 본다. 아마도 구석기 시대에는 불이 무서운 존재가 아니었을까? 가까이 가면 뜨겁고 사물을 태우니 무서워했을 것 같다.

 

현재 우리가 불을 얻는 방법은 쉽고 간단하다. 하지만 자연에서 캠핑을 즐길 때 불을 얻기란 그리 쉽지 않다. 마른나무를 서로 비비거나 돌려 마찰을 일으키기 또는 부싯돌을 이용해 불을 얻는 방법이 일반적일 거다.

 

불은 인류에게 없어선 안 될 도구인데도 관리와 활용에 있어 허점이 너무도 많다. 이롭게 사용될 땐 불이라 하지만 재난으로 다가올 땐 화재라고 부른다. 일상에 없어선 안 될 존재지만 엉뚱한 발상으로 사용한다면 당사자뿐 아니라 타인에게도 큰 재난을 안겨준다.

 

불을 잘 제어하고 사용할 때 도구로서 면모가 있다. 편리할 땐 가까이하고 평소 관리를 게을리한다면 재난으로 다가오는 건 당연하다.

 

화재를 예방하려면 첫째 부지런해야 한다. 우리가 경험이나 통계에서 분석된 내용을 부지런히 지키고 게으르지 않아야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 둘째 기본을 지켜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최소의 약속을 정한 게 법이고 규칙이다. 법이나 규칙 따위를 충실히 지킬 때 안전은 우리 곁을 지켜준다. 셋째는 무사안일주의의 배척이다. ‘나는 괜찮아, 이 정도는 돼!’ 하는 무사안일 생각을 모두 버리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검증되지 않은 말이 쉽게 입에서 탈출해 세상을 여행하면서 어떻게 변화하고 어떻게 커지는지, 어떤 말로 다가올지를 생각해야 한다. 남의 일이라고 쉽게 이야기하고 개그처럼, 스치는 말처럼 치부해 버린다면 당사자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화재 현장에서 전언(傳言)으로 수집한 말을 화재조사관이 검증하기 전까진 맹신하면 안 된다. 전언에 의한 정보는 화재조사관이 검증해야 하고 확인되지 않은 정보는 기록하되 검증 여부를 같이 기록해야 한다.

 

녹음이 시작될 무렵 어느 다세대 주택에서 발생한 화재를 소개하고자 한다. 수사기관은 방화, 화재조사관은 실화에 무게를 뒀던 사건으로 기억한다. 수사기관은 유류의 흔적과 수사정보의 정황으로 방화를 의심했다. 화재조사관은 현장 연소 형태와 방범 카메라를 분석해 실화일 거로 판단했다.

 

신고자 진술

신고자 김 씨는 건물 남쪽 도로변에서 주택 2층의 연기와 화염을 보고 신고했다. 신고 시각은 오후 6시 4분께다. 신고자가 있던 지점을 확인하니 8차선 도로 건너편이었다. 화재 건물에서 약 8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연기와 화염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선착대 도착 시 출입문은 잠겨 있었다. 출입문을 강제 개방하고 진입한 후 진압 주수로 꺼지지 않아 유류 화재로 판단하고 폼(Foam)을 방수했다. 주택 내부는 전체적으로 상부가 소실된 형태였다. 작은 방은 바닥부터 탄흔이 식별됐고 안방은 전체적으로 소훼된 상태였다.

 

건물 평면도 

 

주택은 전용면적 88㎡였고 거주자는 탈출하려다 현관문 앞에서 측와위 자세로 사망했다. 주택 내부는 전체적으로 천장의 소훼 형태가 심하게 잔류했다. 특이점은 거실에서 유류 통이 발견됐는데 소훼 형태는 심하지 않고 수열에 의한 용융 형태로 식별됐다.

 

현장 확인 

▲ 화재 장소 

 

화재조사관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사진과 같이 연기가 분출하고 있었다. 주택 4층까지 그을린 상태로 식별됐다.

 

▲ 출입구

 

출입문은 닫힌 상태에서 수열 받아 상부에서 하부로 화염이 진행된 패턴이었다. 출입구에 들어서자 신발장이 있었고 거실에서 출입문 방향으로 화염이 진행된 패턴이 식별됐다. 신발장을 확인하니 여성 신발이 가지런히 정돈돼 있었다. 남성 신발은 신발장 외부 하단에 세 켤레가 있었다.

 

▲ 차단기 확인


분전반 외관에서는 특이사항이 식별되지 않았다. 여느 화재 현장에서 발견되는 차단기 외관과 같았다. 그러나 배선용 차단기는 ON 상태로 확인됐다. 위 세 번째 사진을 보면 플라스틱 접점을 누르는 형태지만 케이스 개방 시 파손되면서 접점이 개방돼 있었다.

 

▲ 메인 차단기  

 

메인 차단기는 누전차단기였다. 중간레버(황색 부분)가 상단으로 올라간 형태이며 OFF 상태로 확인된다. 현장에서 통전 여부나 단락 형태가 있다면 반드시 차단기를 확인해야 한다. 형태가 잔류했다면 내부를 확

인해 걸림쇠나 접점 상태를 확인하는 게 좋다.

 

특이점을 확인하라

▲ 거실의 특이점 


거실 식탁 아래에는 유류 통과 유류 통의 주름관(자바라)이 서로 떨어져 있었다. 유류 냄새는 났지만 어떤 성분인지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경험칙에 비춰 볼 때 등유 냄새로 추정됐다. 보통 녹음이 푸르러질 무렵이면 유류 통은 잘 사용하지 않는데 거실에 유류 통이 있다는 게 특이점으로 다가왔다.

 

▲ 거실 특이점 확인 


위 사진의 1번 부분은 유류 통, 2번 부분에는 주름관이 있었다. 바닥이나 식탁에는 화염 전파 형태가 식별되지 않았다. 측면의 가구도 하단보다는 상단에 탄화 형태가 심했다. 유류 통은 있었으나 바닥에 뿌려진 형태는 발견할 수 없었다. 사실상 거실 바닥에는 화염 전파가 확인되지 않았다.

 

안방의 탄화 형태

▲ 안방 

 

안방은 상단만 소훼ㆍ소실되고 하단은 화염 전파가 적은 상태였다. 하단은 화염 전파 없이 원형으로 유지돼 있었다.

 

▲ 안방 바닥 

 

안방은 상단만 소훼ㆍ소실되고 하단은 화염 전파가 적은 상태였다. 하단은 화염 전파 없이 원형으로 유지돼 있었다.

 

바닥 연소 현상에서 방화 형상이나 특이점이 없었다. 다만 장롱 앞 중간 지점에 잔류한 탄화 패턴은 일부 유류 흔적처럼 관찰됐다. 그러나 이러한 패턴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가연물이 탄화하고 생성되는 패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방화 패턴을 정립해 오던 NFPA 921에서 2017년 장판에 나타난 패턴이 방화가 아닐 수 있다는 논문을 제시하면서 다시 한번 방화 패턴이 정립됐다. 그간 Pour Pattern(퍼붓기 패턴), Splash Pattern(흩어뿌리기 패턴), Ghost Pattern(유령 패턴), Gap Combustion Pattern(틈새 연소 패턴) 등이 있다면 방화로 의심했다.

 

하지만 이런 패턴이 나타나도 유류 냄새가 확연하거나 유증 검지기로 유류 형태가 확인돼야 비로소 연소 촉진제에 의한 패턴으로 해석할 수 있다. 

 

비닐 장판에 흔하게 나타나는 흩어뿌리기, 퍼붓기 패턴은 종이 벽지가 소락돼 연소한 형상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특히 요즘은 실크(silk) 벽지가 많고 훈소 후 소락된 벽지가 비닐 장판 위에서 연소하게 되면 이러한 흩어뿌리기 패턴이 잔류한다. 장판에 잔류하는 패턴만으로 유류, 연소 촉진제 탄화 형상을 판단해선 안 된다.

 

안방에 있던 침대는 스프링이 수열을 받아 탄성을 잃고 납작해진 형태였다. 침대 위에서 전기장판을 사용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전기장판에서나 온도 조절기, 전원선 등에서 특이점이 관찰되지 않았다. 

 

벽면 콘센트에 꽂혀 있던 멀티 코드 전선에서 용융된 흔적이 식별됐다. 멀티 코드 두 선 중 한 가닥은 원형, 한 가닥은 용융된 형태로 잔류했다. 멀티 코드 끝 콘센트에는 플러그 세 개가 꽂혀 있었고 전기적 특이점은 관찰되지 않았다.

 

▲ 안방 침대

 

벽면 콘센트에 꽂혀 있던 멀티 코드 전선 한 가닥에서 용융점이 있었으나 단락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

 

▲ 멀티 코드 확인

 

멀티 코드는 한쪽 선에만 용융됐는데 전기적 에너지보다는 화염에 의한 형태로 판단했다. 전선의 경화 형태가 수열에 의한 거로 해석됐다.

 

▲ 거실ㆍ다용도실

 

거실은 전체적으로 소훼되고 화염이 천장에서 바닥으로 전파된 형태였다. 천장을 지지했던 목재는 탄화된 골이 깊지만 하단에 있던 식탁이나 장판에는 화염이 전파되지 않았다.

 

주방의 싱크대 역시 소훼되지 않은 채 원형으로 잔류해 있었다. 다용도실 내부도 바닥보다는 천장의 수열 형태가 심하게 식별됐다. 냉장고 역시 상단에서 하단으로 수열 받은 형태였는데 하단은 원색으로 유지돼 있었다.

 

▲ 다용도실 바닥

 

다용도실 바닥에는 노란 플라스틱 의자가 상부에서 수열 받은 형태로 일부 연화돼 있었다. 하단부 장판이나 식탁 다리, 벽면 등은 화염 전파 없이 원형으로 잔류해 있다.

 

작은 방에는 전자레인지와 전기 핫플레이트, TV 등이 탄화한 상태로 잔류했고 전체적으로 소훼 상태가 가장 심하게 나타났다.

 

▲ 작은 방 천장과 소파

 

천장 목재가 다른 부분에 비해 소훼 상태가 심하게 식별됐다. 소파로 식별되는 상부에는 전기장판이 잔류해 있었으나 발열 형태는 관찰되지 않았다. 하지만 탄화 방향성이 식별되고 바닥 장판이 대부분 소실된 형태다.

▲ 작은 방 연소 패턴 등 

 

작은 방 벽면의 마감 콘크리트가 박리돼 있었다. 바닥 목재에도 방향성이 잔류해 있었으며 벽면 콘센트에 단락 흔적이 식별됐다. 정확히 말하자면 벽면 콘센트에 꽂혀 있던 플러그 전선에서 단락이 두 군데 식별됐다.

 

▲ 단락 흔적 확인

 

멀티 코드가 연결된 바닥 부분에서 단락 흔적이 관찰된다. 단락 흔적은 전기 부하의 말단으로 확인되고 밥상 다리에 전선이 눌려 있었다. 멀티 코드에 연결된 전선에서 다수의 단락 흔적이 식별됐다.

 

▲ 작은 방 잔류물

 

주변에서 펑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고 하는 걸 확인했다. 부탄가스 통이 폭발하며 난 소리라고 생각했다. 작은 방 형광등에서는 특이점이 관찰되지 않았다. 선풍기와 전자레인지, TV, 핫플레이트 등이 잔류해 있었으나 출화나 발열 흔적은 관찰되지 않았다.

 

▲ 화장실 앞과 거실


화장실 앞 장판에 탄화 패턴이 있었으나 연소 촉진제에 의한 패턴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 거실 장판은 탄화 현상 없이 원색으로 유지돼 있었고 왼쪽 싱크대 부분과 식탁 다리도 탄화하지 않은 채로 있었다.

 

▲ 거실 하부  

 

왼쪽 사진은 거실에서 다용도실 방향으로 촬영했다. 장판과 냉장고 하단, 왼쪽 플라스틱 노란 의자가 원형으로 상단만 일부 연화한 형태로 잔류했다. 이런 형상은 직접 화염보단 간접 열에 의한 형태로 해석된다.

 

오른쪽 사진은 거실에서 안방과 출입구 방향으로 촬영했다. 적색 사각 부분에는 유류 통이 있었고 하부 목재 중간 부분이 심하게 탄화했다. 바닥 장판과 면한 부분의 목재는 원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 탄화 심도 비교

 

거실과 작은 방 사이 목재 문틀에서는 거북이 패턴(Turtle pattern)이 식별됐다. 작은 방 내부 쪽이 더 많이 균열돼 있었고 거실 부분은 상대적으로 수열이 적었다.

 

안방과 거실을 비교했을 땐 안방 방향의 목재 문틀에서 거북이 패턴 균열이 더 심했다. 목재의 탄화 심도로 수열 정도를 가늠하는데 작은 방과 안방의 목재 틀을 보면 방 안쪽에서 출화한 형태로 해석된다. 이런 경우 안방이 발화지점인지, 작은 방이 발화지점인지 혼돈이 생길 수 있다. 

 

현장에서 확인했을 때 안방, 작은 방 모두 출입문은 열려 있었고 작은 방 창문은 화염에 의해 문틀 전체가 탈락한 상태였다.

 

이런 경우 안방과 작은 방의 탄화 형태와 증거물 발굴 등으로 발화지점을 추론해야 한다. 유류 흔적, 전선의 아크, 외부로 분출된 연기나 화염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하고 판단해 발화지점이 안방인지, 작은 방인지 확인해야 한다.

 

▲ 안방의 전기적 특이점  

 

안방 벽면에 꽂혀 있던 멀티 코드에 용융점이 있었으나 경화 형태나 변색 흔적으로 볼 때 전기적 원인에 의한 것인지, 화염에 의한 것인지 쉽게 판단하기 어려웠다.

 

안방 침대는 침대 스프링 오른쪽 부분이 탄성을 잃은 형태로 관찰됐다. 장판은 탄화되지 않은 채 잔류했다. 침대 목재도 표면만 살짝 그을린 형태고 연소한 흔적이 깊지 않았다. 

 

▲ 안방 침대 탄화 형태 

 

오른쪽 사진의 구조물을 확인하니 바닥에는 소염 구간이 형성돼 있었고 상부만 일부 탄화한 형태였다. 바닥에서 연소 촉진제 흔적이나 냄새는 확인할 수 없었다.

 

작은 방과 안방에서 단락과 용융 흔적이 발굴되고 발화의 선행 여부 확인을 위해 단락 흔적과 탄화 형태, 연소 방향성 등을 다시 한번 파악할 필요가 있다. 현장에서 단락이 많은 곳이 발화지점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단락 흔적이 하나일 때 발화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도, 여러 개의 단락 흔적이 발굴됐을 때 선행된 단락이라고 할 수도 없다. 

 

단락의 선행 여부는 안방이나 작은 방으로 화염이 전파될 때 들어간 형상인지, 나온 형상인지를 확인해 발화지점을 판단하는 게 바람직하다.

 

분명 작은 방에서 발굴된 전선의 흔적은 단락 흔적으로 판단됐으나 안방에서 발굴된 멀티 코드 전선은 단락이나 용융 판단이 쉽지 않았다.

 

▲ 작은 방 단락 흔적  

 

▲ 안방의 연소 흔적


안방에서 거실 방향으로 촬영한 사진이다. 연소 흔적은 거실에서 안방으로 화염이 전파된 형상이다. 출입문은 침대가 연소하며 더 많은 탄화 형태가 형성된 것으로 판단했다. 벽면이나 문갑에 잔류한 형상에서 방향을 해석할 수 있었다.

▲ 작은 방 앞 

 

작은 방 입구는 문지방 일부가 소훼됐으며 작은 방 앞 장판 일부가 집중적으로 탄화한 형태였다. 마치 연소 촉진제를 퍼부은(Pour pattern) 듯했다. 만약 연소 촉진제를 뿌리고 불을 놓았다면 장판을 중심으로 주변에 ‘U Pattern’이나 벽면에 탄화 형태가 잔류해야 하는데도 관찰되지 않은 건 상단에서 소락된 탄화물에 의함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발화지점과 연소 확대 경로

신고자 김 씨는 남쪽 경인국도 건너편 정육점에서 근무 중 ○○빌라 2층에서 불길과 연기가 나는 걸 보고 신고했다고 한다. 선착대 도착 시 남쪽으로 연기와 화염이 분출했고 건물 정면 북쪽에서도 화염 분출이 목격됐다. 

 

302호 소유자 김 씨는 임의 진술에서 남쪽 창문 아래쪽에서 연기가 올라와 수돗물을 이용해 연소 확대를 방지했다고 했다. 조금 후 북쪽에 세워놓은 차량 위로 불티가 떨어져 302호 내부 전기 스위치를 차단하고 1층으로 내려와 차량을 이동시켰다고 진술했다. 

 

202호 작은 방과 안방은 심하게 탄화했으며 거실 부분은 상대적으로 소훼도가 적게 식별됐다. 작은 방과 안방 벽면 콘센트에 연결된 전선에서 단락 흔적이 식별됐으며 안방보다는 작은 방이 심하게 소훼된 것으로 볼 때 작은 방에서 발화해 연소 확대된 화재로 추정됐다.

 

주변 조용한 목격자를 찾아라!

건물 인근에 설치된 CCTV를 찾아 연기분출이나 화염 방향을 확인하는 것도 연소 방향성을 규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CCTV가 없다면 주변 자동차 블랙박스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폭발이 있고 난 뒤 연기가 잦아들면서 화염 분출이 없는 상태가 잠시 이어진다. 오후 6시 3분 48초에 다량의 연기가 분출되나 회색 연기로 유류 화재 시 나타나는 검은 연기와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화재 초기는 유류 화재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연기가 분출하고 있는 방이 안방이고 신고자는 작은 방에서 분출하는 연기와 화염을 보고 신고했다.

 

화재 원인을 검토하라!

이 사건에서 방화와 실화의 첨예한 대립 의견이 있어 화재 원인은 방화와 실화 가능성에 대해 검토하기로 했다.

 

먼저 방화 가능성 중 외부인에 의한 발화는 화재 발생 층이 2층이고 출입문이 잠겨 있어 개연성이 적을 것으로 판단했다.

 

하늘의 별이 된 황 씨는 거주자이고 거주자에 의한 방화 개연성을 확인해보면 故 황 씨가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는 전언이 있으나 확인되지 않는 사실이다. 식탁 아래 유류 통으로 확인되는 플라스틱 통이 있고 백등유 취향이 확인됐다. 백등유 통이 식탁 주변에 있는 게 자연스럽진 않다.

 

안방과 작은 방에서 유류 취향이 느껴지긴 하나 진압 주수에 누출된 백등유가 희석됐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일부는 유류 화재에서 나타나는 연소 패턴이 식별됐지만 상부에서 탄화한 가연물이 소락되면서 형성된 패턴일 수도 있다.

 

안방의 장롱 앞에 형성된 패턴, 장롱문이 탄화된 형태, 집중적으로 탄화한 작은 방과 비교했을 때 안방과 작은 방은 독립된 발화 개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기적 요인을 살펴보면 작은 방 콘센트에 연결된 전선에서 다수의 단락 흔적, 안방 콘센트에 연결된 전선에서 용융 흔적이 발굴됐다.

 

특히 작은 방에서 발굴된 단락 흔적이 있는 곳에서 분열 흔적이 식별되는 점과 주변의 잔류한 연소 진행패턴, 안방과 작은 방에서는 멀티 코드로 전기기기 등을 사용했던 것으로 확인되는 점, 메인 차단기는 ON, 배선용 차단기는 OFF 된 상태로 잔류해 있는 걸 근거로 할 때 전기적 발화 가능성이 있다.

 

가설 검증

화재 원인 중 크게 분류되는 원인은 ‘전기적 요인’과 ‘방화’다. 이는 화재 현장에 잔류된 증거물의 특이점을 고려한 것이다.

 

즉 안방과 작은 방에서 발굴된 다수의 단락 흔적과 통상적으로 주택 거실에서 보관하지 않는 백등유 통이 관찰되고 취향이 강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볼 때 전기적 요인과 방화의 가설을 검증하고자 한다.

 

1. 전기적 요인

안방 침대 중간 벽면 콘센트에 꽂혀 있던 멀티 코드 선에서 단락 흔적이 식별된다. 침대 뒤로 배선돼 있었으며 눌림이나 꺾임 등 손상 또는 이상이 관찰되지 않는다.

 

멀티 코드 전선 세 가닥 중 통전 되는 전선에서만 단락이 식별됐고 접지 전선은 피복만 소훼된 채 이상이 관찰되지 않는 점으로 볼 때 화염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작은 방에서 발굴된 전선의 단락 흔적은 ‘밥상’ 하단에 눌려 있던 것으로 각각 네 군데에서 단락 흔적이 발굴됐다. 주변으로 분열 흔적이 나타나 있어 전기적 요인에 의해 발화했을 개연성이 있다. 

 

그러나 안방과 작은 방에서 동시에 단락 흔적이 식별된 건 특이점이다. 전기가 통전되는 속도는 30만㎞/sec로 동시에 단락 흔적이 형성되긴 어렵다. 또 주택에 설치된 차단기 세 개는 외관이 모두 차단된 상태, 즉 OFF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차단기는 정상적으로 동작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의문점은 벽면에 설치된 콘센트 차단기 1기, 전등을 켜는 차단기 1기가 있었다면 주택 내 메인 차단기는 누전차단기로 벽면의 콘센트에서 단락이 발생했을 때 서킷 브레이커(Circuit Breaker)가 작동해야 하는데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된다. 

 

메인 차단기 내부를 확인한 결과 중간 걸림 레버가 수직으로 유지된 건 ON 상태로 확인된다. 이에 따라 안방과 작은 방에서 동시에 단락 흔적이 잔류했을 개연성이 있다. 차단기 접점이 떨어져 있는 건 접점을 누르고 있는 플라스틱이 용융되면서 접점의 하부에 있는 스프링 작용으로 들려 있다고 봤다.

 

전체적인 연소 진행패턴은 천장으로 확산한 형태다. 천장 전선에는 이상이 없어 하부에 있는 단락 흔적으로 메인 차단기가 작동되면서 상부에는 전기적 이상이 잔류하지 않았던 것으로 해석된다.

 

2. 방화 개연성

출입문이 잠겨 있었으며 집안에 백등유 취향이 강하게 있었다. 201호 거주자 김 씨의 임의 진술은 평소 故 황 씨와 친분이 있었고 가끔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그는 故 황 씨가 환청이 들려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약을 처방받아 복용 중이라고 했다. 

 

선착대 도착 시 화염이 거세게 분출하고 있었고 작은 방과 거실, 안방 등에 백등유 취향이 있었던 것으로 볼 때 백등유를 인위적으로 뿌렸을 개연성도 있다. 진압 주수에 의해 주택 내부에 약 10㎝ 정도까지 물이 차 있었던 걸 고려할 때 진압 주수로 인해 유류가 전파됐을 수도 있다. 

 

△△119안전센터와 □□119안전센터에서 출입문을 개방하고 내부 진입 시 화세를 유류 화재로 판단해 폼(Foam)을 방수하면서 진압했다. 출입구 안쪽 거실 탁자 하단에 유류 통이 세워진 상태로 잔류해 있었다. 

 

유류 통 내부에 잔류된 유류는 확인되지 않았다. 백등유 취향만 느껴지고 거실과 안방 장롱 앞에 잔류된 패턴은 일부 유류 패턴으로 식별되긴 하나 주변 가연물에 잔류된 수열 패턴은 다소 다르게 나타나 있었다. 

 

작은 방에서도 백등유 취향이 느껴져 주택 내부 전체적으로 유류가 흩어진 상태로 생각되고 진압 주수에 의해 넓게 퍼졌거나 화재로 인해 거실에 있던 백등유 통이 용융ㆍ유출되면서 연소 확대가 진행된 것으로 추정됐다. 

 

故 황 씨는 현관 입구에 좌측와위 자세로 있었다. 화상 부위에서는 유류 흔적이 관찰되지 않았고 왼쪽에는 화상이 없었다. 다리 부분의 화상은 화염보다 열에 의한 수축 현상이 관찰되는 것으로 볼 때 故 황 씨가 화재를 인지하고 대피하던 중 연기에 질식해 자구력 상실 상태로 쓰러졌다고 해석된다.

 

3. 검증

방화는 전체적으로 유류의 흔적이 관찰되긴 하나 직접 뿌린 흔적은 확인되지 않는다. 백등유를 뿌렸다면 현장에서 퍼붓기 패턴이나 흩어 뿌린 패턴이 식별돼야 한다. 일부 흩어 뿌린 패턴이 관찰되기는 하나 유류를 뿌린 상태에서 점화됐다면 측면 화장실 입구 문틀이 미연소 상태로 잔류될 수 없다. 

 

그리고 안방 장롱 앞 주변에서 살짝 백등유 취향이 느껴지고 탄화 패턴은 퍼붓기 패턴으로 관찰된다. 맞닿은 장롱 문짝이 하부에서부터 탄화되긴 했으나 측면 문짝에 잔류된 패턴은 유류에 의한 탄화 패턴으로 식별되지 않았다. 

 

故 황 씨가 정신적 이상에 의해 유류를 뿌리고 점화했다면 유류 통의 위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발적 방화라고 하기엔 일반적인 방화 현장에서 나타나는 유류 통의 위치와 사뭇 다르다. 유류 통이 싱크대 하부에 가지런히 정리된 상태는 의문시된다. 

 

유류 통의 위치와 잔류된 패턴, 망자의 화상 부위, 거실의 미연소 상태, 작은 방의 집중 탄화된 부분과 방향성이 나타나 있는 연소 패턴, 안방 출입구 내 문갑에 잔류된 연소 패턴 등을 고려할 때 유류를 이용한 방화의 개연성은 적은 것으로 판단된다. 

 

전기적 요인은 가정에서 전열기와 전기ㆍ전자기기 등을 사용한 흔적이 관찰된다. 안방의 경우 침대 위 벽면 콘센트에 멀티 코드가 꽂혀 있었고 플러그에서 약 10㎝ 떨어진 부분에서 용융 흔적이 관찰됐으나 침대 끝부분에 있던 멀티 코드 콘센트 부분에서는 전혀 이상이 관찰되지 않았다. 

 

침대에는 출입구에서 북쪽 창문 방향으로 진행된 연소 패턴이 관찰된다. 유류에 의한 발화가 있었다면 침대 끝에 있던 멀티 코드 콘센트는 모두 소실돼야 하지만 그 형체가 일부 원형으로 잔류했다. 

 

벽면 콘센트에 있던 용융 흔적이 화염에 의해 형성됐다면 장롱 방향의 침대 소훼도가 안방 출입구 방향보다 심하게 잔류돼야 한다. 하지만 출입구 방향의 소훼도가 심하게 잔류돼 있어 안방 벽면 콘센트 단락 흔적이 있던 부분은 최초 발화부에서 제외했다.

 

거실 부분은 안방과 작은 방보다 상대적으로 적게 소훼된 형태이며 전기적 특이점이 관찰되지 않는다. 작은 방에서 발굴된 단락 흔적은 모두 4개소인데 이 중 일부는 밥상에 눌려 압착된 형태로 관찰됐다. 전기 배선으로 봤을 때 부하의 말단으로 확인된다. 

 

발굴된 용융 흔적은 육안으로 식별했을 때 단락 흔적으로 관찰되고 밥상의 연소 패턴, 측면 장식장에 잔류된 연소 패턴, 작은 방과 거실 문틀에 잔류한 흔적, 안방과 거실에 잔류된 연소 패턴 등으로 볼 때 전기적 요인에 의한 발화 개연성이 크다. 

 

결론

201호 거주자 진술, 302호 거주자 진술, 최초 신고자의 진술을 참고하고 잔류된 연소 패턴과 현장의 미연소 잔류물, 주염흔, 주연흔, 집중 탄화된 지점 발굴, 365 안전센터 CCTV 등을 종합해 발화부를 추정했다.

 

주택 내부에는 故 황 씨가 거주했고 화재 당시 주택 내부 현관에 좌측와위 자세로 신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주택 내부에서 백등유 취향이 느껴지며 백등유 통으로 식별되는 플라스틱 용기가 싱크대 하부에 정리된 상태로 있었다. 

 

거실은 안방과 작은 방보다 상대적으로 적게 소훼됐다. 하부는 전체적으로 원색을 유지하고 있어 화염 전파가 적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다용도실의 냉장고 하단과 플라스틱 의자가 원형으로 유지된 건 화염 전파가 없었다는 방증이다. 플라스틱의 용융이 없어 복사열이 150℃ 이하로 전달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주택 내부는 다용도실, 거실, 안방 등의 하부가 원형으로 유지됐지만 작은 방은 바닥 장판까지 소실되는 형태였다. 침대로 추정되는 잔류물과 소파, 문갑, 밥상에 탄화 방향성이 나타나 있고 밥상에 눌린 전선에서 단락 흔적이 식별됐다. 

 

그 외 TV와 전자레인지, 선풍기, 핫플레이트, 전기장판 등에서는 전기적 특이점이 식별되지 않고 작은 방에 부탄가스 통 세 개가 폭발한 형태로 잔류해 있었다.

 

이를 확인하고자 365 안전센터 CCTV를 분석한바 오후 6시 3분 20초에 안방 창문이 북쪽으로 폭발하는 현상이 확인되고 폭발 9초 후에 연기가 분출하는데 그 색깔은 회색이다.

 

유류에 의한 화재라면 검은색이나 짙은 군청색이 관찰돼야 하지만 연기 색으로 볼 때 유류 화재가 아닌 것으로 조심스럽게 판단했다. 화염은 폭발 후 공기의 유입, 유동에 따라 이동한 것으로, 거실 싱크대 위 유리창 파열 형태도 폭발에 의한 것으로 확인된다. 

 

다용도실과 거실에서는 발화 원인이 식별되지 않으며 안방은 거실 방향에서 연소 확대한 패턴으로 잔류돼 있다. 침대 위 벽면 콘센트에 꽂혀 있는 플러그에서 단락으로 보이는 용융 흔적이 식별되는 게 특이점이기는 하나 연소 진행 방향이나 소훼 형태로 볼 때 화인의 직접 작용은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용융 주변 전선 상태를 확인하니 수열에 의해 경화된 형태로 감촉됐다. 작은 방에서 발굴된 전선 특이점은 단락 흔적으로 식별되고 중심에 분열 흔적이 있어 전기적 요인에 의해 발화된 화재로 판단했다.

 

주택 내부 전체적인 연소 확대 패턴과 분열 흔적, 전기적 흔적, 창문의 파열 형태, 미연소한 부분의 수열 흔적, 유류 통의 위치, 장판 탄화 형태, 차단기, 안방의 패턴, 작은 방 패턴, 거실의 소훼, 수열 형태, 365 안전센터 CCTV 분석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 

 

경기 부천소방서_ 이종인 : allway@gg.g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5년 8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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