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조사관 이야기] “숙면하고 있을 때 슬며시 재난이 찾아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화재는 참! 야속하다. 사람들이 곤히 자는 시간에 소리 없이 찾아들어 생사를 위협하기도 한다. 또 아주 짧은 시간에 화염은 주변으로 연소 확대하고 한참 꿈나라 희망에 부풀어 있을 때 너무도 잔인하게 찾아온다. 누구나 하루 한 번은 취침하고 달콤한 꿈을 꾸기도, 잠을 깊이 자기도 한다.
그러나 화재라는 재난은 새벽 시간에도 열심히 일한다.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새벽 시간을 아주 조용하고 편안하게 즐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하루를 설계하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사람들은 멀고도 먼 꿈나라에서 하루의 피로를 풀며 아침이 오길 기다린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기 전 누구나 한 번쯤은 5분만 더, 5분만 해 봤을 거다. ‘5분 정도는 괜찮아! 지금껏 잘 지내왔잖아! 에이 설마 무슨 일 있겠어!’하는 생각이 우리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진 않은가?
하지만 이번 사고는 모두 곤히 잠든 사이 소리도 없이 찾아와 한 가족인 세 명을 하늘의 별이 되게 하고 한 명은 병원에서 치료받게 하는 크나큰 슬픔을 줬다.
화재는 방심한 사이 조금씩, 조금씩 아무도 모르게 곁으로 다가온다. 화재를 느꼈을 때는 이미 걷잡을 수 없는 재난이 된다.
재난은 예방이 최선이다! 재난은 대응보다 예방이 우선돼야 한다. 예방해도 찾아드는 재난은 최대한 빠르고 최선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게 피해를 최소화할 방법이다. 재난이 발생하면 아무리 작더라도 필연적으로 인명이나 재산피해가 발생한다.
평소 안전 수칙은 사소하더라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이 정도는 괜찮아!’하는 판단이 한두 번은 통할지 모르지만 반복되다 보면 피로도가 상승해 재난으로 다가온다.
예를 들어 용접한 장소 인근에서 화재가 발생한 경우 화재 현장에서 관련 질문을 하면 “내가 이걸 사용한 지 몇 년인데 지금까지 까딱없었어요”하는 답변을 종종 듣는다. “화재와 용접은 관계없어요. 저기서부터 여기까지 거리가 얼마인데… 그리고 용접한 지 30분은 지났어요”하는 답변도 듣는다.
하지만 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안전 수칙을 지키며 용접했는지와 주변에 화재 예방 관련 안전 대책을 잘 지켰느냐가 중요하다.
평소대로 한다고 화재 발생이 억제되는 게 아니라 정해진 안전 수칙을 반복해서 지키냐, 마느냐에 따라 재난은 발생하고 억제된다. 즉 소소한 건이라도 안전 수칙을 지키는 습관이 필요하다.
화마가 새벽을 깨웠다! 화재 발생 전 한 가족이 취침하고 있었다. 네 명 모두 각자의 방에서 잠을 잤고 가족 중 한 사람이 화재 사실을 알려 밖으로 대피했다. 그러나 정작 가족을 대피시킨 사람은 밖으로 대피하지 못하고 본인의 방에서 목숨을 잃었다.
네 명 중 세 명이 사망하고 한 명은 생존했다. 하지만 그도 연기를 다량 흡입해 병원에서 치료받는 중이라 화재 현장에 관해 이야기해 줄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대피하라고 화재를 알렸던 어머니 고 이 씨는 방에서 앙와위 자세로 질식한 채 구조됐다. 화상이나 외상은 관찰되지 않았다. 주택 내부에 있던 아들 B 씨나 주변에 있던 다른 사람들 모두 주택 내부 화염을 목격하진 못했다.
[그림 1]과 같이 주택 본채에 방 3개와 주방 화장실이 있고 측면으로 주방과 장애인 방, 그리고 주방, 세면장, 화장실, 예배당이 있다. 목사 이 씨는 목사 집무실, 장애인 유 씨는 장애인 방, 화재 사실을 알렸던 이 씨는 방 3에서 발견됐다.
목사 이 씨와 장애인 유 씨는 사망한 채로 발견됐고 화재 사실을 알리던 고 이 씨는 구조돼 곧바로 이송됐으나 치료 중 목숨을 거뒀다.
내부 구조를 확인하라! 화재의 연소 확대 과정을 추론하기 위해 내부 구조를 확인했다. 평면도 상으론 간단해 보이지만 실상은 복잡했다.
주방과 화장실은 전체적으로 천장 부분의 소훼 상태가 심하고 중성대가 형성돼 있다. 즉 상단은 연소하고 하단은 미연소 상태로 잔류했다.
물론 집무실이나 다용도실에 잔류한 탄화물로도 방향성 판단이 가능하지만 천장이 소실되고 붕괴한 상태에서 내부 가연물의 방향성을 판단하는 건 오류가 생길 수 있다. 다용도실 내부에 김치냉장고 2, 일반 냉장고 1대가 있었으나 출화 흔적이나 전선에서 특이점이 관찰되지 않았다.
수열 방향을 확인하라! 화재 현장 어딘가에는 화염 방향과 수열 흔적이 잔류한다. 물론 가연물에 따라 방향성이 달리 나타나기도 하지만 주택에서는 대동소이하게 나타나므로 용융 온도와 탄화 정도를 상기하고 현장을 살피면 화염 방향을 읽을 수 있다.
예배당 지붕은 집무실과 다용도실 방향에서 수열 받아 탄화한 형태로 잔류했다. 건물 전체를 살필 때 화재 방향성이 나타나고 최소한 발화지점을 좁힐 수 있는 증거가 발견된다.
예배당 지붕은 집무실과 다용도실 방향으로 소훼된 채 잔류했다. 오른쪽으로는 지붕의 원색이 그대로 잔류한 형태인데 이는 예배당에 수열 형태가 작게 나타났다는 걸 의미한다.
현장을 발굴하라!
다만 차단기에 연결됐던 전선에서 전기적 이상으로 보이는 용융 흔적이 관찰됐다. 현장 연소 패턴과 말단의 전기적 용융 흔적 등을 종합할 때 분전반에 잔류한 전기적 흔적은 화염에 의해 이차적으로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발화지점ㆍ연소 확대 경로를 파악하라! 초기 목격자인 A 씨는 단독주택 뒤쪽에서 불꽃을 보고 신고했다고 진술했다. 집무실과 다용도실이 소훼됐고 주택 방문 알루미늄 외부는 용융, 내부는 원형으로 유지됐다.
따라서 다용도실에서 주택 내부로 화염이 진행됐다고 판단했다. 이는 목격자 이 씨의 진술과도 일치한다. 이에 발화지점은 집무실과 다용도실이고 주택과 예배당으로 연소 확대됐다고 파악했다. 화재로 인해 수익 발생이 없는 것으로 볼 때 내부인의 방화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생각된다. 또 발화 시간은 새벽으로 외부인의 출입이 없는 상태였다.
부상자 아들 B 씨는 “어머니가 불이 났다고 외치는 소리에 일어나 밖으로 대피했다”고 진술했는데 어머니 고 이 씨가 자신의 방에서 머리가 출입문 방향을 향한 채 앙와위 자세로 질식사해 발견된 게 의문점으로 남았다.
전기적 요인은 분전반 전선에서 전기적 이상이 관찰되나 전기적 에너지보다는 화염에 의해 형성된 용융 흔적으로 판단했다. 온장고 앞 커피포트 플러그에 전기적 이상이 형성된 채 잔류된 것으로 볼 때 전기적 요인에 의한 가능성이 있다.
발화지점이 집무실로 추정되는데 집무실 내 부주의 개연성은 식별되지 않았다. 하지만 고 이 씨(목사)가 알루미늄 접이식 사다리 위에 측와위 자세로 있었음에도 알루미늄 사다리가 1/2쯤 용융된 상태였다는 점과 그 하단에 고구마가 익은 채 잔류된 점은 의문이었다.
고 이 씨가 화재 이후에 집무실로 진입한 것으로 판단했다.
내부에서 연소기구와 순간온수기, 온장고 등이 발굴됐으나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커피포트는 콘센트 연결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나 플러그가 전기적 이상에 의해 용융된 걸로 볼 때 기계적 발화 가능성이 있다.
화재로 인해 네 명의 인명피해가 있었고 소사체는 모두 질식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다. 고 이 씨(목사)는 집무실, 고 이 씨(어머니)는 방 3, 고 유 씨(장애인)는 장애인 방에서 각각 취침 중이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아들 B 씨는 고 이 씨(목사), 고 이 씨(어머니)가 주택 내부에서 취침 중이었다고 진술했는데 고 이 씨(목사)는 집무실에서 발견되고 고 이 씨(어머니)는 방 3에서 발견됐다.
주택 창문틀 알루미늄이 용융된 방향은 다용도실에서 주택 화장실 창문과 주방 창문 쪽으로 확인됐다. 다용도실을 발굴한 결과 냉장고 등은 출화 형태가 없었고 목사 집무실에선 연소 기구와 순간온수기, 온장고, 복사기, 커피포트 등이 발굴됐다.
연소기구와 순간온수기는 사용 여부가 확인되지 않으며 온장고는 사용했으나 발열 형태나 출화 형태가 식별되지 않았다. 복사기는 전원선 연결이 없는 상태였다.
커피포트 플러그에서 전기적 이상이 발견돼 복원한 결과 온장고 앞 커피포트를 중심으로 분열 흔적이 식별돼 전기적 요인에 의해 발화된 화재로 판단했다.
경기 김포소방서_ 이종인 : allway@gg.g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7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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