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광고

[화재조사관 이야기] “연소 흔적이 적은 곳이 발화지점이다?”

광고
경기 김포소방서 이종인 | 기사입력 2024/04/01 [10:00]

[화재조사관 이야기] “연소 흔적이 적은 곳이 발화지점이다?”

경기 김포소방서 이종인 | 입력 : 2024/04/01 [10:00]

화재는 예고 없이 찾아들고 엉뚱한 곳에서 발생하곤 한다. 발화지점은 당연히 많이 타고 깊게 타는 게 일반적인데 발화지점으로 보이는 곳이 다른 부분에 비해 작은 연소 형태를 보인다면 화재조사관은 고심한다. 

 

일부만 연소하고 그대로 잔류한 부분이 발화지점이다? 아마도 대부분 작게 탄화한 지점보다 많이 타고 연소 흔적이 확실하게 남은 부분을 발화지점으로 생각하고 조사할 거다. 

 

발화지점은 최초 불꽃이 시작된 후 연소 현상이 지속되기에 깊게 타거나 오래 타 깊은 흔적을 남기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발화지점에서 연소에 필요한 열원만 제공하고 정작 발화지점은 연소하지 않은 채 잔류하는 경우가 있다. 마치 다른 부분이 연소 확대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탄화흔적으로 오인할 수 있는 형태로 잔류한다. 

 

공장 한 동 전체가 연소한 경우 발화지점을 찾기란 쉽지 않다. 더욱이 공장 외부에서 발화돼 내부로 연소 확대한 후 공장이 전소됐다면 대부분 공장 내부에 발화지점이 있을 거로 생각하고 혼돈이 발생할 수 있다. 

 

사실 공장 외곽에 발화 열원 가능성이 있는 잔류 증거가 있다 해도 그걸 원인으로 규명하기보단 공장 내부에서 화재 원인을 발굴하려 할 거다.

 

화재조사관은 현장을 둘러보고 작은 흔적이라도 지나쳐선 안 된다. 하나둘 흔적을 찾아 건물 외곽을 살피고 내부로 진입하면서 탄화흔적의 방향성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현장의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현장을 들여다봐야 한다. 

 

목격자 진술이나 선입견으로 현장을 조사하다 보면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목격자가 화재 대상과 이해관계가 없고 진술과 현장 연소 흔적이 일치할 때 인용해야 한다. 하지만 목격자 진술과 현장 연소 흔적이 다르다면 한 번쯤 다른 발화지점을 고려하고 폭넓게 현장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

 

평면도를 그려라!

공장 내부 기계나 작업대 등 구조를 그려 놓고 현장을 확인하는 게 현장에 대한 이해도 빠르고 작업 공정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공장 내부에 소형 건조대와 묵 솥, 냉동창고, 포장기, 살균기, 대형 건조대, 그리고 외부에 보일러실, 숙소용 컨테이너가 있다. 평면도 오른쪽으로 화장실과 방 1, 방 2, 방 3, 사무실이 있는 곳은 관계자 최 씨가 거주하는 주택이다.

 

▲ [그림 1] 평면도


화재 신고 시간은 0시 30분께로 ○○식품 작업은 모두 끝난 상황이었다. 직원 신 씨(외국인)는 숙소용 컨테이너에서 쉬고 있었고 관계자 최 씨는 주택에서 TV 시청 중이었다.

 

▲ [사진 1] 화재 장소

 

화재 건물 측면이다. 언뜻 보기엔 하단보다 상단에서 많은 소훼 형태가 관찰된다. 내부가 이중 구획돼 있어 외부에서는 연소 형태가 관찰되지 않았다.

 

목격자 진술을 확인하라!

공장 앞을 지나던 최초 목격자 고 씨는 “공장 안쪽 승용차(Benz) 전면에서 불꽃이 솟아올랐다”고 했다. ○○식품 직원 신 씨는 “컨테이너에서 쉬고 있는데 ‘펑’ 소리가 들려 밖으로 나와보니 건조장 부근에서 불꽃을 봤다”고 진술했다. 

 

승용차 앞에서 공장 내부로 화염전파 흔적이 식별되나 신 씨가 불꽃을 목격한 부분에서 더 많은 연소 흔적이 식별되는 것으로 볼 때 신고자 고 씨가 본 부분은 연소 확대 과정에서의 불꽃이라고 해석했다.

 

분열 흔적이나 국부적인 수열 흔적이 건조장 부근에서 확연하게 관찰됐기 때문이다. 목격자 고 씨가 지목한 부분에는 열원이나 요인의 근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연소 잔류물만 확인됐다.

 

▲ [사진 2] 불꽃 목격 지점

 

목격자 고 씨가 불꽃을 목격한 지점이다. 승용차나 지게차 후면은 연소 형태가 관찰되지 않는다. 목격자 고 씨가 불꽃을 본 지점이 발화지점이라면 승용차가 전소돼야 하는데 후면에서 봤을 때 연소하지 않는 형태다. 측면이나 천장의 연소 형태가 그리 심하지 않았다. 

 

오른쪽은 공장 내 작업장이다. 승용차가 있는 부분은 포장재를 보관하고 보이는 바와 같이 주차장으로 사용했다.

 

▲ [사진 3] 승용차 전면


승용차 전면은 범퍼와 보닛 일부가 소실된 형태다. 운전석 타이어는 연소하지 않았다. 측면 샌드위치 패널 일부도 연소 패턴이 관찰되지만 측면 건조대(Rack, 랙)는 수열이나 연소 형태가 없이 원형으로 있다.

 

▲ [사진 4] 탄화 흔적


위 [사진 4] 중간지점은 신 씨가 불꽃을 목격한 지점이다. 중간 부분이 수열에 의해 군청색으로 변색했다. 이런 형태는 장시간 고열에 노출됐을 때 발현된다. 철재가 군청색으로 변색하고 범위가 넓어질수록 적 산화 현상과 샌드위치 패널 도장재가 연소한 형태로 잔류하는 게 일반적이다.

 

▲ [사진 5] 묵 솥


묵을 가공하는 기기다. 일명 묵 솥으로 명칭한다. 묵 솥 전면은 밝은 형태였는데 위에서 아래로 수열 받은 모습이다. 이런 화염 진행 패턴으로 볼 때 묵 솥 하단은 발화지점에서 제외한다. 묵 솥 아래에서 화염이 전파됐다면 하단이 밝은색으로 잔류해야 하고 탄화흔적이 있어야 하기 때문인데 찾아볼 수 없었다.

 

▲ [사진 6] 수열 형태

 

공장 내부 살균기에 위에서 아래로 수열 받은 흔적이 잔류했다. 살균기 하단은 원형으로 탄화나 화염전파 형태가 관찰되지 않는다. 살균기 상단 벽면에도 다른 부분과 달리 적 산화 현상이 확연하게 잔류했다.

 

적 산화 현상이 있다는 건 수열 받은 상태에서 산소와 접촉했다는 의미다. 연소하는 온도 차이에서 발생한 건지, 진압 주수에 의한 형태인지 단언할 수 없지만 수열에 의한 형태로 해석했다.

 

▲ [사진 7] 살균기


살균기나 수동 기중기에 잔류한 형태도 상단에서 하단으로 수열 받은 형태였다.

 

▲ [사진 8] 전체 소훼 형태

 

공장 내부 소훼 상태는 주택 방향이 심하게 연소한 형태로 잔류했다. 관계자 최 씨는 주택에서 TV를 시청하고 있었고 화재를 인지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묵 솥이 있는 지점은 발화지점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목격자 진술과 공장 직원이 진술한 불꽃 목격 지점이 서로 다르기에 연소 흔적과 목격자 진술을 비교해 발화지점을 찾아야 했다. 단순하게 목격자 진술에 의존해 발화지점을 추론한다면 자칫 그릇된 곳을 발화지점으로 판단할 수 있다.

 

▲ [사진 9] 변색 흔적 비교


사진 왼쪽이 건조장 방향이다. 벽면에 나타난 연소 흔적은 왼쪽이 밝고 오른쪽으로 갈수록 적 산화 현상이 점차 짙게 식별된다. 밝은 쪽에서 적 산화 현상이 발생한 쪽으로 연소가 진행된 걸 알 수 있다. 탄화 흔적이 밝은색은 완전 연소에 가깝게 연소할 때와 화염에 직접 노출돼 장시간 화염을 받은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밝은 부분에서 어두운 부분으로 화염이 전파한 거로 해석했다.

 

▲ [사진 10] 건조장 앞 수열 형태

 

건조장 주변의 연소 형태와 변색 흔적이다. 군청색과 적 산화 현상, 밝은 연소 패턴, 무아레 패턴(moire pattern)이 관찰된다. 벽면에는 변색 흔적이 물결처럼 일정한 규칙이 있는 듯, 없는 듯 다양하게 잔류했다. 

 

그중에서도 군청색으로 변색한 흔적이 눈에 띄게 집중된 형태로 관찰됐다. 군청색은 수열을 가장 많이, 강하게 받은 형태로 해석된다. 이때 군청색 중심부에 어떤 가연물이 있었는지, 발화 열원은 있는지 세심하게 살펴볼 여지가 있다.

 

▲ [사진 11] 천공 확인

 

[사진 11]과 같은 천공은 샌드위치 패널 축조 건물 화재에서 심심치 않게 관찰되는 현상이다. 군청색의 불규칙적이거나 용융도 아니고 부식도 아닌 천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강한 수열을 받아 높은 온도에 노출된 형태다. 천공은 용융보다 수열에 의해 탄화한 형태다. 강한 수열을 받아 철이 탄화하고, 변색하고 천공된 형태로 해석했다.

 

▲ [사진 12] 공장 뒤

 

공장 뒤 창고로 사용하던 부분이다. 탄화물로는 소금과 종이가 식별됐다. 방향성을 단정할 수 없으나 군청색으로 변색한 부분이 맞닿아 있다. [사진 12]에서 하얗게 보이는 게 소금이다. 그 뒤로 종이 상자가 탄화한 형태로 잔류해 있다. 

 

천장은 무너지고 군청색, 적 산화, 만곡 현상 등이 상단으로 진행돼 있다. 바닥은 탄화형태 없이 원형으로 유지돼 있다. 군청색으로 변색한 안과 밖을 세밀히 살피던 중 선풍기로 연결된 전선에서 용융 흔적이 관찰됐다.

 

▲ [사진 13] 전선 용융


벽면 전선에서 용융 흔적이 식별됐다. 현장에서 발견된 전선 중 말단이었다. 전선의 부하가 어딘지를 확인하니 선풍기와 연결돼 있었다.

 

▲ [사진 14] 선풍기 모터


선풍기 모터와 전선을 확인하니 전원선은 단선돼 있었다. 모터 권선은 회화(灰化)된 상태로 잔류했다. 모터 커버와 케이스가 모두 소실됐으나 발화 요인으로 추정되는 증거가 없다. 전원선으로 추정되는 전선에서 단락 흔적으로 관찰되는 용융 흔적이 확인됐다.

 

▲ [사진 15] 용융 흔적


실체현미경으로 관찰하니 용융부와 경계부, 모재부가 식별돼 단락 흔적으로 판단했다. 용융부에서 모재부가 변색 흔적이 짧게 형성됐는데 경화되지 않았다.

 

단락 흔적이 있다면 전기 배전반의 차단기 트립이나 다른 전기적 흔적을 찾아야 한다. 전선을 확인하기 위해 전원 측 전선으로 확인하니 차단기가 트립 돼 있었다.

 

▲ [사진 16] 차단기 확인

 

차단기는 전체적으로 소훼돼 철재만 잔류했다. 차단기 걸림쇠는 중간에 위치해 경화된 형태로 변형 없이 잔류했다.

 

정리하라!

▲ [사진 17] 공장 창문


승용차 옆 공장 창문이다. 방범창에 용융 방향이 공장 내부에서 수열 받은 형태로 방범창 내부가 용융된 상태였다. 이는 내부에서 발열하고 수열 받은 형태로 공장 외부에 화원이 없었다는 방증이다.

 

▲ [사진 18] 창고 창문

 

초기 목격자인 고 씨는 공장 안쪽에서 불꽃이 솟아올라 신고했다. 승용차 측면 창문에서 화염이 공장 내부로 진행된 패턴이 관찰됐다. 그러나 공장 창고 창문은 내부에서 출화한 형태였다.

 

집중 탄화된 부분의 샌드위치 패널에 군청색 변색 흔적과 천공이 식별된 점은 다른 부분보다 수열을 많이 받은 거로 판단했다. 

 

공장 내부 선풍기 전원선에서 단락 흔적이 식별되는 점으로 볼 때 선풍기 전원선에서 발화돼 주변 샌드위치 패널과 창고 내 종이 부분으로 연소 확대했다고 해석했다.

 

화재 원인 검토

화학적 요인을 살펴보면 ○○식품은 묵을 제조ㆍ가공하는 공정으로 제조공정 상 화학약품이나 화학물질 사용이 없었다. 오히려 전통적인 방식으로 제조하고 첨가제 없이 건조해 화학적 요인의 가능성은 적다.

 

방화 측면을 살펴보면 출입문이 상시 개방돼 외부인 출입이 가능하나 CCTV를 확인하니 출입 기록이 없어 배제했다. 화재보험에 가입돼 있으나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측면에 직원의 숙소로 사용하고 있는 컨테이너가 있어 보험금 편취보다는 인명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내부인의 방화 개연성은 작은 것으로 판단했다.

 

부주의 가능성을 살펴보면 출입문이 상시 개방돼 외부인 출입이 가능하나 CCTV를 확인하니 출입 기록이 없어 배제했다. 선풍기 조작 시 특정되는 부주의 가능성은 관찰되지 않았다. 공장 내 발열 가능성이 있는 제품을 살펴봤으나 부주의 개연성은 관찰되지 않았다.

 

전기적 요인을 살펴보면 배전반 차단기는 트립 된 형태, 작업장 내부 선풍기 전원선에서는 단락 흔적이 식별됐다. 단락 흔적이 발굴된 지점에서 분열 흔적이 관찰되는 형태라 선풍기 전원선 단락에 의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결론

발화지점 측면 컨테이너에 ○○식품 직원인 신 씨가 취침 중이었고 공장 전면에는 ○○식품 대표자 최 씨의 주택이 있어 공장 출입문이 개방돼 있어도 외부인 출입이 쉽지 않았을 거로 생각된다. 

 

최초 신고자 고 씨는 불꽃이 승용차 전면에서 솟아올라 신고했다고 했고 직원 신 씨는 묵 공장 건조대 부근에서 불꽃을 봤다고 진술했다. 

 

신 씨가 불꽃을 목격한 부분에서 분열 흔적이 관찰되고 측면의 샌드위치 패널이 군청색으로 잔류돼 있다. 일부는 천공이 발생한 상태로 잔류하고 분열 흔적의 중심부에 있던 선풍기 전원선에서 단락 흔적이 식별됐다. 

 

선풍기 전원선이 연결된 배전반 차단기가 트립된 상태로 잔류한 점과 선풍기를 중심으로 분열 흔적이 식별된 점 등을 고려할 때 선풍기 전원선 단락에 의해 착ㆍ발화한 형태로 판단했다.

 

이 사건처럼 두 목격자의 목격 지점, 발화지점이 다를 때 화재조사관은 일반적으로 최초 신고자의 진술을 더 신뢰하곤 한다. 그러나 화재조사관은 한 번 더 생각한 후 목격자 진술과 현장이 일치했을 때 발화지점으로 추론하고 조금이라도 다른 부분이 있다면 현장 연소 패턴과 증거로써 발화지점을 찾아야 한다. 

 

목격자 목격 지점과 목격한 내용의 진술이 다를 경우 누가 진실이고, 누가 거짓인지를 판단하기 전에 이해 관계자가 있는지와 진술의 신뢰도를 확인해야 한다. 또 불꽃의 크기나 각도, 목격 지점을 확인하고 연소 형태, 가연물 적치 현황을 조사해 발화지점을 추론하는 게 바람직하다.

 

경기 김포소방서_ 이종인 : allway@gg.g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4년 4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화재조사관 이야기 관련기사목록
[인터뷰]
[인터뷰] 김창진 한국소방산업기술원장 “시대가 요구하는 조직으로 탈바꿈시키겠다”
1/7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