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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지진 7.8- ⅩⅩⅢ

7일간의 구조활동을 마치고 안타키아를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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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119구조본부 김상호 | 기사입력 2025/08/04 [10:00]

튀르키예 지진 7.8- ⅩⅩⅢ

7일간의 구조활동을 마치고 안타키아를 떠나다

중앙119구조본부 김상호 | 입력 : 2025/08/04 [10:00]

▲ 구조 2반과 튀르키예 SART

 

유럽과 아시아 구조대는 골든타임이 지난 2월 12일부터 철수를 시작했다. 한 명의 생존자라도 더 찾기 위해 밤낮으로 노력했지만 더 이상의 생존자는 발견하지 못했다. 그리고 안타키아 어디에서도 더 이상의 생존자 구조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철수 결정을 위해선 여러 차례에 걸친 토의와 의사결정이 필요했다. 해외긴급구호대장도 외교부와 여러 의견을 교환하고 최종결정을 발표했다.

 

“우리는 2023년 2월 9일 오전 1시 튀르키예 하타이주 안타키아 셀림 아나돌루 고등학교에 숙영지를 편성하고 생존자 수색과 구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생존자 8명을 구조하고 사망자 19명을 수습했습니다. 2023년 2월 15일 오전 10시부로 안타키아에서의 수색ㆍ구조 활동을 공식적으로 종료하겠습니다”

 

불안해지는 치안과 튀르키예 정부의 신도시 건설 계획 발표로 거주민들이 떠나기 시작했다. 시리아 난민이나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유가족만이 무너진 건물 주변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임무 종료 소식에 많은 튀르키예 정부 기관 관계자가 방문해 구조 활동에 관한 각별한 사의(謝意)를 표명했다.

 

그중 기억에 남는 건 2월 11일 튀르키예 구조대와 생존자 3명을 함께 구조한 SART의 방문이다. 당시 현장에는 여러 나라 구조대가 있었는데도 대한민국 구호대에 함께 구조 활동을 하자고 제안해 왔다.

 

무너진 잔해를 함께 치우며 생존자를 구조하겠다는 일념으로 하나가 된 연합작전이었다.

 

과거 한국전쟁 당시에도 튀르키예군과 한국군이 어려운 상황에서 서로를 지켜주며 함께 전투했던 전쟁사가 있다. 우린 치열하고 가슴 뜨거웠던 그날의 연합작전을 사진 한 장에 담아 기억해 두기로 했다.

 

이스탄불에서 온 SART 대원 중 한 명이 할아버지가 한국전쟁 참전 유공자라고 소개했다.

 

“할아버지가 어릴 적부터 한국전쟁에 참전한 이야기를 해주셔서 한국을 잘 알고 있어요.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한국전쟁에 참전한 할아버지를 둔 제가 정말 자랑스러워요”

 

하타이주 재난 현장을 지원해 주고 있는 코자엘리주지사도 우릴 찾아왔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이 보여 준 구조 활동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 해외긴급구호대장과 코자엘리주지사 환담

 

이어서 아이퀸시장과 데린제시장이 방문했다. 두 분은 한-튀 의원 친선협회장을 역임하면서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고 한다. 그들도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의 인명 구조 활동에 각별한 사의를 표명한다고 전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했을 뿐인데 감사 인사까지 받으니 어리둥절했다. 새삼 이것이 대한민국의 힘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 조국이 강해야 국민을 지킬 수 있을 뿐 아니라 내 가족을 지키고 나아가 인도주의적 지원도 할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튀르키예 지진 피해 대응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를 기념할 수 있는 게 무엇일지 고민하다 헬멧에 파견 대원들의 이름을 모두 써 각 기관 기념관에 보관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중앙119구조본부 헬멧과 코이카 헬멧에 대원들의 이름을 새겼다.

 

▲ 해외긴급구호대의 기념품

 

▲ 해외긴급구호대의 기념품


2월 15일 안타키아를 떠나는 날 아침 해가 밝았다. 텐트와 숙영지를 정리 정돈했다. 그리고 학교 건물 1층에 있는 도서관 벽면에 있는 문장을 사진에 담았다.

▲ 셀림 아나돌루 고등학교 도서관에 있는 문구


거의 매일 보다시피 한 문장인데 어떤 뜻인지 궁금했다. 복귀 후 주한 튀르키예 대사관에서 근무하는 통역사를 통해 정확한 뜻을 알 수 있었다. 이 문장의 핵심은 사진 속 인물과 연관이 있다. 사진 속 인물은 튀르키예 국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1)다.

 

“아타튀르크는 3937권의 책을 읽었는데, 당신은?”

 

튀르키예 관공서나 학교에는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의 사진이 없는 곳을 찾기 힘들다. 국부에 대한 존경심과 자존심이 강한 나라다. 국부가 3937권의 책을 읽었다는 걸 되새기면서 독서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화의 차이는 있지만 독서의 중요성은 세계 어느 나라든 비슷한 것 같다.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의 임무는 121명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긴급구호대장과 중앙119구조본부장, 특전사 대표가 그간의 헌신과 노고에 대해 대원들을 격려해 주며 종료됐다.

 

▲ 임무 종료 선언

 

숙영지 반대편 도로에는 우리를 안타키아에서 안전한 아다나로 이동시켜 줄 수송 버스 4대가 도착해 대기하고 있었다. 약 7일간 숙영지로 사용한 셀림 아나돌루 고등학교가 이제 집처럼 포근하게 느껴졌다.

 

떠나는 발걸음은 무거웠지만 시간이 흐르고 새로운 도시로 탈바꿈해 예전의 영광을 되찾길 기원하며 학교 정문을 나섰다.

 

각자 배정된 버스로 이동하는데 외벽이 무너진 상가주택 1층 문구점이 지진 이후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가게 안에서 주인 할아버지는 짐 정리가 한창이었다. 인도에 있는 좌판대에는 농구공과 배구공, 축구공이 진열돼 있었다.

 

▲ 문구점에 진열된 각종 공

 

다시 이 학교에 학생들이 등교하고 운동장에서 공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상상하며 새로운 학교가 튼튼하게 건축되길 기원했다. 사진을 찍으면서 주인 할아버지와 눈이 마주쳤다. 멋진 콧수염에 비해 눈가 주름은 지진 피해의 아픔만큼 깊게 보였다. 고개를 숙여 예의를 표하고 버스에 올랐다.

 

‘훗날 다시 찾아와 웃는 모습의 할아버지를 만나리라’

 

▲ 이동하는 동안 이름 모를 모스크를 보며 튀르키예의 아픔이 완치되길 기도했다.

 

지진 피해 후 첫 번째로 문을 연 문구점 주인 할아버지의 희망 불씨가 안타키아 전역에서 활활 타오르길 진심으로 기도했다.

 


1)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1881년~1938년 11월 10일)는 오스만 제국의 육군 장교, 혁명가, 작가이며 튀르키예 공화국의 건국자이자 초대 대통령이다(출처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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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119구조본부_ 김상호 : sdt197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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