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은 사람을 구하지 못한 아쉬움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의 수색ㆍ구조 활동은 공식적으로 7일간 하타이주 안타키아에서 진행됐다. 형제의 나라 튀르키예에서 지진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최단 시간, 최대 인원이 급파됐다. 구조대원들은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사이에서 생존자 수색ㆍ구조 활동을 위해 온 힘을 다했다.
골든타임 72시간이 지나면서 온종일 울리던 구급차 소리도 점점 들리지 않았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의 수도 점점 줄었다.
튀르키예 정부에서 발표한 애도 기간 7일이 넘어가자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 대신 중장비들이 줄지어 이동하는 소리와 진동이 거리를 가득 메웠다. 그리고 무너진 건물을 철거하기 위한 중장비가 거리 곳곳에 주차돼 있었다.
튀르키예 재난ㆍ비상관리 당국에서 파견된 공무원은 “만약 생존자가 더 구조된다면 그건 기적이죠. 튀르키예 정부는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기본 방침대로 일을 진행할 예정이에요”라고 얘기해줬다.
안타키아는 지리적으로 시리아 국경과 인접한 도시 중 가장 큰 대도시다. 국경이라면 철책이 있고 경비가 삼엄해야 하나 이곳은 우리가 생각하는 국경과 달랐다.
도로 일부분을 제외하고는 산을 넘어 쉽게 튀르키예로 들어올 수 있었다. 특히 시리아 내전이 시작된 2011년 이후부터 많은 시리아 난민이 튀르키예로 들어왔고 정확한 인원 집계도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지진 전 안타키아 인구가 약 21만 명, 시리아 난민이 약 10만 명 정도 거주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튀르키예 사람들은 건물에 매몰되거나 가족 간 연락이 되지 않으면 신고해서 찾을 수 있는 확률이 높았다. 그러나 시리아 난민들은 친척도, 가족도 없는 사람이 많았다. 온 가족이 함께 매몰되거나 사망했다 한들 누구도 찾지 않았다.
처음 이곳에 와서 본 길거리에 즐비한 사체낭과 한국 청년이 말한 무연고 사망자는 아마도 시리아 난민들이 아니었을까. 철수 날짜가 정해지자 마음이 바빠졌다.
한 명의 생존자라도 더 찾고 싶었지만 수색ㆍ구조 활동에 한계를 느꼈다. 광범위한 피해지역과 수색ㆍ구조 활동을 할 수 있는 인력 부족, 제한적인 구조장비는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한정된 자원들이었다.
수색ㆍ구조 능력이 세계에서 가장 좋더라도 대자연의 재앙 앞에서 인간은 너무나 초라한 존재였다. 처음에는 길거리 곳곳에서 철거작업이 시작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안타키아 전체가 커다란 공사 현장이 됐다.
거리에서 마주치는 현지인들의 얼굴에는 표정이 없었다. 그들에겐 더 이상의 눈물도 없어 보였다. 이 긴 고통의 시간을 빨리 끝내고 싶어 할 뿐이었다. 숙영지를 찾아와 사랑하는 가족이 매몰돼 있으니 제발 구조해 달라고 소리치며 오열한 사람들이 생각났다.
죽음에 대한 슬픔과 죽은 자들을 편안하게 보내지 못한 고통은 이 지진에서 생존한 사람들이 죽을 때까지 가져갈 숙명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타키아를 떠나는 날, 버스 안에서 한동안 여러 생각에 휩싸였다. 그리곤 스스로 자문해 볼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이곳에 와서 정말 최선을 다했는가? 떳떳하게 이곳을 떠날 수 있는가? 구조대원으로서 튀르키예 지진 피해 대응 현장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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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119구조본부_ 김상호 : sdt197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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