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마치고 돌아가는 우리의 목적지는 ‘집’이다. 문을 열면 반기는 익숙한 풍경, 고소한 저녁 냄새, 가족의 목소리, 아이들의 장난감이 흩어진 거실. 이 모든 것이 우리 삶의 중심이자 위로가 되는 공간이다. 집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을 넘어 마음이 쉴 수 있는 유일한 안식처다. 그러나 이 따뜻한 공간이 한순간에 화염에 휩싸인다면 어떨까.
불은 예고 없이 찾아와 어제까지 평범했던 집이 오늘 아침 검게 그을린 폐허로 변할 수 있다. 고요하던 침실이 순식간에 유독가스로 가득 차 숨쉬기조차 어려워지고, 따뜻했던 부엌과 거실은 붕괴 직전의 위험지대가 된다. 가족의 추억이 담긴 공간은 연기와 화염 속에서 순식간에 사라진다. 무엇보다 무서운 건 이 모든 변화가 단 몇 분 만에 벌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주택 화재는 대형 화재로 이어지기 쉬운 구조적 특성이 있다. 거주자가 깊이 잠든 새벽 시간에 발생하거나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아 초기 발견이 어렵고 대피가 지연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 때문에 주택에서 불이 나면 인명은 물론 물론 삶의 터전 전체를 잃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이러한 피해는 ‘초기 대응’만으로도 충분히 막을 수 있다. 불씨가 막 생겼을 때 신속하게 대처하면 피해를 최소화하거나 아예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존재가 바로 주택용 소방시설, 즉 소화기와 단독경보형감지기다. 특히 소화기는 화재 초기 대응에 있어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수단이다. 작은 불씨를 잡는 데는 가까운 곳에 놓인 소화기 하나가 큰 역할을 한다.
실제 사례를 보면 그 중요성이 더욱 분명해진다. 대구의 한 단독주택에서 외벽에 설치된 차단기에서 전기적 요인으로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거주자는 불꽃이 튀는 것을 목격하고 평소 숙지해둔 소화기의 위치를 떠올렸다. 곧바로 소화기를 들고 현장으로 달려가 불길을 진압했고 덕분에 큰 피해 없이 화재는 마무리됐다. 침착한 대응과 평소 준비된 습관이 집과 가족, 삶을 지켜낸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소화기가 있어도 사용하는 방법을 모르면 무용지물이다. 실제로 많은 화재 현장에서 “소화기를 꺼내 놓고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랐다”, “핀을 뽑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토로하는 사례들이 많다. 따라서 단순히 비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가족 모두가 사용법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소화기 사용법은 간단하다. ① 안전핀을 뽑고 ② 노즐을 불 방향으로 향하게 하며 ③ 손잡이를 강하게 움켜쥐어 빗자루로 쓸 듯이 분사한다.
이 간단한 3단계를 숙지하고 연습해 보는 것만으로도 위기 상황에서의 대응력이 극적으로 달라진다.
단독경보형감지기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기를 감지해 경보를 울리는 이 장비는 화재 초기에 거주자의 인식을 돕고 신속한 대피를 유도할 수 있다. 특히 깊은 밤, 모두가 잠든 사이 화재가 시작될 경우 감지기의 경보는 생명을 살리는 소리가 된다.
화재는 특별한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불은 부주의한 순간, 오래된 전선 하나, 켜진 전열기구 하나에서 시작된다. 누구나, 언제든지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지금이라도 확인하자. 우리 집에 소화기는 있는가? 그 위치는 가족 모두가 알고 있는가? 사용법을 실제로 해본 적은 있는가? 단독경보형감지기는 설치돼 있는가? 경보가 울리면 어떻게 대피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가?
우리집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선 ‘준비된 습관’이 필요하다. 소화기를 가까운 곳에 비치하고, 사용법을 반복 숙지하며, 감지기를 설치하고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일이 작은 준비가 큰 생명을 지키는 방패가 된다.
소화기와 감지기, 이 작은 준비가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지키는 첫걸음임을 기억하길 바란다.
강서소방서 예방안전과 소방사 김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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