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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기고] 2년 후 다시 돌아온 감사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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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소방서 소방행정과장 소방령 현종찬 | 기사입력 2025/08/22 [17:40]

[119기고] 2년 후 다시 돌아온 감사의 마음

철원소방서 소방행정과장 소방령 현종찬 | 입력 : 2025/08/22 [17:40]

▲ 철원소방서 소방행정과장 소방령 현종찬

지난 2023년 8월 필자가 현장지휘팀장을 담당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그날도 여느 여름철과 마찬가지로 덥고 습한 날씨에 의한 탈수ㆍ열사병, 하천이나 저수지 등에서의 수난사고 가능성이 높아 주의를 기울이며 근무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어르신이 일행과 함께 산행 후 귀가하지 않고 연락이 안 된다는 가족의 신고가 접수됐다.

 

이 어르신은 평소 심하지 않은 치매증세를 앓고 있었으나 일행과 산행을 마치고 다시 어디론가 사라졌으며 날이 어두워져 찾을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복합적인 위험 상황에서 즉각적인 수색과 구조활동을 전개하는 게 가장 중요하지만 이미 어두워져 수색에 어려움이 있었다. 아침 동이 트자마자 각 출동대와 구조대, 관계기관은 재빠르게 수색 범위를 정하고 실종자 수색을 이어갔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철원 복계산 주변에서 119구조대가 어르신을 발견해 무사히 구조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 어르신과 가족은 ‘직원들과 간식을 사 먹으라’며 필자에게 사례금을 직접 주셨다. 그러나 필자는 어르신께 ‘그 동안 우리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하시고 납세의무를 다해주신 덕분에 혜택쿠폰을 1개 사용했다고 생각하시면 된다’고 말씀드리고 정중하게 거절했다.

 

이후 해당 사건을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지난 주 금요일 인근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사무실로 갑자기 전화가 걸려왔다. 익명의 어르신이 30만원을 미리 결재하고 소방관들이 먹게 해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었다.

 

불현듯 ‘아차. 2년 전 바로 오늘, 그 어르신이 잊지 않고 계셨구나’ 하는 생각이 났고, 커피전문점에서 이를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서장님과 상의한 필자는 이번에도 사례금을 정중히 거절하며 감사의 메시지를 전했다.

 

‘지난 2023년 8월 복계산 구조 활동을 잊지 않으시고 따뜻한 감사의 마을을 전해 주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은 소방의 당연한 사명이지만, 이렇게 기억해 주시고 격려해 주시는 마음은 언제나 큰 힘이 됩니다. 앞으로도 건강과 행복이 늘 함께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드립니다’

 

우리 사회는 현재 빠르게 고령화 시대로 진행되며 치매 질환자의 실종 사고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치매는 65세 이상 인구의 약 10%가 앓고 있는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으로, 인지 능력 저하로 인해 길을 잃거나 방향 감각을 상실해 실종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치매 환자 실종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조기 발견과 신속한 구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가장 가까이서 치매 노인과 생활하는 보호자들의 관심이다. 치매 노인에게 위치 추적 기능이 탑재된 목걸이나 팔찌를 착용하게 하고, 외출 시 동행하거나 야간 외출을 자제하는 등 일상적인 관리가 실종 예방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

 

여전한 무더위와 함께 어르신의 마음 씀씀이가 더욱 생각나는 여름이다.

 

철원소방서 소방행정과장 소방령 현종찬

 

※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 등은 FPN/소방방재신문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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