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NY+] “지휘관 눈과 귀가 되다”… 재난현장 지휘차량 개발한 (주)반도전기통신전원, 통신, 감시, 방송 기능 등 결합… 열악한 재난현장서 지휘ㆍ통제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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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480년. 페르시아의 크세르크세스 1세는 대규모 함대를 이끌고 그리스를 침공했다. 아테네를 점령한 그는 그리스 함대마저 전멸시키려 했다.
정면에서 맞서는 건 승산이 없다고 본 그리스 장군 테미스토클레스는 먼저 전장을 설계했다. 그는 크세르크세스에게 “그리스 함대가 도주하려 한다”는 거짓 정보를 흘려 페르시아 함대를 살라미스 해협으로 유인했다.
추격에 나선 페르시아 함선들은 살라미스섬과 아티카 해안 사이의 좁은 해협으로 밀려들었다. 하지만 좁은 수로로 인해 뒤엉키며 기동력을 잃기 시작했다. 그리스군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작고 민첩한 삼단노선들로 페르시아 함선 측면을 들이받거나 노를 부러뜨리는 공격을 퍼부었다. 결국 크세르크세스는 망연자실한 채 자신의 함대가 무너지는 광경을 지켜봐야만 했다.
그리스군이 살라미스 해전에서 이길 수 있었던 건 미리 유리한 지형을 파악해 전략을 세운 지휘관의 판단 덕분이었다.
1분 1초가 급박한 재난현장도 다르지 않다. 현장지휘관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재난 상황에서 각종 정보를 바탕으로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한다. 특히 재난이 대형화ㆍ복잡화될수록 현장지휘관에게 필요한 건 입체적인 정보다.
현재 지휘관들은 드론이 상공에서 촬영한 영상을 확인하며 재난 양상에 대한 밑그림을 그린다. 또 대원들이 장착한 실시간 바디캠 영상을 보면서 퍼즐 조각처럼 흩어진 단서를 하나씩 맞춰 나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반도전기통신(대표 강길수)의 이동형 지휘차량이 주목받고 있다. 재난현장에서 지휘관의 눈과 귀를 대신해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효율적인 대응 전략을 세우도록 돕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강길수 대표는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인해 중학교 졸업 후 무전기 수리업체에서 일을 시작했다. 생계 보탬을 위해 발을 들였지만 점점 관련 분야에 대한 호기심이 커졌다.
이후엔 아마추어 무선 통신이란 취미에 빠져들었다. 개인이나 단체가 적법한 기준의 무선설비를 갖추고 같은 취미를 가진 세계인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고등학교 졸업 후 생계를 고민하던 강 대표는 자연스레 무전기로 눈을 돌렸다. 가장 자신 있는 분야가 무전기와 같은 통신 분야였기 때문이다.
자본금 100만원으로 반도전기통신을 설립했다. 마땅한 장비도, 사무실도, 인력도 없었다. 이런 어려운 환경에서 그는 기술개발에 집중했고 군부대와 지자체, 공공기관 등 다양한 분야에 비상경보기ㆍ무선방송장치를 공급하는 전문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119플러스>가 “우리나라에서 재난현장 지휘차량을 생각하면 반도전기통신을 떠올리도록 기술개발에 집중하겠다”는 강길수 대표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반도전기통신은 어떤 기업인가.
1992년 설립된 반도전기통신은 재난현장 지휘차량을 비롯해 발전소 예ㆍ경보설비, 군부대 기지경보시스템, 재해위험지구 예ㆍ경보시스템 등을 개발ㆍ생산하는 기업이다. 현재 한국수력원자력과 주한미군, 전국 4대강 사업소, 지자체 등 다양한 현장에 경보시스템과 제품을 공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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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엔 특장사업부를 신설해 재난현장 지휘차량을 개발했다. 2025년에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조달청 혁신제품으로 지정받기도 했다.
왜 재난현장 지휘차량에 관심을 두게 됐나.
2003년 2월 18일 대구 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에서 방화로 192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당시 현장에 투입된 소방과 경찰, 군 등은 각기 다른 무선통신망을 사용해 공동대응에 한계가 있었고 기관사ㆍ사령실ㆍ역무실 간 교신도 원활하지 않아 초기 상황 전파와 지시가 엇박자를 냈다는 언론 보도를 봤다.
현장에는 수백 명에서 수만 명의 인력이 한꺼번에 모이게 되고 넓은 데다가 소음이 큰 공간에선 무전만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덴 무리가 있다.
결론적으로 이 참사를 지켜보며 모든 투입 인력이 한 몸처럼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이후 20년 이상 10종 이상의 차량 형태의 재난통제시스템ㆍ지휘소 시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재난현장 지휘차량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현대 쏠라티를 개조한 재난현장 지휘차량은 각종 전원ㆍ통신ㆍ전자ㆍ지휘 시스템을 갖췄다. 전기와 통신 인프라가 열악한 환경에서도 현장 지휘와 작전 수행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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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량에선 헬기와 열화상 드론, CCTV, 바디캠 등 각종 영상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수집한 영상은 자체 네트워크를 통해 상위 관제센터로 즉시 중계할 수 있고 대형 모니터를 활용한 현장 브리핑과 화상 회의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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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에 탑재된 드론 운용 시스템과 드론스테이션을 이용하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즉시 드론을 띄울 수 있다. 이를 통해 현장 감시와 수색, 상황 파악의 효율이 높아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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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량의 가장 큰 특징은 인공지능(AI) 기반 감시ㆍ분석 체계다. 텔레스코픽 마스트(높이 6m)에 설치된 AI CCTV와 드론이 촬영한 영상을 자체 서버로 전송하면 AI가 이를 분석해 화재나 각종 위험 상황 여부를 판단한다.
위험 상황으로 인식되면 해당 위치 사진을 포함한 정보가 현장 대원의 스마트폰으로 전송된다. 일정 시간 동안 대원이 응답하지 않으면 차량 스피커를 통해 경보 방송을 자동으로 송출하는 기능도 갖췄다.
텔레스코픽 마스트에는 360° 전방향 특수 스피커와 근거리ㆍ광역 경보장치, 360° 관제가 가능한 AI CCTV, 조명, 방송 장치가 장착됐다. 이를 통해 재난현장에서 경고 방송과 현장 통제를 보다 직관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통신이 제한된 지역에서도 운용할 수 있다. 차량에는 위성통신망 스타링크, LTE 라우터, PS-LTE, 항공 에어밴드, 지상 무전망(VHF-AM/FM) 등이 적용돼 현장과 관제센터 간 실시간 상황 공유와 원격 보고, 입체적인 지휘 체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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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로 갖춘 전원설비를 통해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차량에는 연료탱크와 연결된 빌트인 디젤 발전기, 대용량 배터리팩, UPS, 인버터, 통합 전원 제어시스템이 적용됐다. 별도 작업 없이 버튼만 누르면 발전기를 가동해 자체 전력을 공급하고 저장할 수 있다.
차량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선 수평 유지 레벨링 시스템을 장착했다. 불안정한 지면에서도 차량의 수평 유지를 돕는 기능이다. 모든 바퀴에 설치된 특수 에어서스펜션은 주행 중 발생하는 진동을 최소화해 내부에 탑재된 정밀 장비들을 충격으로부터 보호한다.
목표가 궁금하다.
반도전기통신은 수출 중심형 강소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해외에선 국경 감시나 대테러 경고 등의 분야에서 재난현장 지휘차량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현장에서 지휘와 통신, 감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 차량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방위사업청의 ‘멀티모달 AI 기술을 이용한 지휘차량’ 사업에 선정돼 관련 지휘차량을 개발 중이다. 올해 말 실물을 선보이고 내년에는 인허가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다만 지방에 뿌리를 두고 있어 제도적 지원이나 인력 충원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30년 넘게 한길을 걸어온 지금은 다양한 곳에서 먼저 연락을 주고 있다. 지방에서도 IT 기업이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그 가능성을 반도전기통신이 증명하는 게 가장 큰 목표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외에는 공공기관이 현장의 문제를 제시하면 기업이 그 문제를 풀 수 있는 기술로 시제품을 만들어 검증받은 뒤 도입해주는 제도가 잘 마련돼 있다. 완성품이 없어도 공공이 필요한 기능을 제시하면 기업이 단계적으로 실증하고 성능이 확인될 경우 후속 도입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반면 우리나라는 현장에 필요한 기술이 있어도 설계와 기준, 서류 절차의 문턱이 높아 실제 적용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물론 검증은 필요하지만 재난과 같이 신속함과 실효성이 중요한 분야에선 서류 중심보다 ‘현장 성능 검증’ 제도가 더 필요하다.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에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체계가 마련되길 바란다.
최누리 기자 nuri@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6년 5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